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돌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수월봉의 진면목

김진철 ‘낭이와 타니의 시간 여행’ (한그루, 112쪽, 1만5000원)

▲ 책 ‘낭이와 타니의 시간 여행’ 표지.

제주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국내 유일의 세계 지질공원이다. 한라산이 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동쪽에는 성산일출봉과 만장굴, 우도가 있다. 서쪽에는 수월봉과 비양도가 대표적이다.

특히 수월봉은 1만8000여 년 전, 화산활동으로 탄생한 오름으로 세계적인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곳이다. 연구자들은 해안 절벽에 남겨진 화산재의 흔적과 듬성듬성 박힌 돌들을 보고 수월봉을 화산학 연구의 교과서라고도 부른다. 이러한 제주 지질명소 수월봉을 배경으로 한 동화가 출간됐다.

김진철 작가의 수월봉 연대기 ‘낭이와 타니의 시간 여행’이다.

책은 깊은 땅 속에 있는 마그마마을의 돌들인 ‘낭이’와 ‘타니’가 화산폭발이 일어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수월봉의 탄생에서부터 낭이와 타니의 모험을 그려낸 책에는 총 여섯 개의 이야기로 수록됐다.

태초의 수월봉을 담은 ‘수월봉, 세상에 태어나다’를 시작으로 수월봉 인근 고산리에 남은 선사시대 유적을 보여주는 ‘선사시대 사람들과의 만남’, 수월봉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는 ‘수월이와 녹고의 안타까운 사연’, 수월봉에서 볼 수 있는 차귀도에 담긴 ‘무시무시한 고종달이와 매로 변한 한라산신’, 일제강점기에 수월봉의 허리를 파 들어간 ‘일본군 진지와 자살특공대’, 수월봉 앞 바다를 밝히던 옛 등대인 도대불을 소재로 한 ‘바다를 밝히는 아름다운 도대불’ 등이다.

낭이와 타니가 함께 떠나는 수월봉 연대기를 그린 책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그에 관한 정보와 사진 등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 수월봉의 일대기를 통해 지질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 사람들의 이야기와 신비한 전설, 아픈 상처를 남긴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책은 수월봉 층리의 특징인 ‘탄낭 구조’에서 이름을 따온 주인공 ‘낭이’와 ‘타니’를 통해 어린이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오랜 시간동안 수월봉과 함께한 돌들의 눈으로 수월봉의 자연과 역사,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신석기 시대 당시 삶의 터전에서부터 수월이와 녹고 등의 슬픈 이야기, 일제강점기에 겪은 아픔 등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그는 “수월봉은 제주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 비밀도 살짝 엿볼 수 있는 곳”이라며 “낭이, 타니와 시간 여행을 하면서 아름답고 신비로운 수월봉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 1분으로 삶을 정리하는 방법

김현주 ‘오늘 정리’ (솜씨컴퍼니, 224쪽, 1만4800원)

▲ 책 ‘오늘 정리’ 표지.

새해를 맞아 신구간 중 이사를 하거나 집안 정리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정리정돈을 해도 깨끗한 상태가 오래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은 집안 정리를 할 때마다 실패하는 사람들을 위해 각자에게 맞는 정리법을 찾아준다. 또 우리집에 맞는 정리 규칙을 세울 수 있도록 정리에 대한 노하우를 제시한다.

정리에 대한 기본 개념과 함께 수천 건의 정리 컨설팅을 토대로 체득한 정리 전문가 줄리뵈뵈의 단계별 정리 포인트들을 소개한다.

그의 조언을 기반으로 내 공간과 소유하고 있는 물건, 가족의 생활습관 등을 돌아보며 물건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정리 지도와 일기를 제안한다.

무슨 일이든 최소 21일은 반복해야 뇌에 각인이 되고 몸에 완전히 배게 하는 데는 66일이 걸린다고 믿는 저자와 함께 정리에 대한 새 습관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자유롭지만 가볍지 않은 생(生)

김민정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문학과지성사, 131쪽, 9000원)

▲ 책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표지.

편집자이자 시인 김민정의 신간 시집이 나왔다. 올해 등단 20주년을 맞는 저자가 마흔 네 살의 지난해 겨울에 마흔 네 편의 작품을 정리해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쓰기로 유명한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도 삶을 아름답게 표현하지 않는다.
자유분방하지만  가볍지 않은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시에다 씨발을 쓰지 않을 것이고/ 눈에다 졸라를 쓰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만 ‘아직은 오늘이 어제가 되는 시간을 살고 있는 나의 마음’이라고 고백한다.

환각과 환상은 있지만 기대는 없다며 단정짓는 시인의 말에 삶의 무게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학을 향한 제 열망과 욕심에 비해 문학 본령의 구멍은 늘 너무 작았기 때문에 먼 길을 돌아가고 있는 것 같고 자꾸 헤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며  “제목에서 ‘헤어졌습니다’가 아니라 ‘헤어지는 중’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와중이라는 자체가 ‘시의 존재감’과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날카롭지만 섬세한 SF 작품 모음집

정세랑 ‘목소리를 드릴게요’ (아작, 272쪽, 1만4800원)

▲ 책 ‘목소리를 드릴게요’ 표지.

‘이만큼 가까이’, ‘피프티 피플’, ‘옥상에서 만나요’, ‘지구에서 한아뿐’ 등 그동안 따뜻한 판타지를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정세랑 작가의 첫 SF 소설집이 나왔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저자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쓴 거의 모든 SF 단편을 모아 만들어진 책으로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 ‘11분의 1’, ‘리셋’, ‘모조 지구 혁명기’, ‘리틀 베이비블루 필’, ‘목소리를 드릴게요’, ‘7교시’, ‘메달리스트의 좀비 시대’ 등 총 8편의 이야기가 수록됐다.

책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특히 여성들의 삶과 몰락해가는 인류 문명에 대한 경고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특히 ‘11분의 1’은 저자가 실제 대학생 시절 모든 여성 회원이 탈주한 동아리에 남겨졌던 일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일상의 편린들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재치있는 물음을 던진다.

#학교에 가본 적 없는 소녀가 박사가 되기까지

타라 웨스트 오버 ‘배움의 발견’ (열린책들, 520쪽, 1만8000원)

▲ 책 ‘배움의 발견’ 표지.

공교육을 믿지 못한 아버지로 인해 학교를 다니지 못한 여성의 이야기가 책으로 탄생했다.

저자의 아버지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였기 때문에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이때문에 16년간 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저자는 기초교육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 대입자격시험(ACT)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저자는 놀랍게도 17세에 대학에 합격하며 기적과 같은 결과를 이뤄낸다.

책은 저자가 아이다호주 벅스피크의 유년 시절부터 케임브리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얻기까지 남다른 배움을 여정을 소개한다.

17세에 처음 교실에 들어선 저자는 아버지의 왜곡된 신념으로 자신과 가족들이 치른 큰 희생을 알게 되고 분노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배움이 무엇인지, 배움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성장담을 들려준다.

책은 배움을 통해 각자의 삶을 보는 새로운 눈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의지를 함께 얻는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2019 부커 상 영예를 안은 34년만의 신작

마가렛 애트우드 ‘증언들’ (황금가지, 600쪽, 1만5000원)

▲ 책 ‘증언들’ 표지.

캐나다 최초 페미니즘 작가로 알려진 작가의 신작이 34년 만에 나왔다.

책은 1985년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으로 전작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이 저자로 하여금 영감을 받고 쓰여지게 했다.

‘시녀 이야기’는 가상의 미국 정권을 무대로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스테디셀러로 최근 2년 사이 1000만 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번 책은 ‘시녀 이야기’로부터 15년 뒤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각자 다른 환경과 직업을 가진 세 여성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전작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와 길리어드 정권의 몰락 과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악명높은 교육자인 리디아 아주머니가 증언자 중 하나로 수기를 통해 길리어드의 부패한 권력자들의 민낯을 상세히 기록한다.

책은 미국에서만 50만부의 초판 부수를 찍고 바로 중쇄로 들어갔다. 영국에서는 매 4초마다 책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어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