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세상 모든 이들의 꿈 따듯한 시선으로 응원

권서영 ‘시루의 밤’ (창비, 44쪽, 1만3000원)

▲ 책 ‘시루의 밤’ 표지.

디저트가 되고 싶어 매일 제과점을 기웃기웃 거리는 ‘떡’이 있다. 책 ‘시루의 밤’의 주인공 시루는 하얗고 작은 떡 반죽이다. 시루의 꿈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디저트’가 되는 것이다.그래서 제과점 진열대를 바라본다. 하지만 진열대에는 생크림 케이크를 비롯해 딸기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 등 화려한 케이크들로 가득하다. 진열된 케이크들은 시루를 ‘작은 쌀 덩어리’라고 놀리고 쫓아낸다. 이런 상황인 가운데 시루는 과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책은 저자가 2017년 ‘SIRU the dessert(시루 더 디저트)’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던 짧은 애니메이션 다섯 편이 새롭게 탄생한 그림책이다. 책속에서 시루는 생일 케이크를 고르며 설레는 사람들을 보고 꿈을 꾼다. 하지만 현실은 달콤한 시럽, 부드러운 크림 등 어느 것 하나 내놓을 것 없이 그저 떡 반죽일 뿐이다.

어떤 모습이 되고 싶어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부족하지만 꿈을 품은 시루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루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매일 밤, 디저트가 되는 법을 공부하고 친구인 강물에게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루의 말을 듣고 강물은 ‘시루도 될 수 있어’라고 따뜻한 응원의 말을 전한다.

강물의 도움으로 시루는 밤하늘에 가게 된다. 밤하늘에 떠 있는 달님과 아기별들은 시루를 반가워하고 환영파티를 열어준다. 아기별들은 시루를 위해 오로라 쿠키, 별가루를 녹인 시럽, 몽글몽글한 구름 아이스크림 등 멋진 디저트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루를 변신시킨다.

여름 햇빛으로 만든 꿀과 은하수 우유, 저녁 노을을 섞어 만든 크림으로 시루는 그토록 바라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늘 바라던 모습이 되었어’라고 행복하게 외치는 시루를 보며 꿈을 이룬 사람들의 값진 노력을 응원하려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새벽녘이 되자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시루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꿈은 다른 이의 도움으로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고 결국 스스로의 힘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누군가의 꿈을 다정하면서도 가볍지 않게 바라보는 그림책이다.

#위로는 다가오는 것이 아닌 찾아가는 것

유병록 ‘안간힘’(미디어창비, 212쪽, 1만3500원)

▲ 책 ‘안간힘’ 표지.

‘나는 아들을 잃었다.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이제 행복한 날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고 확신했다.’ (본문 中)

아들을 잃은 시인이 애도의 과정을 담은 산문집을 펴냈다. 저자는 자신이 겪게 된 아픔이 행여나 주위로 퍼질까 걱정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이 크나큰 불행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라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책은 저자가 스스로의 아픔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남겨진 아내와 가족에 대한 애정, 상실의 과정에서 발견한 크고 작은 성찰들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잃고 애도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저자는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슬픔에만 잠겨있지 않는다. 놀랍게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로 다짐한다. 이별에 영영 주저앉지 않고 용기를 내는 것은 아들을 잊지 않기 위한 그만의 간절함이기도 하다. 책은 예기치 못한 슬픔을 마주한 사람들로 하여금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위로’를 전한다.

#원초경제사회 속 제주 의식주를 엿보다

고광민 ‘제주도 도구의 생활사’(한그루, 405쪽, 2만5000원)

▲ 책 ‘제주도 도구의 생활사’ 표지.

제주학연구센터의 39번째 제주학총서가 발간됐다. 고광민 연구자가 쓴 이 책은 원초경제사회 제주의 도구를 통해 서민 생활사를 살핀다.

원초경제사회는 삶에 필요한 자원을 자연에서 마련해 살아갔던 시기를 의미한다. 당시 쓰인 도구는 일할 때 쓰는 연장을 넘어 공동체가 만든 문화유산이다.

책은 ‘의식주 도구의 생활사’, ‘생산 도구의 생활사’, ‘운반 도구의 생활사’, ‘도구 생산의 생활사’ 등 4장을 비롯해 제주도 안덕면 감산리 ‘민속자료실’의 도구를 조사하고 다수 어르신들의 가르침을 기록·정리한 1999년의 원고를 고쳐 쓴 기록 등 총 5장으로 구성됐다.

모자, 신발, 방아, 초가집, 지붕 등 일상 속 의식주 도구와 한반도와의 비교를 통해 제주문화의 특징을 보여주고 ‘탐라순력도’ 속 해녀를 통해 그들의 생산 도구와 생활사를 들여다본다.

방울과 낙인 등 제주의 방목 문화에 따른 삶과 도구의 문제에 접근하고 여성들의 대표적인 운반 도구인 ‘구덕’과 ‘차롱’의 전승 실태를 알아본다.

#우리는 모두 ‘아꼽습니다’

김꼼마 ‘아꼽다’(한그루, 101쪽, 1만원)

▲ 책 ‘아꼽다’ 표지.

“며칠 전 보았던 달이/ 어느새 자라/ 배가 볼록/ 볼이 볼록// ‘달이 뚱뚱해졌어.’// 동생의 말에/ 밥 안 먹고 지냈는지/ 며칠 전 보았던 달이/ 배가 홀쭉/ 볼이 홀쭉.” (동시 ‘보름달’ 전문)

2005년 문예춘추 동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김꼼마 작가의 첫 동시집이 나왔다. 책은 작가의 글과 함께 성장중인 6~7세 어린이 14명의 그림이 수록됐다.

‘아꼽다’는 제주어로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뜻으로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낭송하고 감상할 수 있는 책으로 구성됐다.

1부 ‘꼬물꼬물 숨 한번 쉬고’에는 어린이들의 재미있는 친구들인 개구리, 쥐며느리, 금붕어, 고사리, 양파 같은 동·식물을 소재로 한 동시들이 담겼다.

2부 ‘자연아 뭐하니?’에서는 제주오름과 바다, 해님과 달님 등 우리 주변의 자연을 노래하고 3부 ‘사랑해! 사랑해!’는 엄마, 아빠, 동생, 형아 등 가족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4부 ‘엉덩이 흔들며 하나 둘, 하나 둘’에는 친구와 놀이처럼 일상적으로 만나는 생활 이야기들을 감상할 수 있다.

#도시농부가 가꾼 삶의 기록

정원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피그말리온, 256쪽, 1만4500원)

▲ 책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 표지.

5년차 도시농부가 텃밭이 삶의 기준이 된 하루하루를 모아 만든 책이 나왔다.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취미와 여행 사이에 머물던 저자가 정착한 곳은 바로 ‘텃밭’이다.

스무 평 남짓한 밭을 일구게 된 저자는 초보 농부인만큼 다른 농부에게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불현듯 깨닫는다. 농사에는 답이 없다는 것과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알맞은 기준으로 찾으면 된다는 것을.

저자는 흙에, 바람에, 햇살에 속하는 것은 삶이 따뜻해진다는 것이고 스스로가 더 가볍고 명쾌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책은 씨앗을 돌보고 가꾸면서 자기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생각과 마음을 심고 틔우려는 삶이 시작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봄에서 사계절을 지나 다시 봄에 이르는 책속의 시간은 ‘텃밭’에 대한 생각을 지속하게 만들어준다. 당신의 삶에 텃밭을 더하는 계기를 만들길 바란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역사 속 서정성을 한 편의 시로

송두영 ‘물메 쉼표같은’(고요아침, 107쪽, 1만원)

▲ 책 ‘물메 쉼표같은’ 표지.

“비온 뒤 더 붉어진/ 한라산 비탈 오르다// 오백장군 영실단풍/ 깊이 따라 젖어보고// 마주한/ 봉우리 마다// 산다는 게 뜨겁다” (시 ‘제주의 가을’ 전문)

제주시청 공무원으로 활동하며 제주인의 삶을 시로 그려낸 송두영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됐다.

시인은 작품을 통해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이나 이슈화됐던 소재를 역사의식의 서정성을 담아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담담히 써 내려갔다.

애월읍 수산리 출신의 시인은 1988년 공직에 입문하고 꾸준한 시작활동을 거쳐 2013년 제주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한 제주시조 백일장에서 작품 ‘물메 둑길에서’로 일반부에 당선됐다.

이후 제주시조 시인으로 활동한 가운데 2016년 시조시학 여름호에 ‘어떤 죽음’외 4편의 시로 신인작품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현재 시인은 시조시학회를 비롯한 제주문인협회, 제주시조협회,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라음문학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