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탐라 九龍 이야길 따라
“구하라고 했거늘…” 황홀경에 취한 용, 두꺼비석과 마주보다
장영주 객원기자  |  jejupress@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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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16  18: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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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에서 바라본 해안절경.

 송악산 백흑룡은 마라도에서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기업개를 구해주라는 용왕의 명을 송악산 경치에 흠뻑 빠져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죄로 마라도를 향해 굳은 용석이다.

 

 오랜 옛날, 모슬포 해녀들이 마라도에 물질하러 들어갈 때 아기업개를 데리고 가 잔심부름을 시켰다.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배에 가득 해산물을 싣고 마라도에서 출항 하려니 풍랑이 거칠어 마라도에 발이 묶이게 되었을 때 상군해녀 꿈에 아기업개를 놔두고 가라는 게시를 받아 그대로 했더니 무사히 모슬포항구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이 때 마라도에 남겨지게 된 아기업개는 무서움과 배고픔에 시달리다 죽어 뼈만 앙상하게 남게 된 것을 다음해에 모슬포 해녀들이 마라도에 물질하러 왔다가 발견하여 아기업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그 자리에 애기업개당을 만들어 제를 지내게 되었다는 설화를 송악산과 덧붙여 스토리텔링 하였다.

 

 먼 옛날, 바다나라에 거북대신과 백룡대신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용왕은 만리경(마음 속 까지 알아맞히는 만원경)을 꺼내 조그만 섬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허허 가련한 지고.”

 조그만(마라도) 섬에는 아기업개가 발을 동동 구르며 먼 바다(가파도)를 보며 애타게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용왕은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봐라, 당장 저 아기업개를 구해 주거라.”

 용왕은 거북대신에게 명했습니다.

 “네이.”

 거북대신은 재빠르게 용궁을 빠져나와 네발로 헤엄쳐 파도가 높게 이는 모슬포 바다를 지나다 힘에 부쳐 잠시 송악산 기슭에 앉아 쉬었습니다.

 그러다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한참 후 잠에서 깬 거북대신은 용왕이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라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무슨 살려 달라는 소리가 어떻고 하던데.’

 거북대신은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용왕이 명을 생각해 내려 애를 썼습니다.

 “에고 이 멍텅구리 머리야.”

 거북대신은 기억력이 나빠진 자신을 한탄하며 머리를 식힐 겸 송악산에 오르다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발견하고는 그만 무아지경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와! 너무너무 아름다워.”

 거북대신은 마음씨 어질고 부지런하고 올곧기로 유명한 대신이었으나 송악산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거북대신의 혼을 완전히 빼앗았을까요?

 거북대신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오랫동안 육지에 있었기에 온몸의 물기가 빠져 움직일 수 없는 두꺼비석이 되고 말았습니다.

   
위에서 바라본 백흑룡석.

 “저런 괴이한.”

 만리경으로 거북대신을 들여 다 보던 용왕은 백룡대신을 불렀습니다.

 “백룡대신이 저 애의 소원을 들어 주거라.”

 용왕의 명을 받은 백룡대신은 파도를 타고 가파도를 빙 돌아 아기업개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파도가 아닌가? 그래, 거북대신에게 물어 봐야 겠다.’

 백룡대신은 거북대신을 찾아 송악산을 올라가다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앞으로 가까이 보이는 최남단의 마라도와 가파도, 형제섬, 우뚝 솟은 산방산, 멀리 보이는 한라산, 그리고 끝없는 태평양, 바다를 씻겨온 바람과 능선에 이어지는 푸른 파도와 촉촉한 잔디는 바다나라 용궁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황홀경이었습니다.

 송악산 양편에는 기암괴석이 층층으로 쌓여 있고,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해안절경은 진주를 뿌려 놓은 듯 알알이 흩어져 내리며, 파랗게 고여 있는 물은 용궁의 호수보다 맑았습니다.

 백룡대신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겨 가면서 송악산에 펼쳐진 광경을 차례로 보았는데 그 경치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다시 한 바퀴를 더 돌아보았습니다.

 경치는 보면 볼수록 더욱 좋았습니다. 그래서 또 한바퀴……. 이렇게 몇 번을 돌아다니다 보니 백룡대신도 그만 정신이 혼미해 져 용왕의 명을 잊고 말았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놈을….”

 용왕은 비바람태풍을 보내 백룡대신의 죄를 물어 곤장을 내리 쳤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백룡대신은 아기업개를 찾으러 마라도를 향해 달음 질 치려 했지만 이미 몸의 반은 물에 잠겨 하얀 몸통(비늘)을 하고 머리 부분은 마라도를 향해 울부짖는 검은룡이 되어 두꺼비석과 마주보며 서 있게 되었습니다.

 

 장영주, 민속사진 연구회 회원, 2019년에 송악산에서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 산방산의 절경을 촬영하던 중 위 스토리텔링에 나오는 두꺼비석과 백흑룡석이 마주보는 형체의 기암을 발견하였다.

   
송악산에사 바라본 가파도와 마라도.

글·사진= 장영주

  (스토리텔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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