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 광고는 망했어요’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마케터에 의한, 마케터를 위한, 마케터의 책

톰 피시번 ‘이 광고는 망했어요’ (민음사, 220쪽, 1만6000원)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책이 나왔다.

저자 톰 피시번은 마케팅에 종사하면서 카툰을 그렸다.

책 ‘이 광고는 망했어요’는 마케터에 의한, 마케터를 위한, 마케터의 책이다.

저자가 네슬레, 제너럴밀스, 메소드 등의 회사에서 15년 동안 현업 마케터로 일하면서 직접 경험한 일들을 카툰으로 기록해 모았다.

이 책의 역자 역시 현재 구글 코리아에서 마케터로 근무중인 이은아씨다. 이씨는 현업 마케터로서의 경험을 책을 통해 활용한다. 마케팅 실무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현장감 있게 번역하고 유머 코드도 알맞게 옮겼다.

책은 독자의 공감을 전제로 구성됐다. 저자의 어떤 일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기분 나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위로와 연대감이 깔려있는 덕분에 카툰이 자아내는 웃음은 그리 차갑지 않다.

책을 먼저 읽은 앤 핸들리 마케팅프로프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추천의 글을 통해 “이 책은 마치 2002년부터 모아 둔 마케팅 타임캡슐 같다”며 “이 책으로 여러분은 ‘브랜드 마케팅’이 그동안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아주 생생하게 목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도 그럴것이 책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스냅쳇의 탄생부터 이외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멤버십 마케팅의 대두, 디자인적 사고, 위치 기반 마케팅, 쇼루밍, #브랜드해시태그, 리타기팅(re-targeting),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등 마케팅의 흐름을 모두 보여준다.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광고, 마케팅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직장을 다녔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룬다.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아도 반복되는 회의, 끊임없이 새로움을 요구하는 경영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프로젝트 등 보통의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경험했을만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저자의 위트 그리고 풍자에는 무엇보다 마케터의 통찰이 녹아있다.

한편, 저자는 2002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수업에서 경영 사례를 이용해 그리기 시작한 카툰이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 매주 수십만명의 마케터가 다녀가는 마케투니스트MARKETOONIST.COM로 자리잡았다. 그의 카툰 작업은 ‘뉴욕 타임스’와 ‘월 스트리트 저널’, ‘패스트 컴퍼니’에서 특집으로 소개됐다.

▲ 책 ‘1인1묘 살림일지’ 표지.

#반려묘와의 소소한 일상 그린 책

민정원 ‘1인1묘 살림일지’ (경향BP, 237쪽, 1만3500원)

반려묘를 키우는 웹툰이 유튜브 영상으로, 또다시 한 권의 책으로 재탄생했다.

만화가인 저자가 서울살이를 시작하며 함께 지내게 된 14살 고양이 홍조와의 일상을 그린 웹툰이 책의 바탕이다.

책은 홍조가 5살 때 입양을 결심한 저자가 현재까지 9년간 여러 곳으로 이사하며 완성된 집 이야기와 그로부터 비롯된 소소하고 특별한 에피소드들이 담겼다.

고민 끝에 구입하게 된 청소용품이 홍조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면서 결국 사용하지 못하게 된 이야기부터 홍조의 서랍장 테마파크, 홍조 덕분에 벌레 걱정을 하지 않게 된 에피소드, 새 물건을 구매하게 된 이야기 등 반려묘를 키우는 일상에서 한번쯤 생길만한 사건들이 그림체로 나열됐다.

집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저자는 집에 물건을 들일 때도 신중한 편이다. 청소기, 침대 매트리스, 먼지떨이, 그릇 등 살림살이를 주제로 한 에피소드는 마치 가까이에 있는 지인에게 듣는 이야기처럼 여겨진다.

▲ 책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표지.

#아이의 글쓰기는 부모의 관심으로부터

윤희솔 ‘하루 3줄 초등 글쓰기의 기적’ (청림라이프, 272쪽, 1만4500원)

하루 세 줄 글쓰기로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입소문이 난 교사가 있다. 이 교사가 담임을 맡으면 일기 쓰기로 부모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굳이 아이가 일기쓰는 것을 도와주지 않아도 스스로 일기를 쓰게 되기 때문이다.

책은 18년차 베테랑 초등교사인 저자가 자신의 자녀를 비롯한 반 학생과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한 하루 세 줄 초등 글쓰기 방법을 소개한다.

놀랍게도 저자는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 지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자녀와 학생들이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책은 부모가 아이들이 글을 쓰기 전에 나누는 대화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또 책이 재밌다는 걸 알게되면 저절로 책 읽는 습관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민 끝에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와도 어렵지 않게 글을 쓸 방법을 찾아낸 저자의 노하우와 함께 어떻게 하면 날마다 아이들이 즐겁게 글을 쓰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부모라면 읽어봐도 좋겠다.

▲ 책 ‘여행 말고 한달살기’ 표지.

#여행지에서 한 달만 살아보실래요?

김은덕, 백종민 ‘여행 말고 한달살기’ (어떤책, 416쪽, 1만8800원)

여행지에서 곧장 집으로 오는 게 아니라 그곳에 한 달간 머문다면? 흔히 할 수 있는 상상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 한달살기만 40번에 여행하며 책을 쓰는 부부가 있다.
2014년 책 ‘한 달에 한 도시’를 펴내면서 부부 여행작가의 대명사가 된 김은덕, 백종민 작가가 4년만에 여행 분야 신간을 내놨다.

기존 여행서들이 여행지를 중심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과는 다른 책이다.

책은 ‘여행지에서 한달살기’가 왜 좋은지부터 어디에서 한달살기를 할 것인지, 경제적으로 항공권을 구입하는 방법, 여행지에서 만난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 등을 소개한다.

이는 결국 저자들이 소개하는 ‘한달살기 패키지’다.

김은덕 작가는 “일정에 쫓기는 여행 말고, 유명 관광지에 집착하는 여행 말고, 맛집에 연연하는 여행 말고, 그곳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어떻게 하면 여행을 통해 더 여유를 찾고,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지 전한다.

▲ 책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표지.

#뇌 습관을 통해 불안을 떨쳐내다

양은우 ‘당신의 뇌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웨일북, 336쪽, 1만6000원)

불안과 초조는 현대인의 일상에 자주 등장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닥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타인의 시선에 초조함을 느끼는 일이 잦으면 우리는 쉽게 지친다. 자신감을 잃게 되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뿐만인가. 게을러지고 해야할 일을 미루기까지 한다.

국내 대기업에서 25년간 전략기획을 주업무로 수행한 저자는 뇌 훈련을 통해 불안과 초조를 버리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새로 만들어야 할 뇌 습관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에 앞서 우리가 왜 불안하고 초조한지, 어떻게 하면 조바심을 떨쳐낼 수 있는지 등을 다양한 실험과 뇌과학을 통해 알려준다.

저자는 불안과 걱정에 휘둘리지 않고 뇌를 설계하는 습관을 만들면 필요한 순간에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힘줘 말한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일상을 온전히 마주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 책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표지

#현재의 자리로 독자를 불러들이는 언어

최정진 ‘버스에 아는 사람이 탄 것 같다’ (문학과지성사, 91쪽, 9000원)

‘우리는 아무도 태우지 않고/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처럼/ 이미 이곳에 들어와 있다// 모두의 이름을 부르면서/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는다// 이곳은 고통의 원인을 네게서 찾지 않는 세계다’ (시 ‘인간의 교실’ 中)

2007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정진 시인이 두번째 시집을 냈다.

이번 시집은 2011년 그가 펴낸 첫 시집 ‘동경’에 이어 무려 9년여 만이다.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됐다.

간결한 문장으로 이뤄진 시들은 어떤 사건이 진척되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철저히 끊어낸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김종훈씨는 그의 시들이 매순간 무엇을 선택하고 배제할 지 결정해야 하는 ‘현재’라는 시점을 반복적으로 독자 앞에 부려놓는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독자를 ‘최초의 순간’으로 거듭 데려온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의 자리로 독자를 초대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시집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