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368개 오름과 들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들로 가득 피어난 아름다운 계절 4월, 제주의 봄이 찾아 왔다. 제주 사람들에게 있어서 4월은 유채꽃과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계절이면서도 아픔의 4월이다.

　제주4·3은 20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비극 가운데 전쟁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도민 3만여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 희생당한 3만여 건의 가슴 아픈 사건이다.

　올해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은 코로나19 비상상태로 간소하게 봉행된다고 한다. 비록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행사의 규모를 축소해 간소하게 치뤄지더라도 추념식의 의미를 살려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제주 4·3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어주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2020년 4월 3일 오전 10시 묵념 사이렌이 울리면 단 1분간만이라도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추모의 시간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4월에는 가슴에 동백꽃을 달아보는 것은 어떨까. 동백꽃은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스러져 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4·3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꽃이다.

　제주도의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통으로 툭하고 떨어진다. 당시 스러져 간 안타까운 생명들의 허무함과 일맥상통한다.

　제주의 아름답고 푸르른 바다를 보다가도 문득 빨간 동백꽃을 보면 제주4·3사건에 아스라져 간 붉은 목숨을 기억해 보자.

　벚꽃비가 흩날리는 눈부신 제주의 4월 봄날. 과거 72년 전 제주4·3의 아픔을 추념하고 오랫동안 잊지 않고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