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귀찮더라도 진실하게 살고 싶어서 선택한 삶

▲ 책 ‘나의 비거니즘 만화’ 표지.

보선 ‘나의 비거니즘 만화’ (푸른숲, 440쪽, 1만6500원)

소수의 취향에서 어느새 내 주변의 이야기가 되고 있는 트렌드가 있다. 바로 비건(vegan)이다.

흔히 채식주의라고 알려진 비건은 1944년 영국 비영리단체인 영국 비건협회(The Vegan Society) 초창기 당시 비건식이 규정되면서 나온 개념이다.

이는 육식을 거부하고 동물로부터 원료를 얻은 옷이나 악세사리, 동물실험을 통해 나온 화장품 등의 사용을 거부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자리하고 있다.

책은 비건을 지향하는 저자가 직접 글을 쓰고 그린 만화다. 책의 제목은 트위터에서 비건 간 정보를 주고받을 때 쓰는 해시태그 ‘#나의_비거니즘_일기’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아픔을 느끼며 많은 존재가 덜 고통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비건을 지향하고 있다.

책의 주인공 아멜리는 비건이 되면서 자신의 세상이 너무나 달라졌다고 전한다.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더 슬퍼진다’는 말을 건네고, 삶의 반경을 넓히는 방향성과 다른 존재의 고통을 줄이는 삶의 방식을 택하는 사람. 그가 바로 비건이라고 말한다.

아멜리는 귀찮더라도 진실하게 살고 싶어서, 슬퍼지더라도 다른 존재에게 고통주고 싶지 않아서 비건이 됐다.

왜 채식을 지향하냐는 물음에 건강과 종교, 동물권, 지구환경 등 이유는 아주 다양하다고 설명한다.

채식주의자의 범주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동물 착취로 얻은 가죽·화장품 등을 소비하지 않는 ‘비건’, 달걀을 제외하고 유제품은 허용하는 ‘락토’, 달걀과 유제품까지 허용하는 ‘락토 오보’, 생선·달걀·유제품은 허용하는 ‘페스코’, 붉은 살코기를 먹지 않는 ‘폴로’, 때에 따라 육류와 생선을 먹는 ‘플렉시테리언’, 식물의 생존을 방해하지 않는 열매·잎·곡식 등만 먹는 ‘프루테리언’ 등이다.

아멜리는 스스로를 어떤 채식주의자라고 단정짓는 건 좋지 않다고 여긴다. 비건, 페스코 등 명칭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채식을 대하는 각자의 마음이라고 힘줘 말한다.

이를 통해 비거니즘은 종 차별을 넘어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삶의 방식’이자 ‘철학’이라고 말한다.

비건의 일상이나 먹을거리 등 자세한 삶이 궁금하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화려한 인생 2막 시작...일단 신명나게 살아봐~

지병수 ‘할담비, 인생 정말 모르는 거야!’ (애플북스, 248쪽, 1만4300원)

▲ 책 ‘할담비, 인생 정말 모르는 거야!’ 표지.

지난해 종로구청장이 선정한 ‘종로의 인물’, 혜화경찰서 보안자문위가 선정한 ‘종로를 빛낸 얼굴’. 모두 한 인물이다.

주인공은 바로 ‘할담비’ 지병수 할아버지다. 지난해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곡 ‘미쳤어’를 부른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시작한 그다.

방송국, 신문사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행사장에서 섭외 요청이 잇따라 매니저를 두고 10여 편의 광고까지 찍었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여전히 평범하다. 복지관에서 노래수업을 듣고 자원봉사를 하고,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책은 할아버지의 한평생에 대한 이야기다. 1943년 전북 김제의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지낸 20대 사회 초년생, 패션 업계에 종사했던 30대, 임이조 무용가를 만나 춤의 세계에 입문한 40대 등 그의 희로애락 넘치는 인생 여정으로 따라가보자.

#제주해변서 펼쳐지는 청춘남녀의 사랑이야기

▲ 책 ‘해수욕장 만화경’ 표지.

김범영 ‘해수욕장 만화경’ (북랩, 296쪽, 1만4000원)

제주 돌건축연구소장을 지낸 김범영 작가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책은 현재 예순이 다 돼 가는 저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협재해수욕장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대학 입학에서 떨어지고 인생 첫 아픔을 경험한 그에게 이름도 모르는 한 소녀가 다가온다. 소녀의 챙김을 받은 주인공은 그를 잊지 못한 채 추억으로 간직한다.

그 추억의 소녀는 제주에 있다는 소식 하나를 듣고 무작정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녀가 만화방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채 제주로 오지만 막상 수많은 사람들에 섞이고, 결국 오해가 생겨 둘은 멀어진다.

책은 얽히고 얽힌 인간 군상에서 남녀의 사랑과 제주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 단면으로 보여준다.

한편, 저자는 1987년부터 작품 ‘인간쏘가리’를 시작으로 ‘21세기 암행어사’, ‘복수’, ‘눈물의 웨딩드레스’ 등을 인터넷에 연재하고 소설 ‘아카시아 꽃피면’ 등을 출간했다.

#낯선 일상이 반복되는 여행길을 걷다

슛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상상출판, 320쪽, 1만4500원)

▲ 책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표지.

살다보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바닥이 났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대학 생활을 하던 저자는 매일 한 시간 반이나 떨어진 학교에 대중교통을 타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했다.

그러다보니 일종의 탈진을 느끼면서 ‘남들 다 간다’는 유럽 여행을 떠난다.

책은 저자가 영국 런던부터 제주까지 4년동안 이어온 여행담이다. 포르투갈 라고스의 어느 절벽부터 그날 그곳에서 봤던 노을, 흰 갈매기 등 말만 들어도 꿈같은 풍경들을 사진과 함께 생생히 기록했다.

저자는 감각적인 영상과 사진으로 만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구독자수 45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책은 구체적인 관광정보는 없지만 여행지에서 한번쯤 봤던 풍경들을 떠올리게 한다. 직접 저자가 찍은 사진과 그가 쓴 담백한 글은 어느새 낯선 여행길을 상상하게 하고 고단한 퇴근길을 위로한다.

한편, 저자는 독학으로 터득한 영상 제작 노하우를 전국에서 강연하고 있다.

#올곧은 나무가 들려주는 삶 이야기

고규홍 ‘나무를 심은 사람들’ (휴머니스트, 388쪽, 2만3000원)

▲ 책 ‘나무를 심은 사람들’ 표지.

20여 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누리며 나무를 찾은 이가 있다. 오랜 기자생활을 접고 나무 곁에 담긴 이야기를 전한 인문학자 고규홍씨다.

저자는 나무에게 다가가면서 뜻밖에도 사람을 만난다. 그간 나무를 찾아 다녔던 시간은 나무를 심은 사람과 나무를 가까이서 지킨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저자는 사료와 문서, 전설, 민담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이 중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모아 이 책을 썼다.

책은 열세 살의 나이에 왕이 된 신라의 애장왕이 해인사를 짓고 느티나무를 심은 것부터 효자로 알려진 조선 청년 이윤조는 노모가 쉴 수 있도록 곰솔을 심어 그늘을 만든 일화, 조국의 온전한 광복을 꿈꾸며 마곡사에 향나무를 심은 백범 김구 등 나무를 심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역사의 단편을 보여준다.

나무 이야기를 통해 나무를 보는 것조차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자신을 다잡고 보듬을 수 있는지 담담히 전한다.

#삶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마르셀 랑어데이크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꾸리에, 236쪽, 1만5800원)

▲ 책 ‘동생이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표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안락사가 허용된 나라에서 한 가족이 직접 안락사를 겪고 적은 이야기다.
책은 언론인이자 형인 저자가 동생인 마르크의 안락사를 지켜보며 쓴 에세이다.

41세의 나이에 안락사를 택한 마르크는 겉으로 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았다. 사업가로 성공한 그는 고급 주택과 차, 사우나까지 갖춘 집에서 아들 둘과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다.

책은 각 장마다 마르크의 일기를 앞에 보여주면서 안락사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고통과 아픔, 그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더이상 약으로도 대처할 수 없는, 지독히도 파괴적인 형태의 암을 앓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병이 나서 어떠한 치료법이나 약으로도 대처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며 “내 동생이 그런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책은 모든 이가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전하면서 이에 반드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