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 지방선거가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높은 54.5%의 투표율로 끝이 났다. 이번 선거에서는 기초의원, 기초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자치단체장, 교육위원, 교육감 등 무려 8명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역사적인 선거였다. 그렇게 많은 우리의 대표를 뽑는 선거임에도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라지만 54.5%에 그치고 말았다. 과거의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여주던 70%가 넘는 투표율은 만회할 수 없는 것일까? 8표나 행사하는 투표에서 이처럼 투표율이 낮은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한민국 헌법 제1장. 제1조에는 “①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쓰여 있다. ①항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공화국이다.’라고 풀어 쓸 있다. 이를 더 세밀하게 풀어보자. 대한민국은 우리나라의 국호이다. ‘민주주의’라는 말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라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나온다. ②항에 분명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쓰여 있다. 그런데 국민은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권력자 탓을 하고 있다. 국민은 투표로 말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된 정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한꺼번에 여러 명의 선량들을 선출하려고 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 선거였다. 우선 너무나 많은 현수막이 난무했다. 어느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의 현수막인지 헷갈렸다. 무수히 뿌려진 명함이 짓밟혔다. 후보자 운동원들마다 고유의 색깔로 유니폼을 맞춰 입혀 자주 인사를 건네기에 운동원 만나는 것이 짜증스러웠다.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홍보물을 보니 40여장에 가깝다 보니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예비선거운동기간이 너무나 길어서 상대적으로 후보자를 여러 번 만나다보니 속된 말로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서 외면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는 못된 버릇이 있다. 내가 사업을 잘 못하면서 정치인이나 나라를 탓하는 버릇 말이다. 내 가족과 친지, 동창이 입후보하면 좋은 사람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는 풍조는 어디서부터 생겨났을까? 근본적으로 정치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 돈 먹는 사람이라는 풍조가 사라져야한다. 평소 친하다가도 후보자로 입후보하게 되면 나쁜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들은 우리의 선량이다. 우리가 낸 세금을 적재적소에 쓰게 하기 위해 우리의 대표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시․군․구청의 살림도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국제와 지방세로 움직인다. 그런데 내 가 낸 세금, 내 주머니의 돈을 허락 없이 꺼내 쓰라고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다.
이번 지방선거는 야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무소속은 여당이 아님을 상기한다면 완전한 여당의 패배다. 이는 현 정권의 4대강사업과 같은 밀어붙이기식 행정, 세종시사업과 같은 말바꾸기 행정에 대한 국민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표심이라 할 수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한 우유부단한 판단과 대응, 46명의 희생과 그 비싼 군함이 두 동강 났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구속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 지난해 8월말 그 비싼 우주탐사위성 나로호를 공중에서 잃어버리고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은근슬쩍 넘어가는 현 정부에 행태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다. 제주지역에서도 우근민, 현명관 무소속 후보끼리 선전하는 개표상황을 보며 정부는 제주도민들이 정부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다는 감정을 읽어야 한다.
이제라도 이명박 정부는 갈라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민심을 봉합하고 야당과 정책을 잘 조율하고 타협해서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여야 한다. 수출은 잘된다는데 서민경제는 바닥이다. 부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2층과 지하실에 있던 수공업 공장은 완전히 사라졌다. 주부들은 늘어나는 과외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식당 허드렛일이나 노래방도우미로 나서는 실정이다. 나라나 기업이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국민이 잘 사는 사회를 도모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의 총선이나 대선에서 참패하고 말 것이다. <김순진/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