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는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하면 ‘어사화’라 하여 보라색·노란색·다홍색 무궁화를 머리에 꽂았으며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영예로운 훈장도 ‘무궁화 대훈장’이다.

　대한민국 수립 직후인 1949년 행정·입법·사법 3부의 휘장은 모두 무궁화로 도안했으며, 1950년에는 태극기의 깃봉을 무궁화 꽃봉오리로 정했다.

　그리고 무궁화는 주로 꽃잎의 빛깔에 따라 여러 품종으로 나눠진다. 대표적으로 흰 꽃잎 안쪽이 붉은 ‘백단심’, 꽃잎에 분홍색 얼룩이 들어간 ‘아사달’, 연분홍 바탕에 짙은 얼룩 줄무늬가 있는 ‘영광’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무궁화 꽃의 희고 중심부에 붉은 무늬가 들어간 무궁화(백단심)를 우리나라 표준 꽃으로 정했다.

　엊그제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가 “할아버지, 무궁화가 뭐야”라는 질문에 나는 “우리나라 꽃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TV나 책에서밖에 무궁화를 본 기억이 없다는 말에 가슴이 막혀왔다.

　막상 주위를 살펴보니 나 또한 실물로 무궁화를 본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까마득하기만 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벤저민 토머스 작가 서명이 적혀 있는 링컨 전기 한정판과 아시아 순방을 맞아 특별 제작한 ‘오리지널 아시안 메이플 글라스 워크’를 선물했다. 당시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는 무궁화 모양의 ‘크리스털 글라스 플라워(Crystal Glass Flower)’를 전달했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에 1000만 그루가 넘는 무궁화가 국가 주도하에 심어졌다. 그래서 웬만한 시골 마을 입구나 울타리에는 무궁화가 지천이었다.

　그런데 그 많던 무궁화가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일제 강점기 일제가 우리 국화를 마구 파헤치고, 우리의 무관심 속에 어느새 화려한 외국 꽃이 거리와 정원을 점령한 지도 오래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무궁화는 새벽에 펴서 저녁에 지는 하루살이 꽃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도 있고, 병충해에 약해 키우기 어렵다는 선입견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원이나 공원을 조성할 때 외국 꽃보다 무궁화 묘목을 덜 심고, 가꾸는 일에 소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산림청에서 발표한 ‘무궁화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77.8%가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우리 민족을 가장 잘 상징한다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국민의 반수 이상(56.2%)이 나라꽃으로 무궁화가 국민 곁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국회의원의 ‘금배지’가 무궁화 문양인데 무궁화가 이처럼 뒷전으로 밀려나 홀대받고 푸대접받는 곳은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스 등 서유럽 등지에서는 무궁화가 최고의 여름 꽃으로 많은 이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목근화(木槿花)라고도 불리며 꽃말이 ‘일편단심’인 무궁화. 최소한 공공기관이나 교정과 공원 등에 많이 심고 가꾸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