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이걸 이겨내야 다른 것도 할 수 있잖아요”...해녀를 꿈꾼 소녀 이야기

부복정 ‘똥군해녀 순백이’ (한그루, 59쪽, 1만5000원)

▲ 책 ‘똥군해녀 순백이’ 표지.

“우리 엄마는 해녀예요. 바닷속에 들어가 전복, 소라, 성게 같은 해산물을 따오지요. 그걸 물질한다고 해요. 엄마의 엄마인 우리 외할머니도 해녀예요. 엄마의 언니인 우리 이모도 해녀고요. 어쩜 나도 해녀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책 ‘똥군해녀 순백이’ 中)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제주해녀 이야기를 동화로 펴냈다. 책 속의 주인공 소녀 순백이는 바다거북과 돌고래들이 헤엄치는 바닷속 세계에 호기심을 가진다. 바다마을에 살면서 엄마와 이모, 외할머니를 따라 장차 해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다. 해녀가 되면 신비한 바닷속을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실컷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백이의 꿈을 엄마는 반대한다. 자신이 하고있는 ‘물질’이 얼마나 고되고 위험한 일인지 딸 순백이가 깨닫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백이는 해녀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윽고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바다(할망바당)’에 들어가게 된다.

해녀는 물질 기량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초보인 ‘똥군해녀’가 된 것이다. 순백이는 외할머니로부터 해녀 물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다.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발견했지만 숨이 차서 바깥으로 나가야 할 때, 그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놓아두는 전복갑 ‘본조갱이’의 지혜를 비롯해 미역 채취 등으로부터 나온 수익금을 마을 학교를 위해 쓰기로 정한 바다밭을 일컫는 ‘학교바당’ 등에 담긴 공동체 정신을 배운다.

또 백지에 쌀을 싼 ‘지’를 바다에 던지며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인 ‘지드림’ 등 해녀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윽고 물질을 하다 세상을 떠난 해녀 이야기 등을 들으며 바다가 무서운 곳이라 깨닫는다. 하지만 해녀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엄마가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지만 “이걸 이겨내야 다른 것도 할 수 있잖아요.” 라고 당찬 태도로 말한다.

이런 순백이의 모습에서 해녀가 가진 억센 생명력도 엿볼 수 있다. 책은 표준어와 함께 제주어도 곁들여 실렸다. 이와 함께 해녀들이 물질할 때 두통에 먹는 약인 ‘뇌선’, 해녀들이 기압 차이로 인해 겪는 여러 장애를 말하는 ‘잠수병’, 전복을 채취할 때 쓰는 도구인 ‘빗창’, 해녀들이 물질 시  몸을 의지하고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도구인 ‘테왁망사리’ 등 해녀문화와 관련된 용어와 그에 대한 설명이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작가는 2012년 제주작가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3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화집으로 ‘왜 내가 먼저 양보해야 돼?’. ‘행복바이러스’, ‘뚜럼허당’, ‘드르에 불 놩 덩싹덩싹’, ‘엄마의 봄’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제주4·3
이문교 ‘제주4·3 논담’(제주문화, 379쪽, 비매품)

▲ 책 ‘제주4.3 논담’ 표지.

올해 71주년을 맞은 4·3은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다. 4·3은 제주의 지속되는 현안이자 가장 큰 사회 담론 중 하나다. 이문교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3평화재단에 재직하면서 접한 4·3에 대한 모든 것을 책으로 엮었다. 그가 근무하는 동안 참석한 4·3 관련 행사는 400여 회.

그는 “계속해서 이어진 현장에서의 대화는 늘 회한의 응어리를 품고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그가 재직할 당시 4·3은 보수 정치세력으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으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국정 역사 교과서를 통한 4·3의 왜곡과 폄훼, 4·3중앙위원회 폐지, 뉴라이트 그룹의 역사 교과서 공세, 사법제도를 악용한 헌법소원 등 4·3평화재단의 사업들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책은 잊지 말아야 할 4·3의 생생한 현장 속을 샅샅이 밝힌다.

작가는 철이 지난 포용력으로 글을 썼다고 고백하는 동시에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을 공존의 가치로 만들어낸 4·3 해결과정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잔잔한 흔들림 속에서 피어나는 시
다층 2019년 가을호 통권83호 (도서출판 다층, 236쪽, 1만원)

▲ 다층 가을호 통권83호 표지.

계간 문예지 다층이 올해 가을호 통권83호를 최근 발간했다. 이번 호는 제7회 전국계간문예지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석정호, 정무현, 서형오, 황경순, 김은아, 이영식, 김네잎 작가의 작품과 수상소감, 신작, 선정평 등을 기획특집으로 묶어 수록했다.

젊은 시인 7인선에는 박권수, 박현주, 변영희, 남궁선, 도복희, 김조민, 이도훈씨의 작품 각각 3편을 실었다. 젊은 시조시인 3인선으로 고은희, 황외순, 표문순씨의 작품이 선보인다. 다층소시집에는 정령 시인을 소개했다.

정 시인은 이번 호에서 신작시 ‘봄맞이꽃’, ‘씨앗’, ‘닭들의 복날’, ‘미루나무’, ‘별이 된 아내와 별리(別離)’ 등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해설을 문종필씨가 맡았다. 그는 작품 ‘봄맞이꽃’을 두고 “가장 마음에 든 시”라며 “대상과의 거리 좁힘이 덜 인위적이었고 감정을 쏟아내는 방식이 다른 시들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와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평했다.

이외에도 다층시조, 다층시단, 다층산문, 해외시단산책, 서평 등을 엿볼 수 있다.

#철학적 사유가 담긴 첫 소설 데뷔작
이찬혁 ‘물 만난 물고기’ (수카, 200쪽, 1만5000원)

▲ 책 ‘물 만난 물고기’ 표지.

천재 감성 아티스트라 불리는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처음 소설을 펴냈다. 작품은 올해 가을 한날 판매된 악동뮤지션의 정규앨범 ‘항해’와 세계관을 같이 공유했다. 책속에는 청년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묵직한 물음과 소중한 것을 지켜나간다는 것의 의미, 삶의 빛나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주인공 ‘선’은 작가와 같은 뮤지션이다. 선은 앨범 발매를 앞두고 녹음 작업을 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가로서의 삶이 지금, 여기 없다고 느낀다. 그러자 작업을 중단하고 1년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여행을 시작하고 수많은 예술가들을 만났지만 자신이 기대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어느덧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렀고 깊은 밤 파도가 부서지는 갑판 한가운데에서 우연히 한 여자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와 사랑에 빠진 선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삶의 정답을 풀어가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의문과 불안에 휩싸인다. 뮤지션의 삶이 궁금한 이들이나 찬혁의 팬이라면 찬찬히 들여다봐도 좋겠다.

#함께 책을 읽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면?
원하나 ‘독서모임 꾸리는 법’ (유유, 154쪽, 1만원)

▲ 책 ‘독서모임 꾸리는 법’ 표지.

책을 꾸준히 읽고 싶다면 다함께 읽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만나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은 제목과 같이 어떻게 하면 독서모임을 꾸릴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전한다. 독서모임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독서모임을 막 꾸렸는데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이들에게 독서모임 운영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한다.

‘하나의책’ 독서모임 기획자이자 운영자인 원하나 대표는 되든 안 되든 직접 만들어 보겠다며 블로그를 통해 회원 세 명을 모아 작은 독서모임을 개설했다. 그에 대한 매력에 빠져 6년째 독서모임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어디서 독서모임에 참여할 사람들을 찾을 수 있는지, 첫 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같이 읽을 책은 어떻게 고르는지, 모임 진행은 어떻게 하는지, 발제문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 재밌는 독서모임을 위한 팁을 전수한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손잡아주는 언니들의 이야기
김지은 ‘언니들이 있다’ (헤이북스, 312쪽, 1만4800원)

▲ 책 ‘언니들이 있다’ 표지.

삶은 녹록치 않다. 이곳에서 치이고 저곳에서 다친다. 들쭉날쭉한 인생의 파도에서 중심을 잡고 고군분투한 언니들이 있다. 자기 삶의 ‘중심’을 지키며 살고 있는 12명의 언니들이 인터뷰를 하고 그에 대한 기록들이 책속에 있다. 1부 ‘부당하다 생각되면 온몸으로 저항해’에는 부당하다 생각하면 ‘저항’으로 자신의 삶을 굳건히 지켜온 언니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2부 ‘세상이 원하는 공식은 버려’에는 세상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스스로 찾은 행복을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언니들을 소개한다.

3부 ‘진정한 행복은 내 안에 있어’에는 ‘인생의 행복은 결국 자기 안에서 찾는 것’이란 깨달음을 얻은 언니들의 이야기가 수록됐다.

한국일보 기자인 저자가 진행한 인터뷰가 실린 책에는 평탄한 삶을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삶’이란 깨달음을 얻은 언니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저자는 책을 읽은 후 독자들에게 한번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