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학술용역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가 설치된 것은 공무원사회의 용역만능주의를 막아 예산 낭비 요인을 없애기 위한 데에 있다. 그제 심의위가 제2공항 갈등 해소 특위 활동 예산에 제동을 건 것은 고유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월권행위에 속한다. 심의위는 제주도의회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연구조사’ 용역 안건을 심의해 ‘재검토’ 의결했다. 사실상 제2공항 갈등해소특위에 예산을 지원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심의위는 공무원들이 불필요한 용역을 위해 예산을 낭비하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면 된다. 도의회가 요구한 제2공항 갈등해소 특위 예산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공항 건설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까지 한 것은 업무의 범위에 벗어난다. 그럴 것으로 믿고 싶지 않지만 갈등해소특위 활동에 예산을 줄 수 없다는 원희룡 지사의 반(反)공론조사 노선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원 지사를 의식한 예산 지원 제동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제2공항 문제는 제주도정의 영역을 벗어났다. 심의위가 국책사업도 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할 수 없는 시대임을 간과한 것은 큰 잘못이다. 실제로 제2공항은 찬·반 의견이 팽팽해 찬성하는 도민들의 입장만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도 도민들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한국행정연구원 측도 주민투표 실시를 갈등 해소책으로 제시했다.

　더구나 제주도와 심의위가 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특위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의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고 있는 도의회가 직접 관련 예산을 추가하면 된다. 도민들의 공감대가 이뤄진 특위 용역비여서 결국 집행기관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심의위는 앞으로 본연의 영역인 낭비적 용역비 심의에만 충실해야 한다. 더 이상 정책까지 판단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