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공수화 원칙이 무너졌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용암수의 국내 시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방침에서 후퇴해 결국 1일 300t을 국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달 3일 제주도청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용암수 생산업체인 오리온을 향해 용암수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한 지 24일만에 부분 허용으로 꼬리를 내렸다.

　원 지사의 제주물 공수화 원칙 고수는 도민들의 정서와 부합하다는 점에서 결기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국내 시판 허용으로 방향을 틀어 결국 도민을 속인 셈이 되고 말았다.

　왜 원 지사가 해외 수출만 하도록 하겠다고 한 방침을 어겨 국내 판매를 허용했는지 보통 의문이 아니다. 도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판매 물량을 하루 300t으로 하고, 가정배달과 전자상거래(B2B)에 주력한다는 협의안을 잠정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수화 원칙을 무너뜨린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원 도정은 해외 판매를 원활히 하려면 국내 판매실적이 필요하다는 오리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필요한 최소물량을 허용했다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제주삼다수 판매시장을 흔들 수 있고, 한국공항 지하수 취수량(1일 100t)과도 맞물려 추후 물 판매 전쟁으로 비화될 여지도 없지 않다.

　현재 삼다수 1일 평균 생산량은 2500t이다. 여기에 오리온 용암수 300t이 더 시장에 출시되면 생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로 인해 삼다수 가격이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에 타격을 주는 의외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 도정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원 지사는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