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따뜻한 가족 사랑과 애틋한 고향 사랑담아

김정련 ‘뽁뽁이’ (한그루, 114쪽, 1만2000원)

▲ 책 ‘뽁뽁이’ 표지.

“귀한 먹거리가 생길 때마다/ 옆집 앞집 나누는 할머니// 그냥 가져다주지 않고/ 꼭 건네는 한마디// “이거, 아무나 주는 거 아녀. / 귀한 사람만 골라서 주는거여.”// 귀한 사람 된/ 옆집 앞집 할머니들/ 앞니 드러내고 스마일” (김정련 시 ‘귀한 사람’)

제주아동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련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 출간됐다. 시인의 동시집 특징은 ‘엄마’가 동시를 쓰고, 딸이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다. 이번 동시집도 엄마와 딸이 함께 글과 그림 솜씨를 발휘했다.

이번 동시집은 1부 ‘자연이 말 걸어요’, 2부 ‘친구랑 놀아요’, 3부 ‘엄마랑 걸어가요’, 4부 ‘할머니께 배워요’ 등 총 4부에 걸쳐 동시 51편을 소개한다.

1부 ‘자연이 말 걸어요’에서는 마을과 오름 등 자연의 변화와 풍경을 벗삼아 노래한다. 2부 ‘친구랑 놀아요’에는 학교와 학원 등 친구들과의 일상생활을 보여준다. 3부 ‘엄마랑 걸어가요’에서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기쁘거나 슬픈 일들을 그려냈다. 4부 ‘할머니께 배워요’에서는 어르신들이 가진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동시들이 펼쳐진다.

표제 시 ‘뽁뽁이’는 기포가 들어간 포장용지를 소재로 지어진 작품이다. 장난감을 감싼 뽁뽁이를 톡톡 터뜨리면서 또 다른 장난감을 만들어낸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아이들과 친숙한 소재를 시에 가져오면서 동심의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

동시집에 수록된 해설에서 김영기 시인은 동시집을 ‘따뜻한 가족 사랑과 애틋한 고향 사랑으로 엮은 시집’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동시집을 엮으면서 정신적 멘토로 삼은 사람이 바로 부모님이라고 전한다. 그는 “농사를 짓던 부모님은 자신이 지은 농작물을 먹게 되는 사람을 위해 늘 정성을 다했어요. 그 가르침을 바탕으로 해 제 글을 읽게 되는 어른과 아이들을 생각하며 창작하고 있다”며 “이 책에 실린 동시를 읽으며 어른들은 추억을 떠올려 웃음 짓고, 아이들은 생활하며 만나게 되는 자연과 이웃에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라요.”라고 말한다.

동시집에는 농사를 짓느라 바빴던 부모의 자리를 대신 채워준 할머니와 증조할머니가 등장한다. 작가는 이분들에게 받은 삶의 교훈과 넘치는 사랑을 많은 아이들에게 다시 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동시집을 펴냈다.

한편, 작가는 애월읍 광령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돌봄선생님, 아라신문 기자, 제민일보 도민기자, 편지 쓰기 강사, 제주아동문학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제주MBC백일장과 여성신문백일장, 삼의문학상, 아동문예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지은 책으로 동시집 ‘콩벌레’가 있다.

#동쪽지역 사람들의 의식주는 어땠을까

고광민 ‘동(東)의 생활사’ (한그루, 320쪽, 2만2000원)

▲ 책 ‘동의 생활사’ 표지.

서민생활사 연구자인 저자가 동(東)쪽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사를 정리했다. 책은 한반도의 동해안에 접해있는 강릉·동해·속초 등 강원도 영동 지역과 경북지역, 창녕·울주·양산·밀양 등 경남의 낙동강 동쪽 지역의 원초경제사회 생활사를 기록했다. 인간이 필요한 자원을 자연에서 마련해 살아가는 경제사회 속 사람들의 산야·마을·전답·갯밭·도구의 생활을 총 5개의 장으로 나눠 살폈다.

책에서는 백두대간 동쪽 사람들이 갯밭에서 얻은 해산물을 등에 지고 ‘바꿈’(물물교환)을 하기 위해 백두대간의 고갯길인 ‘영길’을 넘으며 생계를 꾸리는 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특히 한국의 문화가 서울이 위치한 백두대간 서쪽을 중심으로 철저히 치우쳐져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국어사전만 봐도 홍두깨는 다듬이질에 쓰이는 도구로만 나와있지만 실은 동쪽의 홍두깨는 식생활에 쓰인 도구였다. 책을 읽으면서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기점으로 동과 서가 문화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로 꼽힌다.

#잘못된 길은 없다, 지금 그 길로 계속 가라

서명숙 ‘서귀포를 아시나요’ (마음의숲, 320쪽, 1만5000원)

▲ 책 ‘서귀포를 아시나요’ 표지.

‘제주 올레길’로 걷기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 서귀포를 재발견하는 책을 펴냈다. 책은 그가 고향 서귀포를 걸으며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서귀포의 신비와 아름다움, 그 안에 감춰진 아픈 역사를 조명한 내용이 담겼다.

서귀포에서만 볼 수 있는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을 비롯해 서귀포에서만 보면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한라산 설문대할망,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5개의 도심공원 등 저자가 직접 걷고 보고, 끝내 발견한 제주 풍광들이 펼쳐진다.

이와 함께 서복공원 절벽에서 쓰러진 제주4·3 희생자들,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에 시달린 제주 삼촌들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을 걷는 등 아름다운 서귀포의 풍경 이면에 있는 역사도 비춘다.

특히 내년이면 50주기를 맞는 서귀포판 세월호 ‘남영호 사건’의 악몽을 희생자 가족의 증언으로 생생하게 소환해 왜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묻는다.

책은 서귀포에서 나고 자랐지만 오랜 시간 떠났다가 돌아온 후 느낀 서귀포에 대한 이야기와 서귀포 곳곳을 걷고 미처 생각치 못한 인생의 길을 찾은 사람들을 소개한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기를

양성보 ‘언저리에 서서’ (도훈, 316쪽, 1만2000원)

▲ 책 ‘언저리에 서서’ 표지.

“몇 번이나 주저하며 미루다가 나이 90이 넘어서 아직 기억이 있을 때 살아온 자취를 남기고 싶어 감히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중략) 나의 생은 언제나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이념의 소용돌이에서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 제대로 된 친구 하나 두지 못한 나는 정서상 결핍을 앓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어 전화위복으로 삼는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4·3, 6·25전쟁 등 현대사를 관통한 사람의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서 잊지 못할 기억들을 자신이 직접 그린 삽화들과 함께 덤덤하게 풀어놓는다.

책은 1929~1946년, 1946~1960년, 1960~1975년, 1975~1998년, 1998년~현재 등 총 5부에 걸친 자서전으로 구성됐다. 그는 자신의 손자들과 이후의 세대들이 과거 선조들이 어떤 역경을 헤쳐왔는지 보여주며 힘들 때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육아대모가 말해주는 ‘책육아’

김선미 ‘십팔년 책육아’ (알에이치코리아, 292쪽, 1만4800원)

▲ 책 ‘십팔년 책육아’ 표지.

사교육에 허덕이는 엄마들을 위해 ‘책육아’를 추천하는 육아대모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저자는 18년간 온몸으로 겪고 부딪친 책육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 어떤 사교육도 시키지 않고 엄마와 자연을 곁들여 책과 함께 아이를 키워온 저자는 자신의 아이가 흔한 학습지나 학원을 접하지 않고 만 16세에 대입 수능에서 연세대학교 정시 합격이라는 영예를 안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그의 아이는 몸과 뇌 활동의 선순환을 거쳐 독서의 숲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바른 인성과 지성, 풍부한 감성을 장착한 아이가 사교육 없이 수능을 뚫어버린 비법에 대해 저자는 책육아가 해답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18년간 책을 읽어온 그의 아이가 직접 추천하는 책 리스트도 담겨있다. 한편, 저자는 10년간 900회가 넘는 육아 강연을 해온 가운데 대한민국 엄마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량육아’와 ‘닥치고 군대육아’가 있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 물어보는 소설

김혜진 ‘9번의 일’ (한겨레출판사, 260쪽, 1만4000원)

▲ 책 ‘9번의 일’ 표지.

“일이라는 건 결국엔 사람을 이렇게 만듭니다. 좋은 거, 나쁜 거. 그런 게 정말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 ‘9번의 일’ 中)

소설 ‘딸에 대하여’의 저자가 2년여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 나왔다. 소설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일’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통신회사 설치 기사로 일하는 주인공 남성을 통해 평범했던 삶을 갉아먹는 일의 실체를 담담하게 파헤친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라는 물음은 일상에서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질문이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일하는 모두를 대상으로, 결국 ‘우리들의 일’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건넨다. 저자가 짚어낸 부분은 일이 우리들을 지속적으로 나쁘게 몰아 세우는 감정이다.

그는 직접 몇 해 전 통신회사 노동조합을 취재한 경험이 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소설이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일과 일하는 사람, 둘 사이를 채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전한다.

소설은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권유당하는 등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