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행정시장 직선제가 도입되려면 행정안전부가 이를 수용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행안부는 이달 초 행정시장 직선제는 선출직 기초자치단체장을 두지 않기로 한 제주특별자치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수용을 거부했다.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행정시장 직선제를 국회의원 입법으로 발의한다고 먹혀들까. 솔직히 행정시장 제도 개선안 국회 동의는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창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갑)은 임기 4년에 3회 연임으로 제한하는 행정시장 직선제 제도 개선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당연히 제주지역 국회의원 3인 공동 발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 입법이 안 되면 의원 입법으로 추진한다는 게 당초 제주도의 방침이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제도 개선안을 밀고 나가겠다는 원희룡 도정과 3명의 제주 국회의원의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

　현행 행정시장 제도는 도민의 직접적인 의사를 묻고 도입했다. 주민투표를 근거로 제주특별법에 관련 조항이 규정됐으므로 이 제도를 바꾸려면 마땅히 주민투표에 의해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 주민투표에 의한 제도 개선 요구였다면 행자부도 이렇게 쉽게 행정 입법을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로서는 의원 입법으로 한다고 해도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 법안 심의 과정에서 행자부의 의견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미 행정 입법을 불수용했으므로 찬성 의견을 개진할 리 만무하다.

　본란은 이런저런 문제때문에 행정시장 직선제와 법인격 시장제도 등을 동시에 주민투표에 붙여 선택된 안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결국 주민투표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제주도의회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제주도의 아마추어적 정책이 낳은 결과물이다. 물론 국회 입법이 성사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관계없이 졸속 입법 추진인 것만은 분명하다. 주민의 뜻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집착한 도 정책과 도의회 의정은 도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