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2017년 약 1000억원에 이르는 도민 혈세를 투입해 출범한 버스준공영제가 당초 우려했던 대로 적폐가 그대로 드러났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준공영제에 참여한 7개 업체를 대상으로 감사한 결과 사업체들이 혈세를 족벌 경영에 마구잡이로 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감사결과를 보면, 근무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90세 사업체 주주의 관련 노모에게 700~800만원의 월급이 지급되는가 하면 사업체 주주의 가족과 친인척 등을 임원으로 등재해 거액의 연봉을 챙긴 염치불구한 행위도 서슴없이 벌어졌다. 또 정비직과 관리직의 남은 인건비 집행 잔액을 반납하지 않고 임원 인건비로 전용해 착취했다. 뿐만 아니라 당초 임원인건비로 책정된 표준운송원가보다 10배 가량 인상된 높은 인건비를 제멋대로 지급해 연간 6억5000여 만원의 사업 공금을 가로 채기도 했다. 도민은 버스업체의 봉인가. 제주도정은 도대체 뭘 했나.

　사업체의 행위는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를 넘어 선 분명한 범죄행위이다. 물론 제주도정도 사업자와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업자의 일련의 행위는 도정의 묵인 없인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의 지적대로 부당한 임원 인건비의 회수는 당연히 해야 하고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도 재발방지를 위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2

　제주의 버스준공영제는 민선6기 원도정에서 버스전용차로를 개설해 시민들의 대중교통이용률을 높여 도심지 주차난과 교통난을 해소하고 노선확대와 운수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개선하겠다는 명분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다. 이에 따른 사업비로 당시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 앞으로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특히 버스준공영제로 인한 불똥이 택시업계로 튀면서 농촌지역에서 택시비에 대한 보조금도 지급되고 있어 이를 도시 지역으로 확대 할 경우 버스준공영제로 인한 예산 투입액수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지난 약 2년여간의 버스준공영제 정책 운영 결과에 따른 시민들의 평가는 어떨까. 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교통비가 싸고 편리하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이나 택시업계는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는 것에 비해 다수의 시민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그에 따른 폐해도 택시업계의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이 거세다.

　버스준공영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당시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됐다. 원 도정 역시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를 벤치마킹해 제주형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제주는 엄연히 도시계획형태와 주거행태 그리고 대중교통 연결 행태가 엄연히 다른 도시다. 말하자면 서울은 제주도 정도의 면적에 집약된 계획도시로 1000만명이 거주한다. 지하철과 버스노선의 연결이 아주 잘되어 어느 곳에서는 환승이 용이하다. 이에 비해 제주도는 넓은 땅에 겨우 70만명이 안되는 인구에 도농형태의 산발적인 주거지가 형성돼 있다. 서울시 일개 구청만한 인구가 제주전역에 걸쳐 분포돼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서울과 생활환경 여건이 다른 제주에 과연 서울시와 같은 정책을 해야 했는지 아쉬움이 많다.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사업에는 효과성을 간과 할 수 없고 특히 대규모혈세가 투입되는 소모성 사업이라면 더욱 사업의 실효성을 따져 봐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