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고육 체계는 무너져 있다. 상산고를 비롯한 자사고의 퇴출문제는 왜 벌어지고 있을까도 생각해 보게 된다. 언론매체의 기사를 보면 자살하는 고등학생 중에 집단 괴롭힘이 원인인 경우도 많고, 성적 하락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한 경우도 많다.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아도 그렇다. 이들에 대한 해결책은 국가도 교육청도 학교도 제시하지 못한다.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실패자인양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학생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보게 된다. 학생도 부모도 대회에서 1등을 하지 못하면 기뻐하지 못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적을 둔 학생들이 동메달만 따도, 3등만 해도 너무 기뻐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수영선수인 쑨양의 도핑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중국이나 인도, 일본에서도 이런 형태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해 보인다. 유교적 가르침으로 인해 입신양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농업 등의 생산직을 업신여겼던 풍토가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을 두고 있는 미국이나 서구사회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크지 않고 공공의 선을 우선하지만, 유교적 가치관을 바탕을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있고 개인의 성공을 우선시하다보니 자신보다 성공한 사람을 시기하는 것도 일면 타당하다. 미국에서 배관공의 월급이 국립대 교수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우리나라에서 배관공의 월급을 국립대 교수보다 많게 준다면 이것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렇게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이 행복을 위한 교육이 아닌, 남을 밟고 일어서서 나의 성공을 위해 남의 불행하게 만드는 교육이 참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적 성향이 보수에서 진보로 많은 지역의 교육청 수장이 바뀌었지만, 교육현장에서 행복하다고, 만족하다고 여기는 학생들은 감소한 것으로 느껴진다. 일부 학생들의 성공을 위해서 대다수의 학생을 이용하는 교육현장인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그 일부 학생을 넓히자는 자사고의 입장과 일반 학교의 현장과는 상관없이 수월성 교육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진보 교육감이나 교육부의 모습.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른 것인지 알기 어렵다. 단순히 자사고를 없앤다고 해서 평등 교육이 이루어지고 학생들의 행복이 증가되는 교육현장으로 변화될까? 자사고와 비슷하게 명문고 진학을 위해 변질되어 버린 과학고와 영재고는 그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과학을 위한 인재와 영재 특성에 맞는 인재가 양성되고 있지 못하다. 자사고뿐만 아니라 과학고나 영재고의 우수한 학생들이 과학 관련 학과가 아닌 의대를 가겠다고 줄을 서는 현실이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의 교육일까?

예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했던 학생의 말이 떠오른다. 대학에 입학할 때는 과학자로서의 꿈이 있었는데 지내다보니 의사는 어디를 가든지 대우 받고,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도 의사선생님, 의사선생님이라고 머리를 숙이며 인정하는, 경제적인 것도 풍족하게 살고, 정년도 없어서 오랜 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인 것 같아 자신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한다고 해서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 의식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직업 가치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은 지금보다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타 직업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은 희망이 없다. 오랜 역사를 통해 굳어진 직업 가치관일지라도 미래를 위해서 바꿔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의사가 아니라 배관공이더라도 전문가로서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인정받으며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