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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날
부진섭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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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7  1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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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 다나스태풍이 동반한 비가 세차게 내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수년 전 문학회에서 차귀도로 향하던 날이 스쳐 지나간다. 섬에서 태어나 또 다른 섬으로 처음 가는 날이 아니었나 싶다.

그 당시 일행들과 차를 타고 달리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누군가 이대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예요?” 하자 낚시를 즐기는 회원이 차귀도가 있는 지역은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다고 위로 한다.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목적지 포구에 도착하자 정말 멈추었다.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강한 햇볕이 우리를 반기며 섬으로 안내한다. 바다물결에 보석을 뿌려놓은 듯 유난히 반짝인다. 그림 같은 바다 위에 우리일행은 실은 배는 신나게 달린다. 깊고 푸른 바다에 우뚝우뚝 서 있는 섬들은 어느 유명한 화가가 마음껏 펼쳐놓은 예술처럼 신기하여 넋을 놓고 보았다. 오랫동안 모든 풍상을 이겨내며 드러난 강인함이 덧보인다. 섬에 부딪치는 파도가 부서지면서 환영한다.

남자 회원들은 낚시하러 먼 바다로 갔다. 서울에서 온 부부가 두 딸과 함께하였다. 회장 친구 김 선생은 낚시에 취미가 없다며 여성과 아이들이랑 함께 섬에 내렸다. 서둘러 천막을 세우기 시작한다. 남자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땀을 뻘뻘 흘리며 능숙한 솜씨로 포구에 천막이 제대로 자리잡았다.

해변에 살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정말 오랜만에 바닷가로 내려갔다. ‘어떤 해산물이 있는 것인가.’ 하고 살피는데 보말과 굼벗이 보인다. 도구가 없고 출렁이는 파도에 휩싸여서 마음대로 손에 넣을 수가 없다. 바다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까마득히 잊고 살던 비릿한 내음이 전신으로 파고들어가며 기분이 업 된다.

남선생은 준비해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장구치며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해산물을 잡아서 선보인다. 한참 지켜보노라니 갈아입을 옷 준비도 없이 간 자신은 생각도 없이 바다로 뛰어 들어가게 될까봐 천막으로 이동했다.

쉬고 있던 김 선생은 일행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종류별로 분리하면서 작은 딸에게 이름을 설명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때 낚시 간 회원들도 크고 작은 고기가 가득 담긴 아이스박스를 들고 왔다. 그 속에 작은 문어는 유일하게 따라간 김 선생 큰딸이 낚았단다. ‘고기도 6마리나 낚았다며 햇살처럼 빛나는 웃음으로 아빠 엄마를 향해 손끝에서 느끼던 짜릿한 감정을 마구 표현한다.

낚시 갔다 온 회원들이 직접 고기를 손질하기에 회 뜨는 것을 도와드렸다. 서울에서 온 김 선생이 먼저 맛을 보고 섬에 와서 이 맛을 못보고 가는 사람은 후회한다.’고 하자 서로 맛있게 먹었다. 시원치 않은 칼로 엉망으로 썰어진 회지만 싱싱해서 정말 맛있었다. 비록 삶과 직업은 다르지만 조엽 문학 회장이 애써 추진한 덕분에 같은 장소에서 소중한 만남과 뜻 깊은 섬 기행으로 이어갔다.

섬에서 벗어나 회장 친구 분이 사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려고 차에 오르자 다시 비가 쏟아진다. 오고가는 길에서 우리 일행이 머무는 곳은 비가 멈추었다가 차에 오르면 비가 내렸다. 다른 지역은 아침부터 온 종일 비가 내렸다는데, 우리일행이 머물었던 지상마다 비가 멈추었다는 게 신기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와 무관한 과거에서 즐기던 일상이었을까. 섬 나들이 매력에 흠뻑 빠져서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뿌듯함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날이다.

다나스 태풍을 동반한 폭우가 억수같이 계속 내린다. 섬에 오고가던 길에서 환상적이던 마음과 달리 교차한다. 이 거친 비바람으로 침수 피해가 없어야 한다고 농부들과 사방에서 걱정하는 눈빛들은 빗줄기로 가리고 더욱더 줄기차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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