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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4만명이 총기에 희생되는 미국...왜?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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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5  15: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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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필자는 미국 LA를 방문하던 터에 지인의 소개로 미국의 평범한 샐러리맨 집엘 초대받은 적 있다. 응접실에 들어서니 여러 장식대엔 집주인이 해외여행 다녀온 나라의 기념품과 사진, 장서 가족사진 등이 빼곡이 놓여 있었다. 특히 내 눈을 끈 건 장식대 한 가운데의 장총과 권총이었다. 좀 낯설고 섬찟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집주인은 웃으며 미국의 웬만한 가정에선 총기를 갖고 있어 총기생활이 일상화됐다고 전해 준다. 자신도 아들에게 총 쏘는 법을 자주 가르쳐준단다. 총은 미국의 생활양식이며 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미국에선 총기사건으로 연평균 4만여 명이 숨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달 3일만해도 텍사스주의 대형 쇼핑몰에서 백인 우월주의자가 총기를 난사해 22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하루 뒤인 4일 오하이오주 술집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9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장엘 다녀가고 200여 곳 시장들이 총기를 규제하는 법안을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이게 성사될 가능성은 없다.

미국역사상 수많은 암살사건이 발생했다. 링컨, 케네디 대통령,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자의 총탄에 쓰러졌으며 레이건 대통령도 피격 당했지만 천만다행 부상당했다.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즈의 존 레논도 뉴욕에서 총기의 희생자가 되었다. 요인암살뿐 아니라, ·고등학교나 대학가,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충격적인 총기사건이 빈발한다. 대낮에도 총을 든 범인과 경찰의 총격전이 벌어지는 나라. 총을 든 범인과 대적하기 위해 경찰도 완전 무장한 상태로 출동한다. 민간에 풀린 총기물량이나 살상능력은 세계 1위다. 미 인구 3억여 명이 소지한 민간총기는 총 393백만정으로, 1명당 1.2정꼴이다. 세계 인구의 4%인 미국인이 세계 민간총기의 42%를 가졌다.

흔히 미국을 술보다 총이 더 사기 쉬운 나라라고 일컫는다. 슈퍼마켓에서 과일을 사듯 손쉽게 총을 구입한다. 심지어 TV 홈쇼핑이나 인터넷판매를 통해서도 원하는 총기를 그저 구입할 수 있다. 막대한 인구가 총기에 희생되지만, 총기규제 역시 쉽지않다. 많은 미국인이 총기 소지야말로 자유의 증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사학과를 졸업해 미국의 총기문화책을 낸 손영호 청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이렇게 총기소지가 쉬운 이유는 헌법이 자위(自衛)를 위한 무장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미국 건국이념으로, 국민의 무장할 권리가 수정헌법 2조에 규정돼 있다. 수정헌법에 있어 가장 중시되는 것은 제1조 종교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2조 무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 권리들은 미국인들에게는 절대 침해 받을 수 없는 기본권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총기소지는 헌법이 부여한 기본권이라는 개념이다. 심지어 2008년엔 전과자의 총기소지를 금지한 건 위헌이란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 이 때문에 총기소유 및 휴대에 제한을 가하기 위해선 헌법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난관이 있다.

설사 총기규제 법률안을 내도 총기제조사업자의 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의 막강한 로비력에 부딪쳐 좌절된다. 미국의 총기류 범람은 각종 이권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힌 NRA의 영향력 탓이기도 하다. 140년 넘는 역사에 4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NRA는 미국 정계는 물론 영향력 있는 계층과 지도자에게 가장 많은 정치헌금을 퍼붓는 막강한 로비·이익단체다. 이러니 총기규제 법안을 만들어야 할 정치인들이 팔짱만 낀다. 총기규제에 엄격한 대한민국, 그나마 우리는 참 다행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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