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그림을 그리는 일’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불확실한 미래지만 그럼에도 오늘을 그려낸다

초록뱀 ‘그림을 그리는 일’ (창비, 316쪽, 1만6000원)

흔히 열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꿈을 꾸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옳은 삶인지 의문이 든다.

책 ‘그림을 그리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까운 친구나 이웃의 이야기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 ‘성민’이다. 성민은 불확실한 인생을 걸어가는 우리들이 고민했던 모습을 마치 거울로 보는 것처럼 비춘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할까라는 정답없는 질문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택했을 때 느껴야 하는 좌절과 압박, 특히 스스로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불안과 회의감에 고민하는 모습을 글과 그림을 통해 보여준다.

성민의 고민을 따라가다보면 그가 택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붓이나 펜을 들고 캔버스에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 이상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 끝에는 삶을 살아내는 일을 감당하고 있는 우리가 슬며시 보인다.

저자인 초록뱀 작가는 만화로는 처음으로 독자들과 이 작품을 통해 만난다. 따뜻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그림체에다 일일이 손으로 쓴 대사를 더해 완성된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내놨다.

그의 그림에는 곳곳에 독자들로 하여금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 많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만화방으로 뛰어가 ‘드래곤볼’ 등을 빌려봤던 기억과 함께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동아리방에서 밤새 술을 마시던 일, 홍대 어느 골목에서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거나 PC방·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추억 등은 단지 책속 인물들의 삶만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몇 번의 선택을 거쳐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성민은 만화 속 주인공뿐만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가 되고, 어려운 시절을 같이 견뎠던 ‘동료’가 되기도 한다.

자신은 ‘흘러가는 대로 산다’며 자조하는 그는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을 보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 이 고민을 멈추기 위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도망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망치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거야’라는 말에 다다른다.

저자는 ‘오늘을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 자신을, 그리고 우리를 어렴풋이 드러내고 있다.

#여성범죄에 대한 신랄한 문제 제기

크리스티나 앨저 ‘걸스 라이크 어스’ (황금시간, 400쪽, 1만4800원)

▲ 책 ‘걸스 라이크 어즈’ 표지.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여성 범죄.

여성 범죄의 양상이나 추이는 어느 한 지역에 특정지을 수 없을만큼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미투 운동을 통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범죄들이 세상에 공개됐지만, 문제에 대한 해결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사회 내 악질적인 여성 범죄를 소재로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출간 후 바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연쇄 살인으로 보이는 여성의 죽음과 그에 얽힌 사회 거물들, 경찰과의 유착 등을 현실감 넘치게 묘사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작품 속 등장하는 FBI나 경찰 등 수사 기관과 언론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유달리 돋보인다.

여성 범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거나 범죄자들이 응당한 처벌과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회에 제시하는 작가의 분노가 느껴진다.

#적게 가지고 바르게 산다는 생활철학

신미경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상상출판, 256쪽, 1만4000원)

▲ 책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베스트셀러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쓴 신미경 작가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다.

책의 화두는 삶의 균형이다.

균형 잡힌 일상을 위해서 자신의 취향을 다듬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 저자는 마음 가는 방향을 중시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어떤 프레임 안에 가둬두곤 한다. 이때문에 늘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건지 망설이고 더욱 ‘~해야만 해’라고 결심하는 다짐 등을 한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일상에 균형 감각을 키우며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자신만의 대답을 책에 풀어놨다.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일상을 꾸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 나다운 것, 나를 위한 것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봤던 질문을 건넨다.

책은 물건을 선택하는 방식부터 살림과 생활, 건강과 운동, 일과 돈, 휴식과 인간관계까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저자의 방식을 공개한다.

#어딘가 다른 현 세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김동욱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 (청림출판, 204쪽, 1만4500원)

▲ 책 ‘요즘 애들에게 팝니다’ 표지.

18년차 컨셉 디렉터이자 40대 마케터인 저자가 ‘요즘 애들’을 사로잡는 마케팅 코드를 공개했다.

마케팅 최전선에서 수많은 문제를 맞닥뜨려 온 저자의 고민에서 시작된 이 책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광고업계에서 잘나가던 기성세대의 대표주자로 창업을 한 이후에도 이전의 성공 전략을 그대로 답습했다.

그 결과, 처참하게도 ‘요즘 감성’이 아니라는 피드백을 받기 시작하며 마케터 인생 최고의 위기를 겪었다.

결국 생존을 위해 새로운 타깃인 ‘요즘 애들’을 연구했고, 그때부터 모든 전략을 바꿨다.

저자는 밀레니얼을 움직이는 핵심 소비 코드를 읽을 수 있다면 어떤 기획이나 마케팅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려면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을 깊이 울리도록 하라는 것이 원칙이다.

책은 향후 10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세대의 소비 코드를 소개하는 등 핵심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신통한 나무에 비는 사람들의 소원

히가시노 게이고 ‘녹나무의 파수꾼’ (소미미디어, 556쪽, 1만7800원)

▲ 책 ‘녹나무의 파수꾼’ 표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잇는 감동소설을 히가시노 게이고가 들고 왔다.

사상 최초로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전세계에서 동시 출간된 이번 신작은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저자는 나무의 능력과 그 나무에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들의 사연을 깊이있게 풀어낸다. 천애고아, 무직, 절도죄로 유치장에 수감중인 청년 레이토에게 일생일대의 제안이 찾아온다.

변호사를 써서 감옥에 가지 않게 해줄테니 대신 시키는대로 해야한다. 그 제안을 받아들인 레이토는 이제껏 존재를 알지못한 이모가 나타난다.

이모는 레이토만이 할 수 있다는 월향신사라는 곳의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긴다. 신비한 나무에게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러 오지만 무언가 석연찮은 것이 있다.

일한 지 한 달정도 지났을 무렵, 레이토는 여대생 유미와 마주치고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색다른 채소를 통해 접하는 흥미로운 맛의 세계

알랭 뒤카스 외 2명 ‘알랭 뒤카스의 선택, 그린 다이닝’ (팬앤펜, 172쪽, 2만1000원)

▲ 책 ‘알랭 뒤카스의 선택, 그린 다이닝’ 표지.

‘채소는 맛있다’라는 전제 아래 탄생한 책이 있다.

저자인 알랭 뒤카스는 스스로를 가리켜 ‘정원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전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도와 정원과 농작물을 가꿨다.

그의 가족은 자연스레 제철에 생산된 농작물로 만든 풍미와 영양 가득한 음식을 먹고 자랐다.

책은 특별한 재료를 소개하기보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채소의 풍성한 맛과 영양을 이끄는 조리법을 알려준다.

낯선 채소를 알려줌으로써 향과 맛이 독특한 것, 먹는 방법을 잘 모르는 채소를 온전히 맛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영양소를 잘 용출해 맛있게 요리하고 알뜰히 섭취할 수 있는 법을 소개한다.

김과 미역, 다시마, 홍시, 모과 등 친근한 재료가 전혀 다른 미식 요리로 탄생하는 모습을 통해 흥미로운 맛의 세계로 이끄는 책이다.