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재정형편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농민수당’ 살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6월 전남 해남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한 데 이어 전남 함평군, 충남 부여군, 경기 여주시 등 전국 40여 곳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이 최근 도입을 결정하거나 추진 중이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꼴찌(25%)인 전라남도는 아예 농민수당을 '전남형 농어민 공익수당'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내년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대상은 농어업인 24만3천여명. 연간 60만원을 상·하반기 두 차례에 나눠 30만원씩 지급한다.

농민수당은 전남 해남군이 처음 도입하자 한두 달 사이 전국 곳곳의 기초단체로 확산된 데 이어 일부 광역단체까지 가세하고 있다. 농민수당이 농촌지역들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형국이다.

농민수당에 대해 논란거리도 많다. 대표적인 게 형평성 문제다. 지자체간 지급액과 지급기준이 제각각이다. 그나마 이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의 농민은 수당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같은 농민이라도 혜택이 없다. 결국엔 전국적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해야 할 형편이다. 심지어 농민들이 직접 나서 농민수당 조례제정을 촉구하는 사례도 나왔다. ‘충북 농민수당 도입주민발의 추진위원회’는 최근 충북도청 앞에서 시위를 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충청북도 농민수당 조례제정 주민발의 운동에 농민이 직접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경기도 안산시는 내년부터 대학생에게 등록금 절반을 대주기로 했다.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안산시 거주 대학생 2만여명에게 지급한다. 여기엔 연간 335억원의 세금이 든다고 한다. 등록금 반값 대주기도 농민수당처럼 곧 전국으로 퍼질 것이다. 이런 지자체들의 ‘현금성 복지사업’은 브레이크 고장난 기관차마냥 폭주하고 있다. 청년수당, 아동수당, 어르신수당, 택시수당 등 지자체 한 곳이 시작한 선심성 수당을, 다른 지자체들도 줄줄이 따라하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청년층을 겨냥해 창업수당, 면접수당까지 주는 지자체도 늘고있다. 저마다 고상한 명분을 걸었지만, 따지고 보면 사실상 ‘포퓰리즘’적 매표 행위에 다름없다.

이참에 가능한 수당 다 만들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수당, 기업임원수당, 자영업자수당, 실업자수당, 주부수당, 학생수당, 재수생수당, 예술인수당, 심지어 애완동물수당까지... 대한민국에서 수당을 못 받으면 바보란 비아냥도 나온다.

등록금 대주고 농민에게 수당 주는 것 자체가 나쁠 건 없다. 문제는 돈이다. 돈이 없는데 뿌리다 보면 언젠가 재정파탄이 난다. 그런데 당장 파탄이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장들은 선거에 이용할 수 있다. 비판을 받아도 유권자들이 좋아하니 아랑곳하지 않는다.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학생교복 구입비용과 교과서 구입, 수학여행비까지 대주는 지자체도 늘고있다.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모두의 공짜정책은 결국 국민혈세로 생색내는 게다.

현금성 복지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시행된다는 점이다. 현금성 복지는 중독성이 강해 일단 한번 시작하고 나면 나라·지방곳간이 거덜나도 중단하기가 어렵다. 지자체들의 ‘복지 퍼주기 경쟁’은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악화시켜 결국에는 국가재정을 갉아먹는 심각한 위협요인이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더 늦기 전에 장기재정추계계획과 재원조달수립 등 재정고갈을 막기 위한 꿋꿋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자체들의 무리한 사업 확대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지자체 파산제’ 도입 등 특단의 조치도 검토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