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호 태풍 ‘타파’는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여섯 번째 태풍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 해 여섯 차례 태풍의 영향을 받았던 해는 40여년 만이라고 한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폭우뿐만 아니라 해안가에 높은 해일을 야기하기 때문에 연안 침수, 해안 침식 등의 연안재해를 동반한다. 내 기억엔 2016년 태풍 ‘차바’가 몰고 온 높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해안도로를 덮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태풍의 영향은 평균해수면이 높아질수록 더 큰 피해를 남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지구 평균해수면은 꾸준하게 증가해왔으며, 21세기 말 평균해수면은 현재보다 약 60cm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고되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해수면 상승예측을 훨씬 뛰어 넘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도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전국에서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지역으로, 연간 4~6mm 정도의 속도로 증가하여 전지구 평균해수면 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면 상승의 요인은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온도 상승에 기인한 해수의 부피팽창효과와 북극과 남극 빙상 및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해수의 절대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들 수 있다. 전지구 평균해수면이 연간 수 mm 증가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지역적인 영향은 보다 더 심각하다. 실제 열대서태평양의 경우 지난 20년 간 매년 10mm이상의 해수면 상승률을 보였는데, 이는 평균해수면 상승의 3배 보다 빠른 것이었다. 이러한 지역 해수면 상승의 편차는 기후변동에 의한 내부변동성이 해수면 변화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평양은 시소(seesaw)처럼 동쪽과 서쪽해역이 서로 반대되는 거대한 진동을 가지는데 이러한 내부변동성에 의해 태평양의 서쪽과 동쪽해역이 서로 반대되는 해수면 상승을 나타낸다. 제주도의 빠른 해수면 상승도 태평양의 진동과 그와 관련한 해류시스템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추세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하면 태풍으로 인한 해일 시 피해가 커지는 등 제주도의 연안재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데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가 저지대가 잠길 위험이 커지고, 해안 지역에서 침식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침수나 침식은 태풍이나 폭풍이 몰아칠 때 더욱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저지대 침수가 빈번해지고 있고, 연안 침식이 진행돼 도내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사라지는 등 연안 환경이 변화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국가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처럼 상승속도가 빠른 경우는 국가차원의 대응전략에만 기댈 일이 아니다. 제주도 해안의 위험지역 관리와 위험요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등 지역 맞춤형 대응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해수면 상승의 현황과 원인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연구할 수 있는 도차원의 체계가 시급하다. 동시에 정부 관련 부처와 협력하여 해수면 상승이 초래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대응 체계 구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