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도 총예산 5조3500억원 가운데 복지예산 비율은 21.1%인 1조1300억원이다. 제주도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밝힌 바 있지만 대부분 다른 지방은 이미 전체 예산 중 복지예산 비율이 21%를 넘긴지 오래다. 지난해 20%를 가까스로 넘겼다 하나 증액분이 청년 일자리 등에 편중돼 여전히 노인대책에는 소홀하다.

　제주지역 65세 이상 노인 인구(지난 6월말 기준)는 전체 인구의 14.64%인 9만8067명이다. 이미 고령화사회(14% 이상)에 들어섰다. 제주도는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문제가 최대 사회문제의 하나로 부상했는 데도 이렇다 할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노인 장기요양기관이 겨우 203개로 전국 17개 시·도 중 53개 뿐인 세종시 다음으로 최하위인 점 하나만으로도 이를 입증한다. 전국 장기요양기관은 모두 2만1290개나 된다. 이 중에 제주지역의 점유율은 0.9%밖에 안 된다. 결국 원희룡 도정의 노인복지정책이 겉돌고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청년 일자리 대책도 중요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절대 빈곤 노인문제도 심각하다. 더구나 장남 등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전통적인 유교사상이 쇠퇴하면서 상당 부분 국가가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올해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사회복지예산은 지난해보다 무려 13.6%나 늘었다. 전체 예산 증가액의 절반이 사회복지 분야에 편중됐다. 원 도정만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지 못했다.

　제주지역의 노인 장기요양기관을 적어도 300개 수준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장기요양보험 신청자 증가 추세에 맞게 요양원을 확충하면서 재가노인들에 대한 가사서비스와 간병서비스 등을 확대해야 한다. 만약 내년에도 제주도의 노인 복지예산 비중이 대폭 확충되지 않을 경우 제주도는 전국 지자체 중 최악의 노인 빈곤 지역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