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탐라 九龍 이야길 따라
태어나지 못한 왕의 못다 이룬 꿈, 산방산 수호로 남아4. 용머리
장영주 객원기자  |  jejupress@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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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7  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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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 해안가.

 ‘용머리는 고(호)종달이 중국 진시황제의 명을 받아 탐라에서 인물(왕)이 태어날 지맥(왕후지지)을 끊으려 휘두른 칼에 처참히 잘려 나간 산방산 앞 용 몸통 형체다’

 

 산방산은 높이 395m이며, 모슬포로부터 동쪽 4㎞ 해안에 있습니다. 신생대 제3기에 화산회층 및 화산사층을 뚫고 바다에서 분출하면서 서서히 굳어 지금의 모양이 됐습니다. 산방산 중간 부분에 있는 산방굴사에서는 언제나 물방울이 천정에서 떨어집니다. 이 물방울은 자신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몸을 소나무에 맡긴 애절한 천상의 나라 공주의 눈물이라 전해 옵니다. 그 소나무는 재선충에 걸려 죽고 말았고 이 동굴 밖 남쪽으로는 형제 바위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하멜 표류 기념탑이 건립된 바닷가 아래 끝자락에 머리를 지켜들고 승천하려는 용의 몸통 모양을 한 거대한 암석을 ‘용머리’라 부른 답니다.

 

 먼 옛날, 멀리 남쪽 나라 하늘을 바라보던 진시황제는 깜짝 놀랐습니다. 푸른 정기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걸 봤기 때문입니다.

 “저게 무슨 빛인고?”

 “예사 불빛이 아닌 줄 아뢰오. 필시 큰 인물이 태어날 징조인가 하옵니다.”

 큰 인물이 태어난다는 점쟁이 말에 진시황제는 눈을 감고 깊은 생각을 했습니다.

 ‘큰 인물이라면 나보다 더 높은 인물이란 말인데….’

 진시황제의 고민은 나날이 더 깊어만 갔습니다.

 “마마 옥체를 보존 하소서”

 신하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진시황제도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습니다.

 ‘음, 저기에서 왕이 나온다면 나는?’

 진시황제는 소름이 끼쳤는지 곧 풍수지리에 능한 고종달을 불렀습니다.

 “당장 저 불빛이 나오는 곳에 가서 왕이 태어날 지맥을 끊어라.“

 진시황제의 명을 받은 고종달은 배를 타고 푸른빛이 솟아오르는 섬으로 내려왔습니다.

 고종달은 동쪽 종달리 수맥을 끊는 걸 시작으로 서쪽으로 향하는데 가슴에 품고 있는 지도에는 나와 있는 ‘꼬부랑나무 아래 행기물’만은 찾지 못했습니다.

 고종달은 수맥의 정기를 끊으며 서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이상하도다. 왜 이리 힘이 들까?’

 고종달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잠시 바닷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아니?’

 고종달은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에서 봤던 이상한 빛이 꿈틀거림을 봤기 때문입니다.

 고종달은 얼른 품었던 지리서를 꺼냈습니다. 거기에는 ‘왕후지리’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왕후지리란 왕이 태어날 지맥이라는 뜻입니다.

 ‘과연, 과연.’

 고종달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맥을 보건데 뒤로는 기암절벽 산방산이 떡 버티어 누구든 감히 접근하지 못하게 지키고 있고 앞으로는 넓고 푸른 태평양의 물줄기가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지켜주는 그야말로 왕의 위엄을 날리는 그런 지세였습니다.

 ‘바로 저것이다.’

 고종달은 진시황제가 자기를 보낸 이유를 알았습니다. 저런 지세를 그대로 놔뒀다가는 필시 천하를 호령할 왕이 태어날 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천하를 호령한다는 말은 곧 중국의 진시황제까지 몰아낸다는 일이니 그야말로 진시황제로선 큰일이었습니다.

 고종달은 천천히 지리서를 살폈습니다. 지리서에는 길게 물속에 잠긴 지세는 용의 꼬리는 산방산을 지탱하는 듯하고 태평양 넓은 바다를 향해 하늘로 치솟은 괴암은 용이 승천하려는 기상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고종달이 휘두른 칼에 용의 등이 갈라진 모습.

 고종달이 넋이 나가 있는 사이 용은 막 하늘로 승천할 듯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기대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용이 승천하리라.’

 고종달은 얼른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용이 승천하려는 듯 머리를 치켜 올리는 순간 칼로 등을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붉은 피가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하늘까지 진동했습니다. 고종달은 계속하여 용의 등을 칼로 찍어 갔습니다. 용은 크게 울부짖다가 그만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용의 등에서 흘러내린 피는 곧 바다를 물들였습니다. 그렇게 맑고 깨끗하던 바다는 순식간에 검붉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멀리서 이 관경을 지켜보던 진시황제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큰 한숨을 쉬었습니다. 먼 남쪽 나라 하늘에서 푸른빛이 사라졌으니까요.

 “마마, 이젠 옥체를 보전하옵소서.”

 “그러하옵니다. 그동안 옥체가 너무 상하셨나이다.”

 “네네네, 무병장수하는 불로초를 드시옵소서.”

 신하들이 아부소리를 들으며 진시황제는 귀가 솔깃하였습니다.

 “불로초라?”

 진시황제의 중얼거림을 눈치 챈 신하들은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신하들은 동남동녀 5백 명을 불러 모아 불로초를 구해오라 일렀습니다.

 이 순간, 왕후지지의 맥을 끊은 고종달은 주변의 으스스한 기운을 느꼈는지 얼른 중국으로 돌아가다 차귀도 바다 길목에서 한라산신이 세찬 바람을 보내 배를 뒤집으니 고종달은 죽었고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블은 불로초를 못 찾아 그냥 돌아갔다는 ‘서블 과차’란 마애명을 새겼습니다.

 그 후 산방산 아래 용 몸통은 세 등분 돼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가끔 들리는 세찬 태풍의 길목에서 늘 웅장함을 잃지 않으려 산방산을 지키는 용신이 됐답니다.

 

   
 

 하멜기념비를 거쳐 남쪽 바다로 돌출한 부분이 배를 타고 멀리서 보면 마치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용머리’라 하며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체로 한라산과 용암지대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에 마그마가 대륙붕에서 터져 나올 때 바닷물과 만나 격렬히 폭발하면서 화산재가 용의 몸통과 머리 모양을 하여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으로 있습니다.

  글·사진= 장영주

  (스토리텔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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