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100세 시대 노인 부양, 오롯이 가족 책임일까

권혁란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한겨레출판사, 320쪽, 1만4000원)

어떤 순간도, 처음을 맞이한 적이 없는 순간은 없다. 흔히 아이를 키우는 순간이 가장 벅찬 순간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은 언제인지 생각해보지 않는다. 부모의 죽음만큼 낯설고 무서운 순간이 있을까.

저자는 어느새 귀엽지도 않은 아기가 돼 버린 구순을 맞은 엄마와의 2년을 기록했다. 온몸이 보랏빛 반점으로 가득했고 깡마른 뼈와 피부 사이, 경계를 잘 구분할 수 없는 몸을 지닌 그의 엄마를 섬세하게 써 내려갔다. 보통 생각하기 쉬운 애도의 책과 다른 점은, 줄줄이 사모곡이나 애도의 말만 담은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여섯 자식을 둔 엄마가 왜 요양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지, ‘늙은 부모’를 모시는 ‘늙은 자식’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등 현실적인 상황도 함께 그려낸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 장수 시대가 왔지만 과연 그가 주는 게 옳은 것만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계속 늙어가는 인구만 늘어나는 사회에서, 노인 부양이라는 책임이 오롯이 한 가족에게만 있는지 되묻는다.

저자는 엄마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뒤 종합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다시 요양병원에서 요양원으로 옮겨져 임종을 맞기까지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살구나무 꽃이 환하게 핀 요양원에 엄마를 보내게 된 사연과 요양원에 입소한 뒤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1부로 그리고, 2부에서는 요양원과 종합병원을 수차례 왔다 갔다 하는 과정과 섬망의 징후가 찾아온 엄마의 모습을 담았다.

3부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엄마가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기까지의 마지막 시간이, 4부는 특징없이 밋밋하게 살다 돌아가신 엄마를 추억하며 수목장으로 간소하게 치른 장례에 대해 들려준다.

마지막인 5부에서는 엄마를 떠나보내고 ‘고아’가 된 마음과 이제는 보려고 해도 어딨는지 몰라 버벅거리는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도움을 받는 자식들에게 ‘부모를 버리고 패륜을 저지른 자식’이라며 손가락질하는 사회적 시선을 거둬야 할 때”라고 전한다.

부모가 자식들의 집에서 마치 징역살이하듯 사는 것보다 전문기관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 자식과 부모 모두에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책 ‘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 표지.

#가장 짧은 문장으로 ‘안녕’을 만드는 수사학

강순 ‘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 (파란, 151쪽, 1만원)

“(중략) 모든 망각에는 희망의 꽃씨가 들어 있어/ 상처 자리 쓰다듬은 지 백 번 천 번/ 부끄러운 맨살 위 붉은 꽃 검은 꽃 흰 꽃이 피어난다/ 혼자 울던 문장들 만 번째 새로운 해답이다.” (강순 시 ‘곶감이라는 이유’ 中)

시인 강순의 두번째 시집 ‘즐거운 오렌지가 되는 법’이 출간됐다.

시집은 제0부에서 4부로 구성된 가운데 내밀한 언어와 시인만의 매혹적인 사유가 깃들어 있다.

시인은 자신의 문장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희망하면서도 ‘날개’를 잃어버린 문장을 통해 대상과의 좁힐 수 없는 거리를 이야기한다. 그만의 경험이 곳곳에 담긴 작품에는 그의 예술세계를 선명하게 혹은 먹먹하게 보여주고 있다.

‘손톱이 자라 환상까지 닿아 미지의 문장들이 당신에게 가고 있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집은 시인의 생(生)에서 비롯된 감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한편, 제주에서 태어난 강 시인은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20년 전 첫 시집 ‘이십 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를 펴냈다.

▲ 책 ‘너만 모르는 그리움’ 표지.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해주는 시(詩)

나태주 ‘너만 모르는 그리움’ (북로그컴퍼니, 240쪽, 1만3800원)

올해 나태주 시인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시집이 나왔다.

이번 신간은 나 시인의 시를 직접 필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출간 이후 바로 베스트셀러가 된 시집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에 이은 두번째 필사시집이다.

이전 책에는 ‘사는 법’, ‘풀꽃’ 등 널리 알려진 작품을 모았다면 이번 시집에는 신작을 포함한 미공개 시 ‘가을 정원’, ‘비단 머플러’ 등 30여편이 수록됐다.

필사하기 좋은 100편의 시와 함께 그가 전하는 사랑과 그리움, 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좋아하는 여학생을 만난 뒤 화가에서 시인으로 꿈을 바꾼 시인의 60년 문학 인생을 잔잔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한편,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시 ‘대숲 아래서’로 등단, 현재까지 40여 권의 창작시집을 포함해 10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 책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 표지.

#기획부터 홍보까지...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이정하 ‘책만들기 어떻게 시작할까’ (스토리닷, 288쪽, 1만5000원)

책을 애정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질문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1인 출판사 스토리닷은 지난 5년동안의 출판 노하우를 담아 이 책을 완성했다.

이제 막 책을 만드려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선배의 충고를 인터뷰로 수록했고, 책을 만들다보면 생길 수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부록으로 담았다.

책은 기획과 편집부터 디자인 제작, 마케팅까지 책 만들기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됐다.

잡지사에서 근무하다 출판사에 1년 정도 재직하고 만든 ‘스토리닷’은 저자인 이정하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다.

이번 책은 스토리닷의 21번째 책이자 저자의 세번째 책이다.

저자는 “책을 내는 5년동안 알게 된 기쁨과 슬픔, 그리고 깨달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며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책 ‘기본으로 혁신하라’ 표지.

#성장 혹은 퇴보? 기본에 달렸다!

이태철 ‘기본으로 혁신하라’ (경향BP, 348쪽, 1만6500원)

모든 것이 기본에 달렸다는 책이 있다. 변화와 혁신이 중점인 현대 사회에서 살다보니 피로감이 극에 달한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것일까. 때론 혁신을 위해 추진한 일이 되려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에 ‘P(plan), D(do), C(check), A(action)’를 강조한다. 특히 세상을 살면서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기본’을 따르지 못한다면 변화와 혁신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전한다.

저자는 조달청 공무원으로 일하며 PDCA를 실천하는 최고 경영자들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영세기업에서 혁신기업이 되기까지 그들의 삶에서는 PDCA가 일관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삶에 있어 누구나 CEO다. 저자는 PDCA가 많은 사람들의 삶에 적용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 삶을 올바로 전개하기 위해 저자가 말하는 ‘기본’은 어떤 것인지 확인해봐도 좋겠다.

▲ 책 ‘노오력하지 않아도 잘되는 사람에게는 작은 습관이 있다’ 표지.

#노력 없이도 성과를 낼 수 있다?

가와시타 가즈히코, 다무라 요코 ‘노오력하지 않아도 잘되는 사람에게는 작은 습관이 있다’ (글담출판, 208쪽, 1만2000원)

인간은 자신의 목표와 원하는 바를 위해 ‘노력’한다. 만일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면 상상이 될까?

여기 실패만 하던 ‘루저’에서 승승장구하는 사업가가 된 저자, 가와시타 가즈히코가 있다.

그는 의욕 넘치는 성격으로 열심히 노력하지만 이내 실패를 겪는다. 어느 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열 가지 습관화 방법’을 터득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성과를 내게 된다.

그의 법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절대~ 절대~ 노력하지마라!’다.

책은 저자가 직접 경험에서 찾은 그의 기준을 바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실적도 내고, 큰 노력없이도 목표를 달성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저자는 방송작가인 다무라 요코를 만나 2년 여간 구상 끝에 ‘노력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자신의 성공 비밀을 풀어낸다.

책은 노력해도 별수없이 실패하던 이들에게 왜 진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알려주고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들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