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무엇이든 '꾸준'하게...오늘도 한 발 앞으로

이진송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다산책방, 252쪽, 1만4800원)

▲ 책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표지.

머리로는 운동을 해야하는 건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도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듯이 체력도 다를 바 없다. 특히 20대에서 하룻밤 새우는 일은 거뜬했지만 서른 이후 체력이 바닥났다는 표현도 자주 듣는 우리다. 이런 점에서 제목부터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 나왔다.

도통 운동을 가까이하려고 해도 도무지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한 운동 에세이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다.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헬스클럽, 요가, 커브스, 수영, 승마, 스노보드, 댄스, 스쿼시, 복싱, 아쿠아로빅, 배드민턴, 복싱, 필라테스 등을 전전하며 ‘회원님’으로 지내왔다.

책은 ‘체험판’에 가까운 수준으로 다양한 운동에 도전했지만 저자가 당시 하고 있던 운동을 매번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그럼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 의지들을 책에 담았다. 이건 다칠 거 같아서, 저건 동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 또 집에서 너무 멀어서, 그냥 하기 싫어서 등 3개월 치 운동비를 결제하며 ‘기부 천사’로 살던 저자는 우연히 시간을 착각하고 잘못 들어간 필라테스 수업에서 운명(?!)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책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였다. 이쯤 되면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는 등 뭔가 성과가 기대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생 운동’을 찾은 저자지만 운동가기 싫은 마음은 한결같았다. 권태기를 맞기도 하고 수차례 운동을 갈 지 안 갈지 고민한다.

저자는 실패를 반복하는 것 같은 운동의 굴레에서 어느 순간 아주 조금 달라진 내 몸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 하기 싫지만 힘을 내서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고쳐 매는 것 등을 이루면서 계속 운동해 나간다.

그저 우리는 자기 자신을 잘 돌보기 위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하는 운동일 뿐이라고 전한다. 저자는 ‘남 보기 예쁜 모습’이 아닌 ‘적절한 나의 동반을 만드는 마음’으로 운동한다고 강조한다. 또 무리해서 힘껏 운동을 이어오다 더이상 안하는 것보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고 있길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한 발씩 앞으로 내딛어보자고 말한다.

어디선가 드러누운 채 ‘아, 오늘은 진짜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고 혼잣말하는 누군가에게 저자가 하이파이브를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갑시다 운동!’.

#제주서 마주한 풍경을 시조로

김선 ‘사람이 흐르다’(한그루, 100쪽, 9000원)

▲ 책 ‘사람이 흐르다’ 표지.

젊은시조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선 시인의 첫 시조집이다. 시조집은 4부에 걸쳐 63편의 시를 모았다. 시인은 제주의 길을 걸으며 자신처럼 길 위에 선 많은 사람들과 풍경들을 만났다. 그것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치유와 시상(詩想)이 되기도 했다.

시인은 길 위에서 자신을 스친 모든 것들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바람처럼 흐르는 것들을 건져올려 시조라는 절제된 형식에 담았다. 시인이 길에서 만났던 것은 자아인데 그 과정에서 상처와 그리움, 공감과 소통, 사색과 창작의 시간이 함께 흐르면서 한 권의 책에 도착한 셈이다.
3장 6구 12음보의 구성미는 충실한 보폭과도 닮아 있다.

그 발걸음을 따라 시조집을 읽어가다 보면 각자 또 다른 인연과 좌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시인은 “이름 없는 풀꽃, 작은 돌멩이, 바람, 바다, 오름, 그리고 사람. 저를 스친 모든 것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모든 사람들이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으면 한다”고 전한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말 ‘엄마’

지주연 ‘엄마 이름은______입니다’(혜화동, 192쪽, 1만3000원)

▲ 책 ‘엄마 이름은______입니다’ 표지.

배우 지주연이 ‘두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펴냈다.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누구 엄마’로 불리는 엄마와 엄마가 되는 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엄마의 이야기다. 책 제목은 김춘수 작가의 작품 ‘꽃’에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은 꽃처럼, 각자 엄마의 빛깔과 향기에 맞게 이름을 적는다면 제목이 완성되는 셈이다. 저자는 지난해 환갑이었던 엄마에게 축하를 담아 ‘세 번째 스무살 꽃길만 걸으시라’라고 플래카드를 주었다. 평생 자식을 위해 산 엄마가 이제는 본인만을 위해 즐겁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연선을 맡아 그 시대의 엄마에 빙의되었다고 할까, 눈물을 흘리면서 글을 쓴 게 한두번이 아니다”며 “나도 ‘누구 엄마’로 불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엄마’라는 말처럼 보편성과 특별함이 공존하는 말이 더 있을까. 소홀하기 쉬운 가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이게 다 널 생각해서야’ 거절 못하는 사람들의 필독서

한경은 ‘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수오서재, 312쪽, 1만4800원)

▲ 책 ‘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 표지.

흔히 우리는 나로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그게 과연 쉬운 일인가. 우리가 늘상 겪는 사회생활에서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 여기서 멈춰서서 볼때, 우리는 과연 욕먹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아님 실패하고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살면서 매번 약자가 되는 자신을 마주할 때 참고할만한 책이 나왔다. 책은 눈치는 잘 보지만 정작 자신이 손해보면서까지 상대방이 무리한 부탁을 할 때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의 욕구 알기’, ‘인정 중독 벗기’, ‘분노와 죄책감’, ‘타인의 시선 거두기’, ‘착함의 이면’, ‘피해의식이라는 틀’, ‘완벽주의 내려놓기’, ‘경계선 세우기’ 등을 제안한다. 내 인생에서 나 자신이 없다는 감정을 자주 느낀다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용서 그리고 그의 권리에 대하여

시몬 비젠탈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뜨인돌출판사, 472쪽, 1만9800원)

▲ 책 ‘모든 용서는 아름다운가’ 표지.

제목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모든 용서는 과연 아름다울까?’라는 질문은 머릿속에서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학살자들에 의해 89명이나 되는 일가친척을 잃고 아내와 단둘이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난 후 그의 추적 끝에 1100여 명의 나치 학살자들이 심판을 받았고 이에 대한 업적으로 2005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이러한 업적이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용서’에 관한 이야기는 흥미를 끈다. 강제수용소에 있을 때 죽어가는 나치 장교가 저자에게 용서를 구하자, 그는 뿌리치고 병실을 나서기도 한다.

내 가족을 죽이고 나를 죽이려했던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범행을 강요받았던 범인들은 용서받을 권리가 있을까? 사회적으로 일어난 참상에 대해 외면한 이들에게 죄가 있는가? 등 떠올리기만 해도 서늘한 질문들을 갖고 읽다보면 어느새 책에 몰입하게 된다.

#내년에는 경제문맹 탈출해보자

스케치 ‘청춘의 재테크 상담소’ (한국경제신문, 360쪽, 1만6000원)

▲ 책 ‘청춘의 재테크 상담소’ 표지.

경제, 금융하면 곧잘 어려운 말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 성인들의 금융이해력은 OECD 국가 중 평균 이하다. 20대가 100점 만점에 약 58점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청년세대들이 경제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브런치에서 금융 칼럼을 연재하는 저자는 돈 관리를 이제 시작하려는 청춘들을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경제상식을 14가지 주제별로 나눠 조언한다. 저자는 매달 받는 월급과 13월의 월급, 즉 연말정산을 잘 관리하다보면 ‘14월의 월급’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저자가 실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5년 안에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는 방법을 비롯해 노후준비를 왜 20대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등 관심을 끌 만한 주제들에 대해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생활과 시간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돈을 모으는 데에 있다는 저자는 책을 통해 삶의 주인이 되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