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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가 끝난 거리에는 요란한 확성기 소리는 사라졌지만 대신 현수막이 즐비하다.
도민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도지사 당선자의 현수막에서부터 선거기간 동안 보내준 성원은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겠다는 낙선자의 인사까지 온통 현수막 천지다.
하루해가 짧다며 구석구석 찾아다니던 그 발품 대신 글로 대신한 인사지만 이를 바라보면서 느껴지는 생각은 오만가지다. 귀찮도록 걸려오던 전화며 문자메시지의 홍수를 벗어난 후련함은 있지만 이제 우리가 기대하던 그런 모습을 과연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쉽게 떨쳐버리질 못하겠다.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던 겸손함, 충실한 머슴이 되겠다던 다짐, 공약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던 그 열정을 과연 결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얼마나 체감될 수 있을지 말이다.
이번 치러진 지방선거도 이제껏 보고 느껴온 지난날의 기억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정당은 오로지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입맛대로 공천을 하고, 공천을 못 받은 사람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기막힌 소신이 판을 쳤다. 그런가하면 투표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입당을 발표하는 넉살과 염치는 가히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정책을 우선하여 이성에 호소하여 검증을 받는 선거라야 할 텐데도 오로지 감성을 자극하여 바람몰이를 기대하고 유도하는 작태만큼은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음에 유권자는 식상하기 마련이고 결국 눈도 등도 돌리고 만다.
국책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제주도의 가장 큰 현안인 해군기지가 그 본질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인 것은 그 사업의 당위성을 떠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의 안위를 책임진 군이 천안함 사고에서 보여준 행태는 갈 데까지 가고 무너질 대로 무너진 얼빠진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북한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이를 속이고 감추기에 급급했던 군 지휘부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어깨에 달린 별은 희망과 믿음을 주는 밤하늘의 별이 아니라 별똥별만도 못한 허깨비 같은 계급장이었을 뿐이다.
무슨 일이든 터지고 보면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는 우리의 현실. 매사를 정치적 계산에 의하여 접근하고 대처해 가는 이 나라 지도자들의 손에서 국민들은 실망과 체념 속에 암울한 미래를 볼 뿐이다.
우리에게 오랫동안 늘 기억되고 회자되는 대통령이 있었던가?
초대 대통령의 하야(下野)로 시작하여 누구랄 것 없이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결말을 보여주지 못한 역대 대통령들. 국부(國父)가 그러하였을진대 더 이상 무엇을 말하고 논할 것인가.
제주도 또한 다를 바 없다. 김만덕은 추앙받고 기억되어질지언정 도민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고 추앙받는 도백은 선뜻 꼽을 수 없으니 날이다.
어쨌거나 새로운 인물들이 곧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예상을 뒤엎은 선거 결과는 기존 세력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보다 확실한 변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염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한나라당, 민주당을 선택한 것도 아니며 진보와 보수를 가른 것도 아니다. 누구이던지 진정으로 도민을 사랑하고 위하며 제 몸을 사를 줄 아는 사람을 원하며 고른 것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떠올려 본다.
진정으로 약속을 지키고 실천해갈 사람을 원하며 도민들은 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었다.
이 소중한 뜻을 감사하고 헤아리며 이제 이를 제대로 키우고 가꿔갈 것은 바로 선택된 사람들의 몫이다. 새로이 당선된 이들의 손에서 이번만큼은 무럭무럭 자라고 튼실한 열매가 맺히는 나무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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