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공론 거부 행정 폭거

　제2공항 문제는 사실상 원희룡 지사의 손을 떠났다. 찬·반으로 양분된 도민 갈등이 심각한 국면에 처했다. 이제는 원 지사의 의지만으로 제2공항 건설을 밀고갈 동력을 잃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면 반대하는 도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찬성하는 도민과 반대하는 도민의 입장을 모두 받아들여 원만한 해결책을 찾는 방안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도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경제 위기만이 위기가 아니다. 주민 분열도 지역의 위기로 직결된다. 특정사안을 놓고 의견이 극명하게 갈려 지역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최선의 해결 방안은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들 스스로 선택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2공항 문제도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하는 게 맞다. 어제(8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국회교통위원회 제주도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 전북 전주시 병)은 “제2공항은 도민이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며 “주민투표를 거쳐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다른 의원들도 도민 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론화를 요구했다.

‘도민을 위한 도정’ 실종됐다

　하지만 주민투표는 비용이 많이 들고 투표를 앞두고 찬·반 지지층 확보를 둘러싸고 더 큰 갈등과 분열이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원 도정이 주민들을 찬성편에 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무원을 동원하는 등 갖가지 홍보 전략을 구사할 여지가 많다. 본란이 간접적 여론 수렴 방법인 도민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주장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의 결의는 도민의 뜻이나 다름없다. 도의회가 채택한 ‘제2공항 관련 공론화 등을 요구하는 청원의 건’을 원 지사가 거부한 것은 도민의 대표성을 가진 도의회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원 도정은 “공항인프라 확충은 역대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후보들과 정당들의 한결같은 공약사업이며, 제2공항 건설은 수십 차례의 공청회, 설명회, 토론회 등을 거친 공론화의 결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특히 ‘공론화의 결실’이라는 말은 일방적인 주장이다. 반대측과 많은 도민이 공감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도민을 위한 도정이 아니라 도지사 자신을 위한 도정이나 다름없다.

도민 갈등 해법 ‘공론화’ 뿐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제2공항과 관련해 사업추진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추진한다는 것이었지 무조건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게 아니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전 입지 타당성 조사 등 일련의 과정이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제2공항 건설을 긍정적으로 봤던 도민들이 갈수록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이유 중에는 이러한 요인도 다분히 작용하고 있다.

　이제 도민 공론화는 대세다. 원 지사는 국감에서 개진된 다수 의원들의 요구대로 도의회가 요청한 도민 공론화 청원을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도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도민 공론화 과정이 종료되고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반(反)해 일방적으로 추진한 사업 중에 성공한 사업은 많지 않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과 해외 자원외교 등은 대표적 실패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일각에서는 원 지사를 두고 이 전 대통령과 닮은 정치인이라는 말들을 한다. 원 지사는 제2공항 도민 공론화 수용을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