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탐라 九龍 이야길 따라
달콤한 물 맛에 빠진 화룡, 남당물통 수호신 되다5. 남당암수 수룡
장영주 객원기자  |  jejupress@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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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7  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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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수룡이 남당물통과 실크브리지를 바라보고 있다.

 남당암수 수룡은 땅속 마그마 세상에 살던 화룡이 더운 몸을 식히려 남당물통 물을 먹다가 후미로 뱉어낸 물 엉덩이 형체로 애월읍 금성리 바닷가에 있다.

 제주시 곽금초등학교에서 곽금(곽지·금성)8경이란 올렛길을 도내 초등학교 처음으로 개장했다. 곽금 8경 중 제5경(남당암수)은 과오름(셋오름) 자락으로 용암이 흘러 곽지리와 금성리의 기반을 만들었고 그중 커다란 용암 덩어리는 금성리 바닷가에 멈춰서 수룡의 몸통을 만들었다. 용암이 흘러 바닷가로 가기 전 평평한 들은 높은 곳에서 보면 신선들이 바둑을 두는 모양이라 해 ‘선인기국’이라 불리고, 이 수룡의 후미에서 솟아오르는 물로 금성리 남당 머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됐기에 이를 ‘남당암수’라 불렀다.

 

   
선인기국.

 먼 옛날, 땅 속 깊은 나라에 화룡이 살았습니다. 화룡은 뜨거운 마그마가 싫어 언제면 시원한 물이 있는 인간 세상에 나가 볼까를 동경 했습니다.

 “내가 데려다 줄까?”

 땅속 나라 과오름신이 화룡에게 말했습니다.

 “어떻게요?”

 화룡은 귀가 번쩍 뜨였으나 바깥 세상에 나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내가 염라대왕의 명을 받았거든, 인간 세상에 바둑판처럼 생긴 땅 덩어리가 있는데 그 곳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농사가 잘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그 바람을 막으러 가는 거야.”

 “바람을 막아요?”

 “그럼, 바람 때문에 농작물을 망치니 이를 보호하러 가는 거야.”

 “좋은 일을 하러 가는 거니 저 좀 데리고 가 주세요.”

 “알았어, 지하 문이 열리는 날 내 뒤를 따라 바깥 세상에 나가려무나.”

 “바깥 세상에 나가면 뭘 해야 하나요?” “사람들이 먹는 물을 지켜주면 돼.”

 과오름신의 말에 솔깃한 화룡은 이런저런 기회를 엿보며 바깥 세상에 나갈 시간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자, 지금이다.”

 과오름신이 외침에 땅속 나라가 흔들거리며 지하 문이 열리는 시간에 화룡은 쏜살같이 날아 인간 세상에 나왔습니다.

 “세상에!”

 화룡은 어두컴컴하고 뜨거운 땅 속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다리를 발견했습니다. 그 다리는 바닷가에 타원형(누에가 허물을 벗는 모양)으로 신비로움을 풍기는 아름다운 모양을 바라보며 화룡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다리에는 오색찬란한 불빛이 흐르고 가끔 씩 일렁거리는 먹자갈이 파도 소리에 맞춰 은구슬처럼 또르르 굴러가는 노랫소리는 황홀경이었습니다.

 “이런.”

 화룡은 한참이 지나서야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고 과오름신과의 약속을 지키려 남당물통을 찾아 나섰습니다.

 “여기구먼.”

 

   
남당물통.

화룡은 남당물통을 발견했습니다. 남당물통에는 시원한 물이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화룡은 몸속 열을 식히려 남당물통 물을 벌컥 들이 켰습니다. 남당물통의 물은 약수처럼 달콤했으며 향기로운 냄새까지 풍기고 있었습니다. 화룡은 정신없이 남당물통의 물을 먹다보니 이내 남당물통의 물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게 됐습니다.

 “이노옴, 그 물통의 물은 네가 먹을 물이 아니니라. 사람들의 생명수인 게야. 내가 물통을 지키라 했거늘….”

 과오름신의 꾸지람 소리는 너무나 달콤한 물맛에 빠진 화룡에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물장구치며 노는 데만 정신을 팔렸습니다.

 “너는 영원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돌이 되리라.”

 화가 난 과오름신은 있는 힘을 다해 화룡을 정자정천 끝자락에 쳐 박아 놓았습니다.

 “남당물통을 지키는 수룡이 되거라”

 수룡은 남당물통의 물을 너무 많이 먹었기에 창자를 지나 후미 쪽으로 흘러들어 한 곳에서 분출하는 용천수(남당암수)를 만들었습니다.

 

 수룡의 모습은 삼등선 과오름 굴곡처럼 꿈틀거리는 형상을 하고 있다.

 수룡이 정신이 몽롱할 정도로 반해버린 아름다운 다리를 ‘실크브리치’(일명 새설 다리)라 해 오늘날에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독차지 하는 명소가 됐다.

 실크브리치란 누에고치가 허물을 벗는 모습의 다리란 뜻으로 비단결 같은 곡선에 파도를 휘 감아 오는 진취적 기상을 나타내는데 이는 강성균 국문학자에 의해 처음 세상에 얼굴을 내밀게 됐으며 제주도 최초 양잠을 쳤고 제주도 최초 교회(금성교회)와 더불어 금성리를 대표하는 명소로 우뚝 서게 됐다.

   
누에고치가 허물을 벗는 모습의 실크브리지.

글·사진= 장영주

  (스토리텔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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