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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국립방언연구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의 주장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는 그제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과 부흥방안’ 주제로 열린 제주학연구센터 국제학술대회 제3회 제주학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절멸 위기에 있는 제주방언의 보전은 국가적인 과제인 동시에 지방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제주도의 유치 설립 노력을 강조했다.
제주방언은 워낙 특수해 마치 외국어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듣곤 한다. 옛말과 옛글(古語)을 제대로 익히려면 제주사투리를 공부해야 할 정도로 제주방언은 어휘가 다양하고 풍부하다. 20세기 초까지 사용하다 사라진 아래아(·) 자모를 제주인들은 지금도 구사한다. 하지만 20~30대 미만 청소년들에게 제주방언은 점점 멀어져가는 낯선 말이 되고 있다.
몇년전부터 제주어 사용 시범학교(초등교)를 운영해 보존운동을 벌이고 있어 다행이지만 아주 제한적이어서 큰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당국은 전 초·중학교에 제주방언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세계무형유산 등재 요건을 충분히 갖춘 제주방언이지만 정작 사용되지 않으면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 특히 국립방언연구원 제주 설립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미 2015년 경북지역에서도 국립방언연구원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다. 유치를 서둘지 않을 경우 다른 지방이 선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국어학자들이 제주 설립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어 기회는 제주에 주어진 셈이다. 제주도는 이번 기회에 국립방언연구원 유치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제주방언은 곧 제주의 역사이면서 한국의 역사이자 언어자산이다. 사실상 정부도 제주방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국립방언연구원 유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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