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선 위를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는 우리

이명애 ‘내일은 맑겠습니다’ (문학동네, 64쪽, 1만6000원)

▲ 책 ‘내일은 맑겠습니다’ 표지.

노란 선 위를 걷고, 달리고, 매달리고, 가라앉았다가 떠오른다. 이윽고 날아오르고 먹고 버티고 쉬고 출렁인다. 수많은 사람들의 몸짓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채롭다.

전작으로 ‘플라스틱 섬’, ‘10초’ 등 울림있는 책들을 펴낸 이명애 작가의 신작 그림책이 나왔다.

그림책의 원화는 2017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 나미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지난해에는 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 주빈국 행사를 통해 소개되면서 출간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책은 노랗고 둥근 무언가에서부터 출발한다. 이야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중심에서 변방으로, 그리고 완전히 예측을 벗어나 움직이는 선을 따라 전개된다. 책 속의 사람들은 노란 선 위를 걷고, 달리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매달리고 쉬고 또 걷는다.

총 64쪽에 이르는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약 1000가지의 몸의 궤적이다. 눈을 두는 곳마다 다른 서사가 펼쳐지고, 이야기들은 이어지다 또 흩어진다. 마치 이어달리기를 하듯 펼쳐지는 서사는 후반부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저자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드로잉 작업으로 이 책을 완성했다. 1000명에 육박하는 인물을 그리는 데만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다. 아이와 어른, 근처와 먼 곳, 일상과 예술, 인간과 비인간을 넘나드는 등장인물들의 발소리가 책을 팽팽히 채우고 있다.

그 치열한 분투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고요하게 배경에 흐르던 날씨 예보의 마지막 멘트는 당분간 맑은 날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노랗고 말캉한 것을 쥐고 놀다가 납작하게 눌러 보았습니다. 하나의 선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그 위를 천천히 걸어갑니다. 일정하던 선이 출렁거릴 때마다, 서두르기도 하고 때로는 머뭇거리며 힘겹게 버티기도 하고 잠시 뒤돌아 쉬기도 합니다. 예측하기 힘든 날씨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선상에서 각자 자기의 속도로 나아가는 우리를 봅니다. 내일의 날씨는 맑을 거예요”라고 전했다.

날씨 예보 하나로 우리 삶의 소소하고 세세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책이라는 어느 한 독자의 평에서 보듯 삶의 색다른 면모를 접하고 싶은 독자에게 풍요로운 선물을 가져다 줄 책이다.

#조선 말기 유학자와 도깨비로 보는 제주설화

부복정 ‘글 나와라, 뚝딱!’ (한그루, 36쪽, 1만5000원)

▲ 책 ‘글 나와라 뚝딱’ 표지.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전해져오는 도깨비 설화를 재구성한 그림책이 나왔다.

책에 등장하는 부 훈장은 조선 말기 유학자 부계웅이다. 그는 19세의 나이로 사서오경을 통달하고 천기학, 성리학, 지리학, 도술에 심취해 축지법까지 썼다고 알려진다.

여러 지역의 서당 훈장을 지내며 그의 가르침을 받는 이들이 나날이 늘어 말년에도 후학 양성에 힘썼다. 신기하게도 덕천리에서 훈학할 때는 도깨비를 자유자재로 부려 어부를 위해 고기 떼를 한꺼번에 몰아오게 했다고도 전해진다.

책은 부 훈장과 아기 도깨비 호야의 이야기다. 훈장의 신통함과 도깨비의 천진난만함이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이끈다.

저자는 “제주의 도깨비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문화와 설화를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한다”며 “특히 유네스코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된 제주어로 창작하고 표준어 대역을 실어 제주어의 가치와 중요성도 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쓰고싶은’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홍승은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어크로스, 288쪽, 1만4000원)

▲ 책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표지.

베스트셀러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의 저자 홍승은이 3년 만에 신작을 발표했다.

저자는 더 나은 삶과 함께 더 나은 글쓰기를 안내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그의 전작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것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번 책은 그들에게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라고 응원한다.

저자는 쓰기의 근육을 단련하며 익힌 글쓰기 요령과 함께 글쓰기가 불러온 삶의 변화 등 ‘쓰기의 가치’를 힘있게 전달한다. 실제 저자가 맡은 글쓰기 수업을 들은 이들은 일상과 감정이 정돈됐다고 고백한다.

책은 내 글과 삶을 권위있는 누군가에게 위탁하지 않기, 내게 강요된 불합리를 의심하고 재배치하기, 침묵해야 할 이야기는 없음을 알기 등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여러 단서들이 수록됐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세상 어딘가에는 날 위로해주는 이가 있다

박수현 ‘나는 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봄름, 168쪽, 1만2800원)

▲ 책 ‘나는 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표지.

누구도 달갑지 않아하는 감정이 있다. 바로 ‘우울’이다.

저자는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어도 다만 그런 사람이 여기 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혼자라고 느끼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한다.

책은 우울의 그늘에서 벗어나 마음의 끝자락에서 끌어올린 희망을 담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현재를 정성껏 사는 법과 나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는 마음을 얻었다면 저자의 방식이 통한 것이다.

저자는 4년 전부터 마음 속 이야기를 견디지 못하게 된 날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3년동안 함께한 우울증과 사회불안장애와 이별하고 있다. 현재는 감정에 끌려 다니던 시간을 지나 감정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을 살고 순간의 행복을 즐긴다. 숱한 날을 괜찮게 보이는 척했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미세먼지 해소하는 에어플랜트 키우는 법

요시하루 카시마 ‘처음 만나는 에어플랜트’ (북커스, 92쪽, 1만1000원)

▲ 책 ‘처음 만나는 에어플랜트’ 표지.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실내에 녹색식물을 키우는 것이 권장되고 있다. 공기정화 식물로 각광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에어플랜트’다.

에어플랜트는 공중식물을 뜻하는 것으로 식물을 공중에 매단 것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는 비가 적게 오는 건조 지대부터 고산 지대, 열대우림 지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식물이다.

그에 따라 여간해선 시들지 않고 원산지에선 잡초로 취급됐을 정도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월등하다.

특히 공기 중에 떠도는 부유물과 습기를 빨아먹고 살기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저자는 일본의 식물전문가이자 해설자로 오랜 시간동안 일본 유명 식물 판매점인 ‘PROTOLEAF GARDEN ISLAND 타마가와점’에서 근무했다.

책은 에어플랜트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물 주기와 햇빛의 양, 기르기 적절한 장소 등을 소개한다.

#서로 사랑하는 가족이 되고 싶다면

유철호 ‘울화통은 터지지만 예쁜 걸 어떡해’ (마음세상, 116쪽, 1만3000원)

▲ 책 ‘울화통은 터지지만 예쁜 걸 어떡해’ 표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 흔한 말이지만 막상 실천으로 행하기 어려운 말이다.

이를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옮기면 ‘좋은 아이로 자라길 원한다면 우리 먼저 좋은 부모가 돼야한다’가 된다.

일상이 피곤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와 함께 이야기한 게 언제인지 모를 부모들이 허다한 요즘이다.

책은 자녀와 어떻게 좋은 관계를 시작해야 할 지 모를 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비법들이 수록됐다.

겉만 가족이 아닌 자녀와 함께 일상에서 말하고 행동하면서 매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특히 상대방이 말하는 것에 귀기울여 주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멋진 친구가 돼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뉴질랜드에서 삼성서비스센터 대표를 거쳐 2015년 다시 한국으로 영구귀국해 데일카네기에서 현재까지 코치와 청소년 강사로 일하고 있는 강사가 전하는 인간관계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