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시대상황에 부응하여 기능하기 위해서는 아날로그정부가 디지털정부로의 변환이 필연적이라는 논의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흐름은 동시에 새로운 시대 변화상에 부응하여 관료주의나 계급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과 혁신적인 변신이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래에는 기존의 관료주의 틀이 부수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우리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정부를 앞서고 있고, 조직의 운영주체가 없어지고, 비유기체 인공지능이 압도하고, 다진법(多進法)이 엄청난 연산(演算)을 가능하게 되는 세상을 굳이 외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야를 넓혀 새로운 변화된 세상을 받아들이고, 더 길고 더 넓게 볼 줄 알아야 하며, 변화된 미래를 위한 철저한 대비와 방책수립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여년 즈음에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그 존재이유로 설치된 제주특별자치도 의 상황은 어떤가? 보기엔 이미 제반기능이 정상화되어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견인하고 있어야 함에도 아직도 구태의연한 아날로그정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듯하다.

특히 인사정책과 관련해서 그 설치의 당위성에 역행하여 해마다 공무원 증원을 다반사로하고 있다. 이는 당초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4개 시·군 폐지에 따른 행정 경비 절감을 위해 당시 정원 중 500명의 공무원 감축하는 국민과 도민과의 약속을 일거에 뭉개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게다가 고위직 공무원 승진 속도가 빨라 재정부담 또한 가중시키고 있다. 고위직 수술 등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격이다.

2018년12월 기준 제주공무원 현원은 5862명으로 특별자치도 출범 직전인 2005년 기준 4619명과 비교해서 무려 26.9% 늘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 21.1%보다 크게 웃도는 것이다. 특히 일반직 실·국장급 현원은 제주가 22명으로,. 이는 인구와 공무원 규모 면에서 제주보다 큰 충북(15명), 강원(16명), 전남(18명), 전북(19명), 울산(19명), 충남(20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이들의 평균 승진 소요 연수도 전국서 가장 빠르다. 한마디로 공무원 천국 제주다.

이처럼 공무원 등 공조직 비대화로 법정·경직성 경비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고, 인건비 비중도 전국에서 최상위의 수준이다. 누구를 위한 공조직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공무원 정원을 해마다 늘려나간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다 공무원 퇴직자 등의 일자리 보전차원에서 제주관광공사와 제주에너지공사 등의 지방공기업을 설치하고 있고, 도개발공사와 문화예술재단 등 유관기관까지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 하반기에는 관련 조례 개정을 통해 하수처리시설 등 행정의 소위‘3D직역’이라 할 수 있는 여러 행정직역을 한데 묶어 1천여 명 규모의 시설관리공단 설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생각건대 제주자치도 정부는 그 존재이유에 비춰 중앙정부 수준으로 디지털 시대를 철저히 대비하고 실천해야 맞다. 그럼에도 현실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디지털 경제 시대가 본격화되는 길목에서 도정의 경제정책 등의 실패를 은폐하기라도 하듯 공조직의 정수를 마냥 늘리는 것은 전혀 옳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상황에 부응하여 공조직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조정하여 소위‘스마트한 공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 상책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제주는 마냥 역주행을 즐기는 형국이다. 국제자유도시 꿈 깨야 상책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