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식물과의 인연서 인간관계 깨달아"(12) 김소라 작가
가시나무서 우연히 발견한 '삶'
수많은 관계 사람 몸·식물 표현
제주작가 작업방식 뚜렷 '장점'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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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0  17:3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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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두 사람이 서로 껴안고 있다. 이들의 얼굴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나무 한 그루가 중심에 있다. 하지만 부둥켜 안은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아도 전해지는 어떤 감정이 존재했다.

   
▲ 김소라 작가.

김소라 작가(31)의 작품 ‘Please Hug Me’다. 작가는 식물을 통해 관계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처음 식물과 인연을 맺은 것은 어느 날 길을 걷다 식물을 달리 보면서부터다.

작가는 주변 공터에서 넝쿨과 수풀이 우거진 광경을 보게 된다. 특히 얽히고 설킨 가시나무를 발견하고 마치 자신을 집어삼킬 듯한 공포를 느낀다. 시간이 흘러 그곳을 다시 지나가다가 그 나무가 제초돼 있음을 깨닫는다. 그런 모습들이 작가는 꼭 우리 모습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줬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시 구절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게 됨으로써 일어나는 일들이 모여 ‘삶’을 이룬다.

작가는 그 속에 식물을 빼놓을 수 없음을 말한다. “지인의 경조사에 가지 못하면 화분을 보내고 축하한다는 의미로 꽃을 보내는 게 겉으로만 보이는 노력일 수 있지만 실은 그 사람이 ‘널 신경쓰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냐”며 ‘보이지 않는 노력’이 관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토대로 작가는 사람의 몸에서 자라나는 식물을 관계성이라 지칭하고, 그가 자라나 어느덧 무성해진 숲 혹은 덩굴이 관계를 위한 노력이라 여기며 작업에 임했다.

그의 작품에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맺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생존을 위해 처절한 노력으로 물들여진 삶의 현장이 식물과 사람을 통해 드러난다.

   
▲ 김소라 작 '배달중'.

작업 초반에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대변하는 평면 작업을 이어왔다. “그땐 나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었다”던 그는 “마치 일기를 적는 것처럼 감정을 대변하는 파충류를 주로 그렸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편두통이 심해 머리에서 뿔 같은 게 튀어나온다고 상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말 못하는 스트레스를 표현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기에 한계를 느꼈던 그는 비로소 식물을 통해 사람을 알아봤고, 관계를 발견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넓혔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작가 입장에서 그는 제주작가의 장점으로 각자의 작업방식이 뚜렷하다는 점을 들었다.

“섬이라서 재료 수급 등 불편한 점도 있지만 제주작가들의 작품은 누구 것인지 알아볼 만큼 스타일이 진하다”며 “색감을 통해 제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본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처음 2인전을 열었던 그는 기존 작업과는 달리 전시장을 가득 채운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평면작품을 다방면으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과 설치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데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내가 즐거워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은 좋아하는 것을 계속 놓지 않고, 멀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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