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탐라 九龍 이야길 따라
산신과 싸움으로 만신창이 된 용, 행복바위로 ‘우뚝’3. 용두암 下
장영주 객원기자  |  jejupress@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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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7  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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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꼬리 부분이 살짝 바디 위로 드러난 모습.

 용은 백록담을 휘저어 다녔습니다. 가을날이지만 한라산에는 눈이 내렸고 칼바람은 백록담을 얼게 만들었습니다.

 용은 얼음이 두껍게 얼려 있는 백록담이 괜히 신경질이 났는지 코를 ‘흥흥’ 거리며 이것저것 들춰내니 깨끗했던 물을 더럽혔습니다.

 용은 그 물이 누구의 물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오직 여의주를 찾는 데만 정신이 팔렸습니다.

 “쳇, 할 수 없군. 다음 기회에 다시 와서 찾기로 하고 기왕 온 김에 불로장생 약초나 캐고 가련다.”

 서북바위 쪽으로 내려온 용은 혀를 날름거리며 한라산을 누볐습니다. 용은 울창한 숲이며 쌓인 눈 때문에 불로장생 약초는 찾지 못했습니다. 화가 난 용은 큰소리를 쳤습니다.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용의 큰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오면서 눈사태가 났습니다.

 “누구야? 단잠을 깨우는 놈이.”

 한라산 신이 잠에서 깼습니다.

 “어느 놈이 감히 이곳에서 큰소린가?”

 한라산 신이 눈을 부릅뜨고 보니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껴 쓰던 백록담의 물은 흙탕물이 되었고, 몰래 숨겨 놓은 불로장생 약초는 엉망으로 파헤쳐져 있었습니다.

 “이런 괘씸한 놈이.”

 화가 난 한라산 신은 얼른 활을 집어 들었습니다. 화살을 끼우고 용을 향했습니다.

 “네, 이노옴.”

 얼마나 큰소리였는지 용은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딜, 함부로…. 이제까지 내 손아귀를 빠져나간 놈은 하나도 없었으리라.”

 한라산 신은 용을 향해 활을 쏘았습니다. 화살이 보기 좋게 용의 몸에 꽂혔습니다. 용은 요동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차츰 기운이 떨어지며 아흔아홉골짜기에 힘없이 주저앉았습니다.

 ‘음 분하다.’

 용은 지금껏 용궁나라에 있을 때 누구든 싸움에서 진 적이 없었는데 한라산 신이 쏜 화살이 얼마나 힘이 세고 단단했던지 몸 깊은 곳에 꽂혀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용은 젖 먹던 힘 까지 모두 내어 용궁으로 돌아가려 죽을힘을 다해 바닷가로 기어갔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용두암(용의 머리부분.

 바다 속에 들어가 용궁에 가면 한라산 신이 쏜 화살을 빼내고 다시 기운을 차려 한라산 신과 싸워볼 양이었습니다.

 용은 있는 힘껏 꿈틀 거리며 바닷가로 기어 들어오니 아흔아홉 골짜기에서 한천까지 용이 지나치던 흔적으로 한천이 생겼습니다.

 “첨벙.”

 겨우 바닷가에 다다른 용은 고개를 돌렸습니다.

 “음, 분하다. 내가 한라산 신에게 당하다니….”

 용은 분함을 이기지 못해 머리를 들어 한라산 신이 있는 쪽을 향했습니다.

 “내 여의주를 찾는 날, 꼭 원수를 갚으리라.”

용은 울부짖다 그대로 굳어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 하늘을 덮었던 시커먼 구름이 걷혔습니다. 맑은 밤하늘엔 별들이 바닷가를 내려다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돌이 된 커다란 용이 머리를 물위로 내밀고 한라산을 향해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광경이 무섭게 보였습니다.

 “내 여의주를 꼭 찾으리.….”

 용이 파도 소리를 빌려 크게 마지막 소리를 질렀습니다.

 “괘씸한 놈 같으니….”

 한라산 신이 노여움에 찬 호령의 꾸짖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용과 한라산 신은 으르렁 거리는데 한라산 신의 활을 맞은 용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 몸을 뒤틀며 울부짖으며 포효하는 형체로 몸이 굳어 바위가 됐습니다.

 그 후 파도가 치고 세찬 바람이 불 때면 돌이 된 용은 괴상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소리가 웅장하고 돌이 된 모습이 용의 머리 같다하여 ‘용두암’이라 불리고 있답니다.

 

 덧붙여, 흑룡은 용기와 비상, 희망, 행운을 가져다준다 합니다. 용두암은 검은 현무암으로 태고적부터 형성된 바위로 흑룡을 상징하며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행운이 깃든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바 용두암 바로 옆에 있는 인어공주 상을 보면 사람들이 소원을 빌었던 손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글·사진= 장영주

(스토리텔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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