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막연함의 객관적 정리, 내 삶도 납득"(4) 고은정 작가
모든 것은 변한다...'공기' 주목
한 대상에서 개성 겹겹이 발견
익명 X도 중요...작품 삶 존중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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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29  1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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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유익한 것은 아니다. 알아야 할 것, 보이는 것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불필요하고 부정확한 정보도 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 유용한 정보를 잘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에 따른 다양한 양상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가 자기 자신에게서 답을 찾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끊임없이 반추하고 되새겨본다. ‘모든 것의 중심은 나’라는 마음가짐이 주를 이룬다. 이렇듯 자신 안에서 답을 찾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고은정 작가(47)는 ‘공기’에 관심을 가졌다.

   
▲ 고은정 작가.

“보이는 게 다가 아닐 거란 생각을 많이 한다”는 그는 무언가를 바라볼 때 맨 처음 본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발견한다. 오랜 시간 한 장소에 앉아있기만 해도 우리는 변하고 있다. 이전과는 같은 상태가 아니다. 무언가를 하고 있거나 이미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이 공기라고 답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를 그릴 수 있다면 미세하게 변한 감정이나 상태들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란 마음에서 그는 붓을 잡았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도 늘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 그는 ‘과연 보이는 것을 제대로 보고 있어?’라는 물음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상의 객관성을 최대한 구현하려 한다.

어떤 대상을 한마디로 정의해 납득할 수 있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 그다. 하지만 막연함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작업 속에서 그의 삶도 납득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전했다. 한 대상을 몇 번이나 관찰하고 처음 하던 작업에 덧붙여 지속적으로 작업해 나가는 그는 자신이 하는 작업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작품도 작품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꼭 존재감이 많아야 되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모든 건 내가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마다 다 달라요. 더 작업하게 되는 것이 있고 또 이건 여기서 마쳐도 되겠다”는 마음이 든다면서 작품도 작품대로의 삶을 존중하기로 했다.

   
▲ 고은정 작 ‘There are in the winter air’.

제주에 이주한 후 그는 한 초등학교의 팽나무를 보게 됐다. 그 팽나무는 단지 쓸모가 없어 300년 이상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쓸모없는 게 오래 살아남는구나’란 생각도 하게 됐다.

그는 작가라고 해서 꼭 무언가 자신만의 ‘신화’가 있을 필요도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는 자신의 뜻과 결정이 중요한 것이라고 오랫동안 교육받는다. 하지만 정작 그것들만으로 만날 수 없는 풍경이 있다. 대부분 스스로가 각별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바쁘다. ‘자기다움’을 내세우기보다 익명을 가진 X의 삶도 중요하기에 그는 누구보다 자유롭다.

그는 제주를 가리켜 소재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림항의 해지는 풍경에 매료된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 있는 공기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바라보고 있다. 그의 작업으로 희미한 자연이 윤곽을 갖고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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