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나의 개가 내 곁을 떠나기 전에

정우일 ‘노견일기’ (동그람이, 280쪽, 1만5000원)

▲ 책 ‘노견일기’ 표지.

“개와 함께 사는 일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가 처음 만날 무렵 나는 그걸 몰랐던 것 같다. 1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다.” (책 ‘노견일기’ 中)

‘개들이랑 실컷 헤엄치고 싶어서’ 제주로 온 정우열 작가는 캐릭터 ‘올드독’이라는 이름으로 반려견 풋코와의 일상을 책으로 펴냈다. 작가가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이제 노견이 돼 버린 풋코와의 겨울이 어쩌면 올해가 함께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아닐까 싶어서다.

작가는 이전에 키우던 ‘소리’라는 반려견을 무지개 다리로 보낸 경험이 있다. 아마도 작가는 그를 떠올리며 풋코와의 하루하루를 좀더 의미있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어 기록을 시작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책의 원작은 작가의 웹툰이다. 곁에 있는 개가 늙어가고 그를 떠나는 과정을 기록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가는 책을 썼다. 개와 지낸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살아있는 동안 잊혀지지 않고 싶다고 말한 그는 제주에서 개와 사는 일에 대해 대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고 고백했다.

늙은 개는 어쩌면 작가와 함께 늙어온,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작가는 ‘개와 사는 일’이 인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배경은 개에게서 배웠다고 말한다.

작가는 채식을 하고 제주에 살고 있는 것, 더불어 동물복지와 지구환경보전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책은 늙은 개와 사는 건 과연 슬프고 힘든 걸까라는 물음에 잔잔한 일상 에피소드로 답한다. 그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순간들을 예리하게 포착해 특유의 유머로 풀어내고 있다.

책에는 웹툰에서 볼 수 없던 작가와 풋코의 실사가 담겨있다. 사진은 모두 만화 속 내용과 연관된 것들로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움직이는 풋코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책은 반려견을 한번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지금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에게는 반려견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개를 키우고, 키웠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으로서 반려인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한편, 서울에서 제주로 온 지 7년이 된 작가는 ‘올드독’이란 필명으로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노견과의 제주살이를 담은 만화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그가 그린 캐릭터는 ‘한국의 스누피’라 불리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문학을 통해 바라보는 삶의 여러 단편들

장일홍 ‘오케스트라의 꼬마 천사들’(연극과인간, 312쪽, 1만6000원)

▲ 책 ‘오케스트라의 꼬마 천사들’ 표지.

30여 년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 온 저자가 다섯 번째 희곡집을 펴냈다. 책에는 법정 스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쓴 ‘인연의 굴렁쇠야, 돌고 돌아 어디로 가느냐’를 비롯해 노동현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제85호 크레인’, 제주4·3의 비극을 그린 ‘꽃 속에 숨겨진 시간’,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재앙을 예측한 ‘삼십 년 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지적한 ‘구럼비가 운다’, 다문화 가족에 대한 오해와 편견, 냉대와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그린 ‘오케스트라의 꼬마 천사들’ 등 총 6편의 희곡이 실렸다.

저자는 특히 책 제목과 같은 작품 ‘오케스트라의 꼬마 천사들’은 꼭 연극으로 제작돼 다수의 한국인들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작가는 하고싶은 말을 작품을 통해서만 해야한다는 믿음을 가진 저자는 여섯 작품을 통해 사회 내에 만연한 차별과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재미있게, 한편으로는 날카롭게 연극 대사로 말하고 있다.

#제주 미학으로 본 서귀포 문학

서귀포문인협회 ‘연간 서귀포문학 제30호’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 368쪽, 비매품)

▲ 연간 ‘서귀포문학’ 제30호 표지.

㈔한국문인협회 서귀포지부(회장 김원욱·이하 서귀포지부)가 연간집 ‘서귀포문학’ 제30호를 최근 발간했다. 이번 호에서는 서귀포문학세미나를 특집으로 소개한다.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제주의 원형 상상과 한류미학의 가능성’과 김병택 제주대 명예교수의 ‘서귀포문학의 서정 전략 - 시를 중심으로’는 각각 서귀포의 서정과 제주 미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이와 함께 ‘작가탐구’에서는  강영은 시인을 분석했다.

초대작품으로 구석본, 김길녀, 배한봉, 이대흠, 조용미, 강현덕, 우은숙 시인의 서귀포를 소재로 한 시와 시작노트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회원작품 다시 읽기’와 ‘북 리뷰’를 통해 지난호에 실린 작품, 최근 발간한 회원 창작집을 감상할 수 있다.

‘지역문협을 찾아서’에서는 경남 합천문인협회를 다뤘다. 서귀포지부 회원 41명은 시와 시조, 수필, 동화 등 작품 96편을 공개했다.

#달리기로 배운 삶의 태도

안철수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21세기북스, 288쪽, 1만6800원)

▲ 책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표지.

‘오직 나의 의지와 나의 두 다리가 나를 어느 곳으로든 데려다줄 것이다.’ 안철수 전 의원이 7년만에 신간을 출간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으로 출국해 1년간 에세이를 썼다. 책은 그동안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달리기의 좋은 점, 마라톤 대회 에피소드와 노하우를 소개한다.

또 독일과 미국,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그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비롯해 그간의 생각과 심경, 집과 연구소 등에서 보낸 일상들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는 지난 1년간 달리기를 하면서 더 넓은 세상을 눈과 마음에 담는 한편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1년간 10㎞ 3번, 하프 마라톤 4번, 베를린 마라톤을 포함한 풀코스 마라톤 2번을 완주한 그는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연습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달리기를 통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그가 독자들에게 달리기의 세계로 떠나보기를 책을 통해 권하고 있다. 

#판사가 바라본 재판의 공정성

문유석 ‘판사유감’ (문학동네, 316쪽, 1만5000원)

▲ 책 ‘판사유감’ 표지.

현직 부장판사가 쓴 법원의 이야기가 책으로 다시 나왔다. 문유석 판사가 썼던 첫 책 ‘판사유감’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우리 사회 내 사법부 문제를 비롯해 법원을 둘러싼 다양한 재판, 판결과 양형 등 어려운 법률용어에 대해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쾌락독서’ 등으로 사회와 법조 문화에 관해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글을 들려줬다. 첫 책이 2014년 발간된 이후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 등 개정된 법에 대해 달라진 부분들을 반영했다. 특히 2017년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통제하려 했던 사건, 행정처 컴퓨터에서 발견된 문건으로 시작된 사법농단 사태 이후 법원 내 풍경 등을 재밌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현직 판사의 입장에서 본 현재 대한민국 법원에 대한 시선과 참담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책에는 일선 판사들의 노력과 구체적인 판결과정 등 재판 현장이 그대로 녹아있다.

#자전적 소설로 유추하는 삶

하응백 ‘남중’ (휴먼앤북스, 176쪽, 1만2500원)

▲ 책 ‘남중’ 표지.

하응백 문학평론가가 자전적 소설을 펴냈다. 소설은 연작으로 ‘김벽선 여사 한평생’, ‘하영감의 신나는 한평생’, ‘남중’이라는 각각의 소설이 모여 작품 ‘남중’을 구성한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머리를 복잡하게 굴려 논리적으로 작품을 해명하는 평론 모두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다같다”며 “그때그때 우연이 작용하거나 세속이나 시류에 따라 혹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글의 양식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소설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의 가족사 소설이기도 한 책은 1929년에 태어난 한 여성의 생애를 다루고 1899년생 북한 신의주 출신의 한 남성이 월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등을 보여준다.

특히 ‘남중’은 앞서 나온 여성과 남성의 아들인 저자가 문학활동을 하면서 겪은 여러 일들을 다룬 소설로 그려진다.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전하면서 ‘나는 누구인가’ 등 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