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은 한라산국립공원이 있는 제주지역에 산불 공중진화대 설치를 계속 외면하고 있다. 다른 지방에 비해 산불이 드물고 산림 면적도 넓지 않지만 자칫 대형산불이라도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한라산 일대는 무려 1700여 종의 열대·온대·한대 식물이 분포하는 전국 최대 식물의 보고(寶庫)이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산림청 제주관리소에 공중진화대 설치 및 인원 배정은 불가피하다.

　다른 지방에 비해 다소 습도가 높고 도민의 산불 예방 의식이 높아서인지 제주지역 산림 산불 발생 빈도는 한 해 2회 이하로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아예 공중진화대원을 단 1명도 두지 않아도 되는 명분은 될 수 없다. 부득이 적정 인원 배치(최대 10명·강릉관리소)가 어렵다면 7명 이내의 인원은 배치돼야 한다. 만약 뜻밖의 한라산 산불로 다양한 식물종이 불에 타 사라지게 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산림청은 별일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내년 예산에 제주지역 공중진화대 인원 배정 예산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원희룡 도정도 내년 한라산 공중진화대원 배치를 산림청 등 정부에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공중진화대원을 배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산림청의 업무지만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을 온전히 보전해야 할 책임은 원 도정에 있다. 제주도 소관이 아니라는 명분론에 얽매어 소극적으로 대처해선 안 될 일이다.

　물론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 헬기가 진화에 나서 큰 도움이 되겠지만 잔불처리는 직접 진화대원이 해야 한다. 소방인력이 소형 펌프를 들고 걸어서 화재 현장에 도착해 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중한 한라산을 지키는 데 세금을 사용한다고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