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상반기(1∼6월)에 일자리 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의기양양 발표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건 아니올시다. 늘어난 월평균 일자리 20만7000개 가운데 99%(20만5500개)가 노인 일자리라는 통계가 나왔다. 주력 근로 연령층인 15∼64세 일자리는 단 1500개 늘어났다. 전체의 1%도 안 된다. 늘어난 노인 일자리 20만개도 절반은 정부가 세금을 풀어 만든 ‘사이비’ 일자리들이다. 담배꽁초나 쓰레기 줍기, 농촌 폐비닐 걷기 같은 월 평균 27만원짜리 노인 단기 일자리를, 작년 51만개에서 올해 61만개로 10만개 늘린 효과가 취업자 증가수치에 그대로 반영됐다. 나머지 노인 일자리 10만개는 퇴직 후 생계가 막막해 어쩔 수 없이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이다.

정부는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고용정책이 성과를 내고있다"고 하지만 앞처럼 그 속을 뜯어보면 참담할 지경이다. 외관상 취업자 증가 수는 작년(월평균 9만7000명)에 비해 2배로 늘어났지만 진짜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고용은 작년 4월 이후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우리 경제의 허리를 떠받치는 40대 나이의 고용은 작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10만명대 마이너스'다. 그 빈자리를 정부가 세금으로 만든 노인 단기 일자리,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극성부리는 알바 쪼개기 등이 메웠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일괄 정규직화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추진이 좋은 일자리 창출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좋은 일자리는 민간기업이 투자를 늘려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생기지, 달리 방법이 없다. 청년 일자리 사정도 비상이다. 청년 취업난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직장을 구한다 해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 10명 중 8명은 한달에 200만원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 10명 중 4명의 첫 직장 월급이 150만원도 채 안 된다. 최저임금(월 174만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저축은커녕 생활비 충당도 벅찬 수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68%는 입사한지 평균 1년5개월 안 돼 퇴직했다. 그야말로 사이비. 불량 취업이다. 청년들이 보수도 괜찮고 정규직의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기는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니 청년들이 보수도 좋고 안정적인데다 60세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게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추락하며 OECD 32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의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10.8%로, 21년 만의 최악에 빠졌다. 서민경제가 무너지면서 1년 새 소상공인 100만명이 줄폐업하고 고용원을 아예 두지 않는 자영업자가 늘었다고 한 중앙언론은 전한다. 짐을 싸고 베트남 중국 등지로 공장을 옮기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올 1분기에 45% 늘어났다. 반면 한국에 들어와 공장을 짓는 외국인 투자는 45% 줄었다. 이런 형편에서 과연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가.

이 정부 출범 후 고용사정이 악화된 것은 잘못된 정책 요인이 더 컸음이 명백하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같은 반(反)기업·반시장 정책 실험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경제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일본과 미국은 요즘 취업시장이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 주식시장도 활황(活況)이다. 일본은 일할 사람이 부족해 우리나라에 와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 박람회까지 열며 우수한 한국인재를 수입해가고 있다.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