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제주칼럼
가을이 깊어지면
김구하  |  수필가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1.04  19:17:4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조석으로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한기를 느낀다. 텃밭 감나무 잎이 노랗게 퇴색돼 가는 모습에 마음이 심란하다. 문득 이사 오면서 심은 울안의 목련나무에 눈이 간다. 하얀 미사포를 쓰고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 닮은 백목련이려니 하고 오일장에서 구입했는데 자목련이어서 나에게 구박받는 놈이다. 스쳐가는 가벼운 바람에도 버티지 못하고 떨어뜨린 잎사귀들이 눈에 거슬린다. 그러나 바람결에 살랑이며 자신의 화려함을 자랑하다 바스러져 그 바람과 함께 사라졌던 봄날의 꽃처럼 인간의 삶 또한 그렇지 않은가. 하늘 향해 죽 뻗은 가지 끝마다 내년에 필 꽃봉오리들이  미동하는 모습에 가련한 생각이 스며든다. 

 어렸을 적 나에게는 간절한 꿈이 하나 있었다. 널찍한 베란다가 있는 2층 집에서 넓은 세상을 보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60년대의 삶이란 모두가 마찬가지였겠지만 나의 부모님들의 삶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한 나는 자식들에게만은 오아시스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짐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풋풋한 초록 향기 바람이 툇마루 안쪽을 기웃거리던 낡은 초가집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은 조그만 아파트를 구입할 수가 있었고, 지금은 남부럽지 않는 집에서 살고 있다. 


 소유하고 싶다는 것은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삶의 본질이 아님에도 빈공간이 많은 나에게는 필요조건이었고 채워야 할 것들이었다. 어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 한다는 본능적 잠재의식이 가짐을 향해 더욱 줄달음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처음엔 필요를 위한 소유였는데, 소유가 늘면서 그것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아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소유한다는 것이 행복인양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현대인들에게 성공의 척도란 얼마나 많은 물질을 소유했느냐에 달려있지만, 인디언 문화에서는 동족에게 얼마나 많은 봉사를 했는가에 있다고 한다. 산다는 것은 일종의 선택이다. 자신의 목표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고 선택에 따라 인생의 가치가 달라진다. 소유를 행복으로 착각할 때 소유의 노예가 되어 허망한 무지개를 꿈꾸지만 가슴은 언제나 공허하기만 할 뿐이다. 

 행복한 삶이란 소유욕에서 벗어나 나누는 삶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소년을 위해 자신의 것을 전부 다 줄 때 행복해 했었다. 이처럼 행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나눔은 결코 손해가 아니라 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사랑의 신비이다. 

 행복은 결코 금고 안에 있지 않고 나눌 줄 아는 넉넉한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없는 이들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그들의 영혼과 육신은 메마르고 골을 타고 내리는 주름살은 갈라진 논바닥이다. 올가을, 함께하는 삶의 여정에서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들에게 따뜻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2월 12일  |  대표이사/발행인 : 부임춘
편집인 : 송정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부임춘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