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탐라 九龍 이야길 따라
“니 땅, 내 땅” 싸움에 흑룡 비늘 켜켜이 쌓아 평화 수호9. 흑룡만리
장영주 객원기자  |  jejupress@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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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5  18: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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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형태 돌담.

 흑룡만리는 제주의 들판을 휘젓고 다니다 설문대할망의 꾸지람에 자신의 비늘로 밭담을 쌓아 농토 분쟁을 막은 용비늘 형체다.
 
 현무암 돌담이 마치 용이 만리장성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형상을 이르는 말로 ‘흑룡만리’라 하는데, 송성대(전 제주대 교수)의 ‘제주인의 해민정신’에 의해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박소명 작가가 2014년 ‘흑룡만리, 우리 창작 그림책’에서 동화화 했으며 이를 다시 스토리텔링 한 것이다.

 
 하늘나라에 화룡이 살았습니다. 
 화룡은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했습니다. 길을 가다 천도복숭아가 보이면 무작정 들어가 따 먹었습니다. 땀에 몸이 젖으면 아무 호수에나 텀벙 들어가 오줌을 누며 물을 흐려 놓았습니다. 
 화룡의 심술은 나날이 더해 갔습니다. 이러다간 옥황상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천궁의 복숭아며 호수도 어떻게 할는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단단히 일러라. 무법천지로 날뛰다간 크게 벌을 받으리라.”
 내무대신이 화룡을 불러 옥황상제의 명을 전달했지만 화룡은 선녀들의 옷자락을 한데 묶어놓아 날갯짓을 하지 못하게 하는가 하면 지옥명부를 천당명부로 고치려 막무가내로 날뛰었습니다. 
 “그렇게 타일렀건만 못된 버릇이 나아지질 않는구나! 이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저 놈이 정신을 차리게 땅속나라 지옥에 가두고 설문대할망은 이를 잘 지키도록 하라.”
 설문대할망은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화룡에게 단단히 일렀습니다.
 “앞으로 천 년 동안 꼼짝 말고 반성하며 지내야 한다. 잘 지내면 하늘나라로 올려 보내고, 다시 말썽을 부리면 산산조각 내 버리리라.” 
 오랫동안 땅속나라에 갇혀 몸이 검게 변한 흑룡은 못된 버릇이 되살아나 몸이 근질거렸는지 입에 물고 있던 불을 확 내 뿜어 땅 바닥을 갈라놓고는 땅속나라에서 빠져 나와 인간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옥황상제의 명을 어기다니! 돌이 되어라!” 
 설문대할망은 화가 나 용석이 된 흑룡을 주먹으로 쾅 내리쳐 산산조각 냈습니다.

   
농작지소유경계 돌담.

 
 인간 세상에 백범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백범은 진빌레에 올랐습니다. 
 높다란 한라산 봉우리와 널따랗게 펼쳐진 산자락 아래 들판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곳은 내 땅이야.”
 “무슨 소리, 우리 조상 땅이란 말일세.”
 사람들은 자기네 땅이라 우기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얘야, 어린 네가 봐도 걱정되지?” 
 언제 왔는지 허름한 옷을 입은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예, 어른들은 왜 이렇게 다투기만 할까요?” 

 “큰일이구나. 이러다 세상이 어떻게 될지…….” 
 백범은 한동안 진빌레에 주저앉아 있다가 잠결에 어디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살려주세요.’
 흑룡이었습니다.  
 그때 웬 나이 많은 할머니가 백범 옆에 앉았습니다. 
 “할머니, 흑룡에 대해 아세요?” 
 “흑룡? 글쎄다.” 
 “꿈에 불에 탄 흑룡이 살려달라는 거예요.”
 “흠… 답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법이지.” 
 할머니가 중얼거렸습니다. 
 “가까운 곳이요?” 
 소리치던 백범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습니다. 
 방금 옆에 있던 할머니가 커다랗게 변해 한라산으로 성큼 발을 떼는 것이었습니다. 
 “전설로만 듣던 서, 설문대할망? 이거 꿈인가?” 
 백범은 얼굴을 꼬집어봤으나 꿈이 아니란 것을 눈치 채고는 설문대할망이 뭔가를 가르쳐 주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음, 답을 가까이에 있다. 그럼?’
 백범은 벌떡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쏜살같이 달려가 산산 조각난 흑룡의 비늘을 들어 보았습니다.
 ‘어쩜 이게 답이 런지 몰라.’
 백범은 사람들이 자기네 땅이라고 싸우던 곳에 흑룡 비늘을 쌓아 경계를 만들기 시작 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도 흑룡의 비늘을 쌓아 자기네 땅임을 나타내니 네 땅 내 땅이라 싸우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 후 사람들은 흑룡 비늘로 경계선을 쌓은 곳을 ‘밭담’이라 불렀습니다. 

   
농작지경계 돌담.

 
 세계자연유산마을 월정리 진빌레 밭담 길은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연계협력사업)으로 추진하는 FAO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 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사업으로 조성됐는데, 돌담의 경관적 가치(장영주, 오마이뉴스, 2008월 5월 15일자 게재)를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고 했다. 
 독일의 백조의 성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웅장하지도 않지만 억센 비바람에 맞서 쌓아온 생존의 역사인 동시에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온 지혜의 산물이다. 올렛담, 원담, 환해장성, 밭담을 모두 연결하면 장장 2만㎞가 넘는다고 한다. 
  글·사진= 장영주
  (스토리텔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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