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 9월말 기준 도내 가계대출 잔액이 16조 452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2년 전인 2017년 6월 12조 7000억원에 비해 무려 3조 3452억원이나 늘어났다. 한 해 1조 5000억원 씩 증가한 셈이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증가한 빚이라면 모를까 사실상 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불어난 빚이어서 우려가 크다.

　급격한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 대출이 주도했다.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시기에 주택공급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사용이 늘어난 것도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 빚이 없던 시대는 없었다. 더구나 오늘의 신용사회에서 빚은 경제생활에 불가피한 수단이다. 문제는 갚을 능력이 없이 과다한 빚을 내는 것이다. 수입 규모를 벗어난 빚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빚을 내 집을 사더라도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집으로 인한 빚의 노예가 될 수 있다.

　넉넉한 사람이 큰 집을 매입하는 것을 보고 겨우 생활을 꾸려가는 나도 큰 집을 사면 결국 빚에 짓눌리게 된다. 주택구입이든, 소비생활이든 경제수준과 예상수입 등 자신의 능력에 맞춰야 한다. ‘빚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듯이 누구나 빚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가계파탄이 뻔한 일을 사서해선 안 된다.

　금융기관이 대출상품을 다양화하고 대출폭을 크게 늘리는 것도 문제다. 특히 은행은 주택담보 대출과 신용대출로 큰 수익을 얻고 있다. 대출을 받은 소비자는 빚에 허덕이든 말든 이익만 내면 된다는 은행의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 은행은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대출 규모를 정해야 한다. 장래 가계파탄이 불을 보듯 뻔한 소비자에게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대출을 늘려 결국 소비자를 더 큰 곤경으로 유도하는 것은 범죄행위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