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어쩔 수 없이 도망치는 모든 이아리에게 위로를
이아리 ‘다 이아리’ (시드앤피드, 440쪽, 1만5000원)

▲ 책 ‘다 이아리’ 표지.

‘그동안 견뎌줘서 고마워. 더는 아프지 말자.’
실제로 겪었던 데이트 폭력과 악연에 대해 웹툰을 그리고 책을 펴낸 저자가 있다.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길을 걷다 한번쯤 마주쳤을지 모를 평범한 사람이자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만화로 그린 작가라고 말한다.

저자는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경험과 목소리를 생생히 담은 웹툰 ‘다 이아리’를 그렸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연재를 시작해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키면서 순식간에 10만 팔로워를 기록했다.

이미 연재 초기부터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120만뷰가 집계될만큼 주목받은 작품이다. 데이트하는 상대의 지독한 집착과 통제, 끈질긴 스토킹, 반복되는 폭언과 폭행 등 데이트 폭력을 겪은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아프게 들려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숨진 피해자는 51명이고 살인 미수 범죄는 110건에 달한다. 이 수치는 일주일에 1명 꼴로 연인에게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7년 한 해 동안 데이트 폭력 사범은 1만303명으로 전년도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데이트 폭력 문제로 최근 스토킹 처벌법이 특별법으로 제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을 반영하면서 책은 담담한 그림체와 마치 실제와 같은 연출력으로 데이트 폭력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데이트 폭력에 노출됐던 당시 일기장을 바탕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그렸다. 그러자 저자의 SNS 계정으로 ‘그 남자 OO대 몇 학번 누구 아닌가요?’ 등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사연들이 쏟아지는 일도 벌어졌다.

저자는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화살과 가해자를 막을 수 있는 법의 부재. 그 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도망친다. 나를 만났던 이 사람이 당신에게, 당신의 친구에게, 가족에게 다가갈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피해자가 도망치는 것이,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과연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책으로, 온몸으로 전하고 있다.

#바람이 위로하고 달빛이 치유하는 제주

브렌다 백 선우 ‘나의 제주 돌집’(서울셀렉션, 240쪽, 1만3000원)

▲ 책 ‘나의 제주 돌집’ 표지.

‘언젠가 한라산이 다시 분출한다면 켜켜이 쌓인 제주 사람들의 슬픔과 이야기의 무게 때문이 아닐까?’

25년 전 아들 토미를 갑작스럽게 잃고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던 재미교포 3세 할머니 브렌다 백 선우와 그의 남편 잰 백 선우는 제주에 끌리게 된다. 몇 년을 오간 끝에 마침내 애월에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책은 그들에게 낯선 땅, 제주에 집을 짓고 이주하는 과정과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며 도전한 기록을 담았다. 그들은 처음 제주 자연에 매혹된다. 한라산과 오름, 올레길, 평화로운 어촌마을의 모습 등.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제주의 이면을 보게 된다. 4·3을 비롯한 근대사의 상처와 평생 물질을 이어온 해녀 등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삶을 이어온 제주인들을 알게 된다. 그들이 전하는 제주에서의 이야기는 이방인의 관점에서 본 제주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았다.

#완벽할 수 없는 ‘나’를 인정하기

크리스틴 네프 ‘러브유어셀프’(이너북스, 384쪽, 1만6000원)

▲ 책 ‘러브유어셀프’ 표지.

흔히 자존감을 키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을 믿는 마음을 키운다면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을까?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 크리스틴 네프 박사는 ‘자기연민’으로 변화된 자신의 삶을 토대로 크리스토퍼 거머 하버드대 임상심리학자와 ‘마음챙김-자기연민 MSC, Mindful Self-compassion’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자기연민은 나약하고 이기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를 가진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연구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자존감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우울, 불안 등 고통스러운 감정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의 경험과 설득력있는 심리학적 연구, 실천 방법과 유머 등으로 재치있게 꾸며진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저자가 개발한 ‘자기연민’은 ‘명상’과 결합하면서 사랑하는 누군가를 돌보듯이 나 자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왜 영어를 공부하는가

김성희 ‘나는 영어를 잘하기로 결정했다’(북오션, 232쪽, 1만5000원)

▲ 책 ‘나는 영어를 잘하기로 결정했다’ 표지.

대한민국에서 한번도 영어를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다수가 시험을 보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해 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웃기에는 너무 슬픈 현실을 하나 밝히자면 영어를 쓰는 원어민들이 우리나라의 수능 문제는 풀지 못하는 사실이다.

영어를 공부하는 게 문제를 푸는 게 목적이었던 탓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막상 영어를 쓰려고 하면 한 문장을 입으로 떼기 어렵다.

책은 삶의 질이 나아지는 방향으로 영어를 학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에 앞서 세 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깨달아야 하며 둘째, 지금까지 영어를 잘못 배운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저자는 이 세 가지를 이룰 수 있다면 우리는 단지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이 풍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영어를 잘하기 전에 앞서 저자의 주장들을 곱씹으며 영어공부를 왜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밀리언셀러 작가의 데뷔작, 세상으로

황선미 ‘마음에 심는 꽃’(시공사, 128쪽, 1만2000원)

▲ 책 ‘마음에 심는 꽃’ 표지.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로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쓰는 황선미 작가의 성장 소설이 나왔다. 이미 밀리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표’ 등을 발표하며 국내 동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듣는 저자지만 이 작품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이 책은 저자의 가장 오래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1995년 농민신문을 통해 등단하면서 발표한 첫 데뷔작이다. 저자는 책을 두고 “24년 전, 나의 시작 어떤 지점이다. 그런데 꽤 오래 걸어 온 나의 지금에 이것이 어떤 의미가 되려고 한다. 등을 구부려 손끝으로 발을 만지는 기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중편으로 쓰여졌던 이 책은 오랜 시간 저자의 프로필 앞 자리에 등장했지만 책으로 나오진 않았다. 묻혀있고 빛바랜 작품이 25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도시로 떠나고 홀로 시골마을에 남게 되는 수현의 일상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베이킹에 앞서 꼭 필요한 ‘기본’

김재호 ‘미스터비니, 과자의 기본을 다루다’(터닝포인트, 248쪽, 1만8000원)

▲ 책 ‘미스터비니, 과자의 기본을 다루다’ 표지.

홈베이킹을 자주 하는 이라면 저자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에그타르트’하면 저자를 떠올릴만큼 홈베이커들 사이에서 유명한 저자는 ‘기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기본을 알고 만든 과자는 다르다고 힘줘 말한다.

모름지기 제과란 재료의 특징을 파악하고 공정의 원리를 이해하면 더욱 쉬워질 수 있다고도 전한다. 단순하든 어렵든 베이킹에 앞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그냥 하는 것과 다르다. 또 베이킹을 하다보면 레시피에 적힌 분량을 잘못 계량해 ‘아, 이 과자는 실패했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치가 중요하지 않다. 박력분 124g을 120g으로, 설탕 36g을 30g으로, 달걀 43g을 40g으로 바꾸면 과자에 큰 변화가 있을까? 저자의 ‘간단 재료 비율’ 레시피는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했다.

책은 기본적으로 꼭 만들어봐야 할 과자와 크림을 ‘간단 재료 비율’ 레시피로 제작해 베이킹에 관심있는 이들이 쉽게 제과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