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거의 날림 수준의 평가서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에 의해 제기됐다. 환경부가 초안 검토시 제시한 의견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2공항 문제는 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가 현지에 그치지 않고 도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이로 인해 환경의 섬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 중·장기적으로 관광객 등 항공수요 예측이 또 하나의 공항을 건설해야 할 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점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특히 환경부가 국토부에 환경관리계획 및 환경시책 등과 제2공항의 부합성을 제시하도록 한 것과 함께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 신규 동굴 분포에 관해 정밀조사를 실시하도록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도민이 반대하든 말든, 환경부가 환경문제를 제기하든 말든 내 갈 길만 가겠다는 식의 국토부의 독선과 아집이 참으로 가관이다.

　국토부에 묻는다. 왜 제주도민이 합의하지 않는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려는가. 과거 독재정권과 권위주의 정부시절 난무했던 묻지마 개발 형태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제라도 국토부는 도민의 의견을 듣고 다수 도민의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죽하면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제주도 국감에서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도민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라고 촉구했겠는가. 국토부가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의 목소리와 국회의 요구까지 외면하는 것은 스스로 민주주의 정부의 국토부가 아님을 자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국토부의 민의를 외면한 안하무인식 제2공항 건설 강행은 공정한 과정과 결과의 정의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어긋난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제주도의회와 국회 교통위의 요구대로 반드시 제2공항 도민공론조사를 실시하도록 이를 맹목적이다시피 반대하는 원희룡 도정에 요청해야 한다. 도의회가 청원하고 국회까지 요구하는 공론조사를 묵살한다면 정부의 폭거로 더 큰 불신만 자초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