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탐라 九龍 이야길 따라
龍, 물 다스리며 생명·풍요 주재하는 자연신으로 ‘숭배’14. 에필로그 中
장영주 객원기자  |  jejupress@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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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30  18: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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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끽.

 ‘삼국유사’에는 용에 대한 다양한 설화가 기록돼 있는데, 여기에서 용은 호국·호법의 존재일 뿐 아니라 깨치지 못했을 경우에는 사람에게 큰 해악을 끼치는 독룡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바다와 강, 연못 등에 살며 사람의 모습이나 웅신 등으로 자유롭게 변신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고구려 고분에서 발견되는 사신도에서는 용의 상징성에 대한 중국 문화의 영향이 확인되나 이와는 별개로 고유한 문화적 전통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게 해 주기도 한다.

 

 백두산 세용왕 설화에 보면, 폭포수의 우람한 물기둥이 쏟아지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아름다운 용녀들이 폭포수 아래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천길 벼랑 끝에서 내리 쏟는 무지갯빛 물보라 속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며 노래 부른다. 용녀들의 춤과 노래가 어우러져 황홀경을 이뤘다는 말과 견줘 보면 용은 물과 만남이 천생연분이라 할 수 있다.

 민간에서 용, 물을 관장하는 수신이자 풍파와 물고기들을 다스리는 바다의 신으로 숭배됐다. 마을마다 우물이나 샘에 용신이 거주한다고 여기고 용왕굿이나 용신제를 지냈다. 물이 풍부한 연못이나 우물은 ‘용소’ ‘용우물’이라고 불렸으며, 임신을 기원하며 음력 정월 보름에 새벽 일찍 남보다 먼저 우물의 물을 떠다 먹으려 하는 ‘용알뜨기’의 풍습도 있었다. 그리고 겨울에 연못의 얼음이 깨지는 방향으로 다음해 농사를 점치는 ‘용경’의 풍습도 있었다. 이처럼 농경사회에서 용은 생명과 풍요를 주재하는 자연신으로 숭배됐다. 또한 고기잡이를 하는 어민이나 항해를 하는 뱃사람들은 바다 밑의 용궁에 사는 용왕이 물고기와 파도를 다스린다고 여겼다.

 

 용왕, 한국민속신앙사전(가정신앙 편)에 의하면 가정의 평안, 가족의 무병장수, 풍년, 풍어, 무사항해 등을 관장하는 신으로 해석 된다. 신라 30대 문무왕은 자신의 유언에 따라 동해 바위 위에사 장사를 지냈으며, 그 후 호국용신으로서의 이적을 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용왕은 재래의 수신신앙에 불교, 도교의 용 신앙이 결합해 형성된 신격으로서 호국신의 위상으로 국가적 차원의 제향 대상이 돼 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용왕이 어민들에게는 특히 중요한 자연신으로 숭배되어 마을마다 정기적으로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며 용왕제를 지냈다. 용왕은 해신이자 바람을 다스리는 풍신으로 여겨졌고 배가 난파하는 것은 용왕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또한 용왕이 사는 용궁에는 온갖 보물이 가득하다고 상상돼 용왕의 가족을 구해줘 복을 받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해졌다. 제주도지역에서는 용왕을 요왕이라 하며, 바다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해상 안전을 주관하는 신으로 인식하고 있다.

 

 용의 발톱 수에 따라 신분이 달라진다는 점도 흥미 거리다. 발톱이 세 개는 보통 용, 네 개는 조선의 왕 용, 다섯 개는 중국 황제 용, 일곱 개는 경복궁 근정전에 있는데 중국 황제보다 더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용 형체를 돌아본 결과 용의 발톱을 드러내 논 곳은 수월봉 황룡을 지적 할 수 있다. 그 곳에 용 발톱은 세 개다. 보통 용의 발톱은 물(바다, 우물, 연)에 담가 있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용은 물을 만나야 제멋이라 한다. 용이 힘차면 물길도 힘찬다. 물길을 바꾸면 용이 길을 잃는다. 제주도의 한천, 명문천 등이 그렇다. 용이 굴곡이 적으면 물의 지세도 약하다. 행룡이니 쌍룡이니를 만들어 낸 밑바탕도 물길이다.

 

 탐라에는 용연, 좁진물, 용천호수, 용두벙, 쇠소깍, 정방폭포 등 여섯 마리 용이 승천과 관련된 물이 있다.

 

 용연,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 높이 약 10m의 용머리 형상을 한 커다란 바위가 용두암이다. 이 용두암 옆으로 용연이 있다. 용연에서 가뭄을 이겨내려(용의 놀이터) 사람들이 기우제를 올리니 그 때 맞춰 비를 뿌리게 하고는 승천했다는 물이다. 이형상 목사(숙종 28~29년 재임)의 탐라순력도 중 ‘병담범주’에 배를 띄워 놓고 기녀들과 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김창집 소설가의 제줏말 용연 설화 한 도막을 보면, ‘고대정이 끌려오다시피 관가에 완 사또 앞의 꿀려앚아서마씀. 사또가 결심하고 들어십주. “이녁안티 기우제를 드리게 하문, 비가 오게 할 수 싯젱 가랏주이?” “예. 어느 안전이랑 그짓말합니까? 한 잔 먹은 부름씨 하엿수다.” 고대정이 자신 읏이 대답을 하여가난, 사또가 틈을 주지 아니하연 답돌이하여서마씀. “어디 믿는 디가 션, 경 가른 거 아니라. 이녁이 들문 비가 꼭 올 거옌 가른 건 사실이주이?” 사또의 기세에 눌린 고대정이 부드낫이 대답하엿다. “자신은 엇수다마는 물자만 찰려주시문 한 번 하여보겟십니다.” “경하민 자네가 하렝 하는 대로 준비하크메 기우제를 올리라.”’

 

 좁진물, 용수리에 있는 우물로 조상의 묘 앞을 파헤치다 물이 나오며 그 물에서 물놀이하다 승천한 용이 있었다는 구전이 있다.

 

 용천호수, 용천동굴에 있는 호수가 마치 용틀임하며 솟아오르는 용의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천동굴에 탐라인 들의 생명수를 담아 뒀는데 그 물에서 환경을 보존하려 승천하려는 용이 있었던 동굴 속 호수이다. 설화에 의하면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민들이 3년을 먹을 수 있는 물을 용천동굴 속에 몰래 저장해 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용천호수 수심은 8∼13m이고 끝부분의 최대 폭은 20m에 달한다. 끝은 모래가 둑을 형성해 막힌 상태로 바다와 연결돼 있다. 세계자연유산본부가 있는 검은 오름 트레킹을 하기 전 홍보 자료에 보면 용천굴 호수에 살던 용이 승천해 자연을 보존하는 영상 자료가 나온다(필자도 자문역할).

 

 용두벙, 추자도 바닷가에 살다 승천한 용의 바닷물 웅덩이를 용두벙이라 한다. 밀물땐 잘 드러내지 않다가 썰물 때 보이는 물 엉덩이로 조금 깨끗하지 못한 상태다. 바로 주변에 텐트를 치고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환경 보존이 시급한 상태다.

 

 쇠소깍, 용연과 거의 흡사한 설화를 가진 곳으로 설문대할망이 용연에 발을 담그니 발 등 까지 닿았고 쇠소깍에 발을 담그니 무릎까지 닿았으며 얼마나 깊은 물인가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해 죽었다는 물장오리는 창 터진 물이라는 애명을 가지고 있다. 쇠소깍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용이 승천하며 비를 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정방폭포.

 정방폭포 교룡, 정방폭포에서 북을 두드리면 교룡이 나와 같이 춤을 춘다는 설화가 전해 온다. 교룡(蛟龍)은 모양이 뱀과 같고 몸의 길이가 한 길이 넘으며 넓적한 네발이 있다는 상상의 동물, 가슴은 붉고 등에는 푸른 무늬가 있으며 옆구리와 배는 비단처럼 부드럽고 눈썹으로 교미해 알을 낳는다고 한다.

 

 덧붙여 백두산 천지연 설화를 보면, 백두산 일대에 오붓한 마을들이 한데모여 사람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루는 하늘에서 심술 사나운 검은 용이 나타나 물줄기를 막아 버려 가뭄이 들었다. 사람들은 가뭄과 싸우기 위하여 백가라는 장수를 모시고 샘물줄기를 찾았으나 검은 용은 물줄기를 돌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백장수는 공주와 힘을 합쳐 검은 용을 물리치고 옥장천의 샘물을 마신 힘으로 백두산 마루에 올라가서 삽으로 땅을 움푹 파 산봉우리를 만들고 움푹하게 패인 밑바닥에서 지하수가 강물 마냥 솟구쳐 ‘천지연’이 됐다.

글·사진= 장영주

  (스토리텔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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