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이 솟아 ‘세계의 지붕’이라 일컫는 에베레스트 산(8848ｍ)은 성층권의 3분의 2까지 솟아있어 산소부족과 강풍, 혹한 때문에 정상에는 동·식물이 살 수가 없다. 웅장한 크기와 높이 때문에 티베트어로 ‘세계의 어머니’라는 뜻이 있다. 1852년에 인도 측량국을 통해 지상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확인됐다. 1920년 티베트 등반로가 열리면서 등반이 시도됐지만 험준한 환경으로 거듭 실패하다가 마침내 1953년 뉴질랜드인 양봉업자 에드몬드 힐러리가 첫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1977년에 제주출신 고상돈이 성공했는데 이것이 14번째 세계 정상정복이다.

에베레스트 하면 떠오르는 게 ‘태고의 신비’ 내지는 ‘백색의 순수’라는 단어가 오버랩된다. 그러나 요즘 현실은 이와는 영 딴판이다. 네팔 정부가 지난 5월부터 6주간 베이스캠프와 등산로 등에서 쓰레기를 수거한 결과 무려 11톤의 쓰레기가 나왔다고 한다. 에베레스트의 극히 일부 지역만 수거했는데 이 정도다.

산소통, 찢어진 텐트, 깡통, 빈병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넘쳐났다. 등반대의 배설물도 골칫거리다. 올해 등반시즌에만 12.7톤의 배설물이 베이스캠프에서 인근 쓰레기 적치장으로 옮겨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베이스캠프까지만 가는 관광객을 포함하면 연간 10만여명이 찾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다. 지난해엔 이 숫자가 14만명까지 늘었다. 정상에 오른 사람만도 지난해 807명에 달한다.

사정이 이러니 네팔정부가 급기야 요건을 대폭 강화한 에베레스트 새 등반규정을 내놨다. 내년부터는 6500ｍ 이상 등반 경험이 있어야 한다. 건강진단서도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쓰레기를 줄이는 문제다. 이를 위해 등반허가 요금을 현재 1인당 1만1천달러에서 3만5천달러(약 4200만원)로 대폭 올렸다. 가난한 사람은 이젠 에베레스트 등정의 꿈을 버려야 할 것 같다. 특히 순백(純白)의 에베레스트가 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진 현실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높디높은 에베레스트가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넘쳐 몸살을 앓는 걸 보면, 하물며 평평한 땅을 짚고 사는 대륙과 해양자원은 얼마나 오염됐을까, 의구심이 든다. 바다에 쌓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21세기 들어 최대의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미세 플라스틱이 더 문제다.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처음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제조되거나, 버려진 일반 플라스틱 제품은 오랜 기간 바다에서 떠돌다 보면 쪼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생성된다. 세정제 치약 칫솔 화장품 같은 생활용품은 처음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제조된다, 크기가 너무 작아 하수처리시설에도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강으로 그대로 유입되는데, 물고기들이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면 그 고기를 낚아먹는 인류의 건강에 큰 문제가 된다. 일상은 쌓인다.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의 시간과 기억이 무늬처럼 새겨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요즘 바다에는 바다의 시간이 아니라 사람의 흔적이 쌓인다는 것이다. 들고나는 파도에 바다는 버려진 플라스틱이 아니라 모래가 밀려들고 밀려나야 한다. 바다 아래 물고기의 삶의 터는 깡통과 페트병이 아니라 청정한 바위틈이나 모래 속이다. 제주도에선 연간 2만톤의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 중 3분의 2는 도내에서 버려진 쓰레기, 나머지는 육지나 먼 바다에서 해류를 타고 넘어온다. 칫솔 낚시대 비료포대 술병 페트병 비닐봉지 어구 등 하나같이 유용하게 쓰이고 습관처럼 버려진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