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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의 그 아이
고해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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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9  17: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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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로 가는 길목이다. 아이들과 이탈리아 여행 중에 전철을 이용한다. 멈춰선 역에서 맞은편 빈자리로 향하는 엄마와 아빠, 딸 셋인 가족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색 피부에 노랑머리의 점잖고 세련된 엄마와 아빠가 황색피부의 어린 딸과의 동행이다. 빈 좌석은 두 자리뿐이라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의 딸과 엄마가 앉는다. 순간 어떤 동질감에 눈길과 마음이 파동으로 물결친다.

 말로만 듣던 해외입양아, 왜소한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자연스레 이야기를 먼저 건넨다. 아이 무릎 위의 투명한 비닐가방엔 자신의 물품들 위로 제 모습도 내비치고 있는 것 같다. 반짝이는 눈빛과 손동작으로 가방을 만지작거리다 엄마에게 얘기한다. 엄마의 단답형의 답변에 꽤나 긴 문장으로 막힘없는 아이의 대화는 갈수록 유장해지고 엄마는 경청 후 나직이 답한다. 해외입양 된 한국인 아이, 언제부터 가족 구성원이 된 것일까. 50줄에 갓 들었음직한 부부다. 대중교통수단 이용 중에 접한 타국의 한 단면이다. 문득 우리나라의 현실이 오버랩 된다.

 자녀를 적당히 잘 키워놓고 선택한 해외입양, 자가용이 물론 있겠지만 아이를 위해 주말 대중교통을 이용한 교육 중은 아닌가 여겨진다. 아이에게 부모란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응원단, 어떤 상황에도 어둠의 뒷면까지 밝혀줄 횃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양부모의 선한 눈길만 봐도, 짧지 않게 주고받는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오가는 느낌만은 충만하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아이를 입양해 키운다는 소식을 들은 바가 없어서인지 온도차가 꽤나 크다. 저들의 국민성이나 문화 척도를 보는듯하고 여행 내내 줄곧 떠올려진다. 저 아이의 짧지 않은 여정이 더 행복해지길, 적어도 다가올 미래도 잘 다듬어져 둥글어지길 예감한다. 공감대가 끈끈한 가족의 일상 뒤로 양심을 저버린 한국의 부모에 떠밀려 새로이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시리지만 어여쁘다. 마음으로 맺은 양부모란 울타리에서 좋은 과정과 결실을 고대한다. 선진국의 면모 뒤로 어떤 선입견을 지워낸다.

 아이의 말하는 소리나 속도감, 표정 등에 자존감이 커 사랑이 듬뿍한 가족애를 본다. 설령 어느 마디쯤에선 제 뿌리도 찾아 나설 법하다. 그리고 받은 상처는 모래에 기록하고 받은 은혜는 대리석에 새겨라는 문구도 새겨두길.

 딱 한 번 마주친 외출 중의 온도와 마음 뒤로 또 한 마디 자라나 건강한 아이로 희망을 꽃피우길 고대한다. 황색피부에 작은 눈, 조그만 체구의 이미지가 잔상 되어 파란 하늘 가운데의 낮달처럼 어른거린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다아나톨 프랑스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매년 400명 정도의 아이들이 해외입양으로 보내진다 하니 아연실색케 된다. 인구의 노령화에 해외입양보다는 국내에서 잘 클 수 있도록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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