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A부터 Z까지 임신에 대한 모든 것 샅샅이 알려줄게
송해나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문예출판사, 312쪽, 1만4000원)

▲ 책 ‘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표지.

“임신이다. 나는 이제부터 걸어다니는 걱정덩어리다.”
이 글은 저자가 임신 3주 때 트위터에 쓴 글이다. 그는 임신 초기, 주변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임신으로 인한 걱정과 고통을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트위터에 임신하는 중 느끼는 기분과 감정들을 정리했다. 이를 본 사람들이 그의 트위터를 구독하기 시작했고 점점 구독자 수가 늘어났다.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그의 ‘임신일기’는 완성되지 않았을 거라 말한다. 저출산 시대, 임신을 장려하는 국가 정책은 수없이 광고하지만 정작 여성이 임신을 하면 어떤 변화를 겪는지에 대한 광고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임신이 여성에게 끼치는 신체적 변화와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해 저자는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10개월동안 낱낱이 기록했다. 저자는 남편과 철저한 계획 아래 임신을 했다. 그러나 막상 임신을 하는 동안 사회가 얼마나 여성의 고통에 무지한지, 자기 자신이 임신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고백한다.

책은 여성으로서, 아이를 가진 예비 엄마의 입장으로서 임신과 출산 경험을 이야기한다. 동시에 임신 경험은 저마다 다르고 여성들의 서사는 납작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개인 기록인만큼 임산부를 대표하는 고유 명사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저 사회적으로 임신한 여성이 어떤 모습이 되고,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 하나의 사례로 읽히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라는 다정한 말 뒤에 숨어있는 임신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돼 사회가 여성을 더이상 생산의 도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나아가 사회가 여성이 임신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그들의 삶과 목소리를 더욱 존중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써 내려갔다.

그 뜨겁고 날 것의 마음이 트위터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러나 비임산부들이 모르는 임신에 관한 정보, 삶의 한 부분을 정리한 기록은 임신 경험자들에게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조언으로 다가갔다. 임신 테스트기에서 붉은 두 줄의 선이 뜬 그때부터 출산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비임산부들에게 임신에 대한 궁금증과 새로운 점들을 알게 해준다. 책은 모든 여성이 임신을 진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지침서 역할을 기꺼이 도맡는다.

#제주 역사를 ‘문학’으로 짚어보다
김동윤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한그루, 380쪽, 1만9000원)

▲ 책 ‘문학으로 만나는 제주’ 표지.

4·3문학에 대한 연구와 현장 비평을 이어오는 김동윤 평론가의 새 책이 나왔다. 이번 책은 학생과 일반인을 포함해 누구나 쉽게 제주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은 제주의 신화와 전설, 역사와 현실, 삶과 문화를 다룬 문학들을 두루 짚어본다.

설문대할망과 자청비, 서련 판관, 이형상 목사, 김만덕, 배비장을 거쳐 ‘이여도’와 4·3, 제주어, 원도심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제주의 인문환경과 ‘섬 사람’들의 현실을 성찰하고 전망한다. 태고부터 현재까지 제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고 ‘설화와 역사를 만난 문학’, ‘항쟁의 섬, 현실의 언어’ 순으로 관련 글을 엮었다.

제주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제주 문화와 제주인의 정체성을 ‘문학’으로 살피는 시도는 쉽게 볼 수 없다.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제주문학에 접하고 싶다면 이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딱딱해지는 삶에 한 줄기 빛 되는 글
‘제주수필과비평’제5호 (수필과비평사, 344쪽, 1만2000원)

제주수필과비평작가회가 다섯 번째 ‘제주수필과비평’을 발간했다. 이번 호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주의 바람’을 특집으로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제주의 삶과 역사를 제주수필과비평작가회 회원들의 신작으로 짚어본다.

초대 수필로 노혜숙씨의 ‘바람의 변주곡’과 최화웅씨의 ‘떨켜를 생각하다’가, 초대평론으로 한상렬씨의 ‘코키토(cogito) 수필문학에서의 사유의 문제’가 수록됐다. 이와 함께 강서, 강순지, 강순희, 고미선, 고연숙, 고용석, 고한철, 고해자, 김대곤, 김백윤, 서경림, 송영미, 송이환, 양재봉, 오승휴, 이정자, 이향주, 임경희 등 회원 29명의 수필 작품 2편을 만날 수 있다.

또 ‘제주의 바람’을 주제로 한 수필로는 ‘입산봉 앞에서’, ‘설운 애기야’, ‘바람 먹는 섬’, ‘헬스케어타운’ 등 회원 14명의 작품이 담겼다.

#여전히 삶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격려
키키 키린 ‘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항해, 292쪽, 1만5500원)

▲ 책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표지.

일본 영화에서 친근한 얼굴로 등장한 배우 키키 키린. 그는 지난해 75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배우 키키 키린은 생전 수많은 작품에서 가족을 걱정하는 어머니로, 억센 뚝심으로 생활력 강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잘 모르는 인간 키키 키린은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록커와 결혼해 43년간 별거 혼을 유지했고 남편없이 혼자 딸을 키운 엄마였다. 수입이 불안정한 연예계에서 생활의 안정을 위해 부동산에 집착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면모에는 ‘행복이란 늘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는 긍지가 있었다. 그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나 시시해 보이는 인생도, 호기심을 가지면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타계 직전까지 영화 현장을 지켰던 그가 인생을 살며 느꼈던 한 마디, 한 마디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독립운동가 자녀의 눈으로 본 일제강점기
최올가, 최발렌틴 ‘나의 아버지 최재형’ (상상, 312쪽, 1만6000원)

▲ 제주수필과비평 제5호 표지.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딸 최올가씨와 아들 최발렌틴씨의 육필 원고를 번역한 책이 세상에 나왔다. 책은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이자 임시정부 초대재무총장을 지낸 최재형의 항일 독립 투쟁의 여정을 딸과 아들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최재형은 1860년 함경북도 경원에서 노비인 아버지와 기생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 9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와 형을 따라 러시아 연해주로 건너갔다. 러시아에서 무역업과 군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는 항일 독립운동 조직을 결성하고 독립운동가들을 양성하는 등 조직적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교육이 조국 독립의 뿌리임을 믿었던 그는 학교와 교회를 세우는 일에도 앞장섰다. 책에는 최재형이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기획하고 지원했음을 소개하는 등 일제강점기의 실상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이와 함께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지금 당신은 잘 살고 있나요?
한재우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21세기북스, 240쪽, 1만4000원)

▲ 책 ‘나의 아버지 최재형’ 표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잘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사정이 가장 무겁다는 말이 있듯 누군가는 어떤 것을 시작하기에 앞서 걱정이 많고 또다른 누군가는 어떤 일을 하는 게 버겁다. 다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였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고민은 하나로 정해진다. 잘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라는 물음이다.

책은 묵직한 고민을 안은 채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34편이 수록됐다. 저자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엔 고민이 늘 많았지만 그 고민들은 결국 예외없이 시작을 미루는 핑계가 되었다고 단언한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언제나 시작 그 자체였으며 일단 발을 들여놓길 바란다. 출발이 형편없더라도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어딘가에는 ‘있다’고 말하며 진솔한 응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