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투영된 여백서 발견하는 자아 '의미'"(7) 조기섭 작가
스스로 단련과정서 '여백' 표현
대상 빛으로 보이며 은분 사용
삶 순환 통해 관객과 소통 시도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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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5  15: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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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신조어 중 '노력충'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의 결과를 오로지 노력 부족의 탓으로 돌리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말이다. 개인의 능력보다 사회적 배경이나 구조가 개인의 앞날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으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노력해서 ‘성공’이라는 결과를 내는 것이 개인의 삶에서 과연 필수일까.

오히려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는 이들도 있으며 노력이라 생각하지 않고 기꺼이 그를 행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조기섭 작가(38)는 스스로를 단련해왔다.

   
▲ 조기섭 작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는 고향인 제주로 내려오게 된다. 하지만 작업만으론 일상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서울과 부산 등을 오가면서 미술교육에 대한 경험을 쌓고 삶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준비했다. ‘어떻게든 해내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든 계속 자신을 이끌어왔던 삶처럼, 그의 작업과정은 일종의 수양(修養)이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닌 기억 속을 더듬는다.

그 기억이 왜 마음에 남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는지 곰곰 생각하면서 이미지를 수집하다 이내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다. 붓을 통해 은분을 다섯 번 정도 올려가면서 물의 양 등을 끊임없이 조절한다.

그럼에도 마지막은 항상 지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작업 자체가 비운다는 개념이다.

“그림 앞에 찍힌 발자국 수만큼 오래 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그림에서 손을 놓으면 더이상 그것은 내 그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그림을 보는 관객들이 단순히 바라보기보다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길 바란다. 자기 자신을 그림 속에 투영해서 그만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여백을 두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 자신에게도 대상 자체만이 아니라 그가 주는 느낌이나 순간이 중요하다.

   
▲ 조기섭 작 ‘ zen(禪)’.

애당초 그는 작업에서 색을 많이 사용했지만 어느 순간 대상이 모두 ‘빛’으로 보이면서 은분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대상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표면 뒤로 ‘실재’가 있다. 있음과 없음의 교차를 통해 삶의 순환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올해 10년의 작업과정을 뒤로 하고 앞으로의 10년을 꿈꾸기 위한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업실을 비롯해 작업의 전 과정을 공개하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이 우연히 보기 쉬운 버스 정류장 앞에 ‘스튜디오126’을 조성했다. 전시장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작업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와 소통했다. 느낌을 작업으로 표현하는 것일뿐 작가라고 해서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는 그는 온전히 자신의 방법대로 노력하며 제주 미술계에 자리했다.

제주미술청년작가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역작가들의 성과를 앞세우기 전에 작가들이 의지할 수 있는 제도가 장기간동안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마음에 떠도는 단상을 지극하게 기록하는 그의 예술세계에서 진득한 노력의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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