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탐라 九龍 이야길 따라
한라산 神이 숨겨 놓은 여의주 찾으러 내려온 ‘용’2. 용두암 上
장영주 객원기자  |  jejupress@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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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7  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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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날 용이 괴성을 지르는 모습.

한라산에서 아흔아홉 골짜기를 굽이쳐 흘러내리는 한천이 있습니다. 한천 하류에는 깊고 깊은 못이 있습니다. 그 못에는 용이 목욕을 하며 노닐다가 풍류객들이 흥에 겨워 장단에 맞춰 술을 마시며 시를 읊을 때 덩달아 취흥을 즐겼다는 용연을 끼고 서쪽으로 200여 미터 가다보면 웅장한 바위 하나가 한라산을 향해 서 있습니다.

 머리 높이 10m에 몸통길이 30m쯤 되는 이 바위는 새벽녘 일출의 촬영소로 유명하며 또한 일몰 촬영소로도 손색이 없는 아주 행복한 바위랍니다.

 왜냐고요? 비록 몸은 한라산 신과 싸우다 상처를 입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그와 벗 해주며, 사진을 찍고 옆에는 추우나 더우나 바람이치나 눈보라가 치나 항상 말동무가 되어 주는 인어공주 상이 다정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독을 달래주니까요.

 

 먼 옛날, 바다가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바다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하늘의 별들도 졸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고요함이 흐르는 바닷가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밤새들도 가만히 앉아 앞으로 일어날 일을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늦가을, 꽤 찬 바닷바람이 불만도 한데 이상하리만치 따뜻한 기운이 바닷가를 감싸고 있을 때 ‘철썩, 처얼써억’ 조그만 파도가 혹 잠든 별들을 깨울까, 혹 발자국 소리가 크게 날까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길 때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엔 검은 구름으로 덮였습니다. 한 뼘 남김없이 시커멓게 물든 하늘은 영락없이 별들을 내쫓았습니다.

 잔잔한 미소를 보내던 바다가 성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기운은 온데간데없고 넓은 바다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둠과 찬바람이, 파도와 어울려 온 세상을 무섭게 만들었습니다.

   

새끼 용처럼 생긴 바위.

 아무에게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는 듯 하늘이 구멍 뚫린 것같이 빗줄기가 갑자기 쏟아졌습니다. 바닷가에는 밤새도록 비가 내렸습니다. 어린아이 머리통보다 두 배나 되는 굵은 빗방울이 사정없이 내렸습니다.

 “괴상한 일이다. 내 평생 이런 비는 처음이오.”

 “무슨 조화인지….”

 “하늘이 노한 게여.”

 “바다가 노했어.”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쓰으윽, 쏴아아.”

 정말이었습니다. 시커먼 바다가 두 동강 나는 것이었습니다. 길게 뻗은 길이 생기며 그 한가운데가 흠뻑 파였습니다.

 “번쩍, 우르릉, 꽝.”

 이상한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습니다. 파란 불빛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천지가 진동하는 것이 멈추는 것도 순식간 벌어졌습니다. 신기하리 만치 파도도 멎고 비도 그치며 바람도 멈췄습니다.

 파란 불 빛을 삼킨 하늘은 시커먼 구름으로 가려 자신의 모습을 감췄고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퍼런 물결만이 넘실거리며 자신을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으흐흐흐, 흐흥.”

 하늘에서 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속 깊은 곳에 몸을 도사리고 있던 용이 드디어 바깥 하늘로 솟구쳐 오르더니 한라산을 노려봤습니다.

 한 동안 용은 이 세상 모든 게 자기 것인 양 으스대다가 번쩍 고개를 돌리더니 한라산 꼭대기를 향했습니다. 그리곤 두리번거렸습니다.

 오래전 한라산 신은 용의 여의주를 몰래 가져와 백록담에 숨겨 놓았습니다.

 “이제야 안심이다. 욕심쟁이 용이 여의주를 무는 날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이니까.”

 한라산 신은 바닷속에 살고 있는 용이 욕심을 부려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리 막아 보려는 심산이었습니다. 이를 눈치 챈 용은 여의주를 찾으러 한라산에 온 것이었습니다.

글·사진= 장영주

(스토리텔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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