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유종, 有(있을 유) 始(비로소 시) 有(있을 유) 終(마칠 종)으로 처음이 있으면 마지막도 있다는 뜻으로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의 ‘항우본기’에 보면 ‘항우’는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도중에 흥미를 잃어 끝을 맺지 못했다. 글공부를 시키면 조금 배우다가 이름 정도만 쓸 줄 알면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병법공부도 시작은 거창한데 끝은 흐지부지 해 결국 ‘유방’과 겨루다 힘이 부쳐 자결하고 말았다. 항우가 처음 시작은 강하게 출발했으나 나약한 정신력으로 그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만 것처럼 시작은 있으나 끝마무리가 잘 안 되는 것을 ‘용두사미’라 한다.

　필자는 제주도 용(龍)에 대한 스토리 조사를 거의 마쳐 완성 단계이다. 형체가 드러나는 용은 현재까지 9룡이고 우물에서 승천한 용은 용연, 용수, 용천수, 용두벙, 쇠소깍으로 조사됐다. 최근엔 ‘용두사미’관련 용을 찾아 전국을 다니는데 며칠 전 청주에서 용수를 발견해 이 이야기를 제주도 섶섬과 견주어 풀어 보고자 한다.

　옛날 섶섬에 커다란 귀가 달린 새빨간 뱀이 살고 있었는데, 용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뱀은 매달 초하룻날과 여드렛날이면 한결같이 용이 되게 해달라고 3년을 용왕에게 기도를 드렸다. 용왕은 뱀의 정성에 섶섬과 지귀섬 사이에 숨겨놓은 구슬을 찾아내면 용이 될 수 있다는 말에 100년 동안이나 헤맸으나 뒷심이 부족해 구슬을 찾지 못하고 슬픈 원한을 품은 채 뱀으로 죽고야 말았다.

　청주 옥화9경(청주시 미원면을 흐르는 달천천 주변으로 숲과 나무 기암절벽과 물길이 만들어 낸 9곳의 비경을 이룸) 중 2경인 용소가 있다. 용소는 달천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곳으로 용이 승천하다 지나가는 여자가 바라보는 바람에 부정을 타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 뱀이 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필자가 청주 용소를 찾아 나선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35도를 넘나드는 땡볕은 체감 온도를 38도로 끌어 올렸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 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정도의 여정이었다. 마침 지인(전 교육의원 수필가)의 안내를 받아 용소를 찾아 나섰는데 그 동네에 살았는데도 잘 알지 못했다. 관광안내소에 문의해 찾아가는 방법을 알고 지인의 차로 옥화 9경 안내석과 용소를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으나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필자는 이렇듯 전국에 있는 용에 대한 이야기를 채록하겠다고 시작했으나 끝이 안 보인다. 용이란 영물은 산속 아니면 깊은 물속에 사는 지라 이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세운 방대한 계획은 끝이 좀 서글프게 마무리 될 것 같은 아쉬움에 ‘유시유종’이란 말을 다시금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요즘 사회는 유시유종을 하고 있는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욕된 말잔치로 사회는 멍들고 썩어 가는 건 아닐까? 흘러가는 대로 주변 환경에 맡겨 새로움과 긍정적인 면에 소홀해 지는 건 아닌가? 시작도 멋있고, 품위 있고 세련돼야 하지만 끝도 멋있고 품위 있고 세련돼야 하지 않을까? 그게 요즘 세태에서 그나마 용두사미 설화에서 얻어지는 교훈을 유시유종으로 승화시키는 우리의 마음 자세일 것이다. 이제 한번 쯤 자신을 뒤돌아보는 여유와 품격을 스스로 찾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