[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서핑으로 찾은 내 인생의 ‘균형’
김민정 ‘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 어, 서핑’ (팜파스, 238쪽, 1만3000원)

▲ 김민주 ‘바다의 파도에 몸을 실어, 서핑’.

고향인 서울을 한번도 벗어나보지 못한 사람이 서핑이 하고싶다며 덜컥 제주로 내려왔다. 저자는 현재 제주에서 서핑하고 일하는 삶을 살고 있다. 부럽게만 보이는 그의 삶 한가운데에는 ‘서핑’이 있다. 일상에서 어떻게 서핑을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해 저자는 스스로 타인의 말과 평가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신감을 회복할 방법을 찾던 중 저자는 서핑을 발견했다.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이왕 시작할 거면 내가 못할 것 같은 일을 해 보기로 한 저자는 개그우먼 이영자의 말을 참고한다. ‘내가 죽어도 못할 것 같던 일 하나를 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에 빗대어 저자는 자신의 활동 영역 밖에 있는 일이라 여겼던 서핑을 선택한다.

줄곧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자가 바다에서 해야하는 서핑은 말 그대로 도전이었다. 저자가 본 서핑의 매력은 바로 관객의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무대에 서서 온전히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움직여 보는 것.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성격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는 없으니 계속 똑같이 살면 변화는 시작될 수 없다.

멋지게 서핑을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 스스로가 떳떳하고 행복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모습의 시작은 저자에게 바로 서핑을 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서핑을 배우기 위해 슈트를 입은 과정에서도 남과 비교하는 ‘나’를 발견한다. 강습이 시작되고 보드를 들고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자기 자신이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만큼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이를 통해 틀에 박힌 성공에만 급급했던 우리에게 서핑은 각자만의 속도와 스타일을 존중한다.

간신히 섰더라도 스스로 파도 타는 타이밍을 아는 것, 파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 등 서퍼의 자세는 결국 우리 삶에서 가져야 할 태도를 알려준다. 늘 그렇듯이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삶에서 변화나 고비를 맞이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에 무너지지 않고, 남들이 뭐라하든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을 즐기는 것.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삶. 그게 바로 ‘나의 삶’을 ‘나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시는 ‘나’와 ‘우리’를 기억하기 위한 또다른 기억
다층 2019년 여름호 (도서출판 다층, 227쪽, 1만원)

▲ 다층 2019년 여름호.

계간문예 다층이 올해 여름호 ‘다층’(통권 82호)을 발간했다. 이번 호에는 기획특집 ‘시와 기억’이라는 주제로 강원갑 작가의 ‘기억과 시, 시와 기억’과 강순 작가의 ‘기억 창조라는 대명제 세우기’를 담았다. 두 작가의 글은 기억과 삶, 시의 연계성을 고찰해본다.

나아가 시인의 기억이 하나의 시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또 김양희, 김성철, 김지희, 박병란, 오성인, 이정훈, 전호석 등 젊은 시인 7인의 시와 함께 신애리, 김순국, 양희영 등 젊은 시조시인의 작품 9편을 만날 수 있다.

다층소시집에서는 정치산 작가의 ‘원숭이 엉덩이가 빨개서 백두산이 높다’ 등 5편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해설로 손현숙 시인의 ‘유리 가면을 가격하는 파토스의 힘!’을 실었다. 해외시단으로 일본 시인 사가와 아키의 작품 ‘반점’ 외 6편이 수록됐다. 이외에도 시단, 산문 등 다층 회원들의 개성있는 문학작품들을 엿볼 수 있다.

#160편의 시들이 보여주는 시인의 길
김원 시집 ‘우리가 서귀포로 온 까닭은’ (경남, 190쪽, 1만6000원)

▲ 김원 ‘우리가 서귀포로 온 까닭은’.

“올라갈 땐 어렵더니/ 내려올 땐 쉽더군/ 올라갈 땐 더디더니/ 내려올 땐 잠시더군/ 올랐던/ 높은 자리도/ 내려오니 꿈이더군/ 찾아갈 땐 가깝더니/ 돌아올 땐 멀더군/ 사랑은 잠시더니/ 이별은 오래더군/ 다시 또/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더군” (김원 시 ‘또다시 후회’ 中)

서울과 경남 고성, 통영에서 지내다 제주로 내려온 시인이 네 번째 시집을 펴냈다. 시인은 육지에서 봐 온 제주도는 외딴섬이었지만 제주에 와서 보는 육지 또한 섬이라고 말한다. 제주에 온 시인은 올레길을 걸으며 길 끝에 있는 줄만 알았던 자신의 목적이 실은 스스로가 갈 수 있는 길이 나의 길이라고 깨닫는다.

시집은 11부로 나눠져 총 160편의 시가 수록됐다. 작품에서는 제주에 거주하며 일상에서 느낀 시인의 사색들이 담담한 언어로 담겼다. 이와 함께 시인은 가파도, 안덕계곡, 대평포구, 보목바다, 한라산, 올레길, 평화로 등 제주 구석구석을 돌며 그때 그 장소에서 회고하는 기억과 마주하고 있다.

#AI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는 어떻게?
폴 도허티·제임스 윌슨 ‘HUMAN + MACHINE(휴먼+머신) AI 시대의 업무를 새롭게 상상하다’ (청문각, 251쪽, 1만7500원)

▲ 폴 도허티, 제임스 윌슨 ‘HUMAN + MACHINE(휴먼+머신) AI 시대의 업무를 새롭게 상상하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인공지능 시대다. 자동 청소기는 물론 일을 대신해주고 묻는 말에 대답하는 로봇 등을 이제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AI)가 가져온 패러다임의 전환이 비즈니스에 관련하든 개인적인 습관이든 자신이 속한 조직 내 프로세스의 대전환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고 말한다. 기존에는 인간끼리의 업무과정이 존재했다면 현재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업무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책은 새로운 협업 모델과 역할에 주목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 새로운 유형의 여섯 가지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섯 가지, 필수 핵심 원칙이 담긴 ‘리더 가이드’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30여 년간 인공지능 진화 과정을 연구해 온 저자들의 풍부한 경험 속에서 시대 변화에 따른 비즈니스 활용법을 배워보자.

#‘쥬라기 공원’ 저자가 쓴 처음이자 마지막 공룡 이야기
마이클 크라이튼 장편소설 ‘드래곤 티스’ (인플루엔셜, 420쪽, 1만5800원)

▲ 마이클 크라이튼 ‘드래곤 티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원작자이자 과학 스릴러의 거장이라 불리는 마이클 크라이튼이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66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그가 쓴 소설들은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드래곤 티스’는 그의 대표작 ‘쥬라기 공원’의 속편으로 알려져 미국에서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저자가 1970년대에 집필한 미공개작으로 가족이 그의 작품을 정리하며 발견한 편지로부터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소설의 배경은 1870년대 미국 서부 인디언들이 사는 곳이다.

소설은 18살인 주인공 윌리엄은 여름동안 미국 서부로 여행을 떠나며 탐사대에 합류하며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로 펼쳐진다. 당시에는 공룡이라는 존재를 믿을 수 없었던 ‘창조론’과 다윈의 ‘진화론’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저자 특유의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혼란스럽고 위험한 곳으로 그려진 곳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과학 스릴러 거장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우당탕탕 뚝딱뚝딱 오빠를 만들어 보자
아나이스 보줄라드 ‘오빠 만들기’ (길벗어린이, 64쪽, 2만4000원)

▲ 아나이스 보줄라드 ‘오빠 만들기’.

같이 놀 사람이 필요한 주인공 엘리는 고민 끝에 오빠를 만들기로 한다. 이같은 결정에 주위 친구들도 백과사전을 빌려주는 등 엘리를 도와주기로 한다. 엘리는 먼저 주변에 있는 사물로 눈길을 돌린다. 오빠의 뼈대를 만들기 위해 나무토막을 자르고 백과사전을 보며 오빠의 골격을 제법 그럴듯하게 만든다.

그러나 바로 무너지는 엘리의 오빠. 엘리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른 재료를 찾아 나선다. 힘이 없는 나무토막이 아닌 테이프와 고무줄로 뼈를 연결하고 과일과 토마토, 빨대, 장갑, 조개껍데기, 전깃줄 등으로 인체의 부분들을 하나씩 연결하고 살을 붙여간다.

이를 통해 인체 각 기관의 역할과 작동원리를 꼼꼼하게 알려준다. 머릿속에 인상깊게 남을 수 있는 그림과 비유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복잡한 인체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말에서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반전이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