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해소될 조짐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2월 제주도가 발주한 ‘제주지역 공항 운영권 참여방안’에 따른 연구용역이 완료됐다. 이번 연구용역에는 공항운영권의 필요성, 구체적 참여방안, 투자재원확보 및 관리 등이 담겼으며 공항운영권 참여를 위해 공항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논리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사회가 찬반의 대립으로 양분돼 있고 도의회 중심으로 갈등해소를 위한 공론화가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제2공항 건설을 전제로 공항공사 설립을 예고한 것은 너무 성급하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공기업에 대한 환상이다. 지방자치가 열리면서 제주도는 제주도개발공사, ICC제주, 제주관광공사, 에너지공사 등 여러 공기업을 설립했다. 이 가운데 그나마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온 기업은 ‘물’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 뿐이다. 나머지는 그 설립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더욱이 도민들은 선거를 치를 때 마다 늘어나는 인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이미 도민사회에서 공기업은 선거를 위한 일자리라는 비아냥이 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최근까지 대규모 인력이 소요되는 시설공단 설립까지 거론해 왔다. 제주도가 어쩌다 이런 환상에 빠졌을까. 물론 공항공사 설립이 반드시 독이 될 수는 없다. 용역보고서가 내세우고 있는 핵심 사업은 역시 면세점이다.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단순논리다. 제주도는 제2공항을 구실로 하는 공기업 설립 환상에서 벗어나 먼저 갈등 봉합에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